라이프

“시술은 만점, 서비스는 피곤해”… 발길 돌리는 中 큰손들

의료 수준 문제 아니다…문화적 간극이 만드는 '보이지 않는 불만족'

한국을 찾는 중국인 의료관광객 수는 엔데믹 이후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며 연간 수십만 명 규모를 탈환하고 있다. 그러나 호황을 맞은 강남 프리미엄 미용병원 업계 안에는 오랜 딜레마가 숨어 있다. 이른바 ‘큰손’으로 불리는 VIP 고객이 한 번 다녀간 뒤 두 번, 세 번 다시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료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스킬이 아닌 ‘문화적 간극’에서 찾는다.

■ “실력은 믿는다, 근데 갈 때마다 묘하게 피곤하다”

중국 상하이에서 온 고객 A씨는 서울의 한 프리미엄 미용병원을 세 차례 방문했다. 시술 결과는 완벽에 가까웠다. 그러나 네 번째 방문을 앞두고 발길을 돌렸다. “의료진의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요. 하지만 갈 때마다 묘하게 피곤합니다.”

A씨가 느낀 피로감의 실체는 아주 구체적이다. 중국 VIP들은 언제든 위챗(WeChat)을 통해 전담 인력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밀착형 프라이빗 컨시어지에 익숙하다. 반면, 한국 병원은 규격화된 메시지와 엄격한 예약 시간 준수, 제한된 응대 시간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다. 시술 전 대기실에서의 차가운 동선, 귀국 후 형식적인 안부 인사 등 한국식 효율성이 중국 VIP에게는 “내가 대우받지 못한다”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A씨는 이를 “틀린 게 아니라, 그냥 결이 다르다”고 표현했다.

■ 한국의 ‘최선’과 중국 VIP의 ‘당연함’ 사이

중국 하이엔드 의료 시장에서 형성된 VIP 고객의 기대치는 한국의 일반적인 프리미엄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응대의 온도, 정보가 전달되는 맥락, 시술실 밖에서의 밀착 케어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한국 미용병원들도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그 최선이 중국 VIP의 문화적 문법과 언어로 번역되지 않으면 결코 지갑을 여는 ‘만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 단순 유치를 넘어 ‘경험’을 설계하다… 진화하는 에이전시 시장

이러한 간극이 병원 매출의 발목을 잡으면서, 외국인 환자 유치 시장의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과거처럼 단순히 환자와 병원을 연결하고 수수료를 챙기던 단순 ‘브로커’ 시대는 저물었다. 이제는 병원이 중국 VIP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서비스 구조 자체를 리빌딩할 수 있도록, 브랜딩과 운영 체계 전반을 설계하는 솔루션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하이엔드 뷰티 에이전트 그렌느(Graine)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렌느는 환자 유치는 물론, 파트너 병원이 중국 VIP의 문화적 기대에 부합하도록 내부 응대 매뉴얼과 서비스 동선을 함께 뜯어고친다. 한국 최고 수준의 의료 마케팅 노하우와 중국 소비 문화의 정수를 동시에 꿰뚫고 있는 인사이트가 이 하이엔드 서비스의 핵심이다.

■ 재방문율은 진료실 밖에서 결정된다

그렌느 관계자는 “중국 VIP 고객의 재방문 여부와 입소문은 시술 결과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며 “공항에 발을 딛고 병원 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귀국 후 일상으로 돌아갈 때까지, 모든 접점에서의 럭셔리한 경험이 합산된 결과”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렌느와 손잡은 프리미엄 미용병원들은 단순 통역을 넘어, 병원의 체질 자체를 글로벌 하이엔드 기준에 맞게 재설계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한국 의료관광이 단순한 양적 확장을 넘어 진정한 ‘질적 도약’을 고민해야 할 시점, 이 미묘한 문화적 틈새를 정교하게 메우는 브랜드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Related Article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Back to top button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