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보유 한도는 없던 일로 — 영란은행, 스테이블코인 규제 ‘유턴’

[코인] 한 사람이 스테이블코인을 얼마나 들고 있을 수 있는지 제한하겠다던 영란은행(BoE)이, 그 계획을 스스로 접었다. 대신 ‘하나의 코인이 시장에 얼마나 풀릴 수 있는지’를 제한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업계의 반발과 의회의 권고를 받아들인 규제 유턴이다.

무엇을 접었나 — 개인·법인 한도
당초 영란은행은 스테이블코인 보유에 직접적인 상한을 두려 했다.
개인은 2만 파운드(약 2만 7,000달러), 법인은 1,000만 파운드까지만 보유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었다. 개인과 기업이 들고 있고, 거래하고, 이체할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의 양 자체를 묶으려 한 것이다. 그러나 이 계획은 결국 백지화됐다.

대신 ‘발행 한도 캡’
철회된 보유 한도의 자리를 채운 것은 발행 한도다.
영란은행은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단일 스테이블코인의 총 유통량을 약 400억 파운드(약 500억 달러대)로 한시적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개인이 얼마나 들고 있느냐가 아니라, 하나의 코인이 시장 전체에 얼마나 풀려 있느냐를 관리하는 방식이다. 영란은행은 시장이 안정되면 이 가드레일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결국에는 완전히 없앨 뜻도 밝혔다.
준비금 규제도 완화
규제 완화는 발행 한도에 그치지 않았다.
스테이블코인을 뒷받침하는 무이자 중앙은행 예치 비율은 30%로 낮아졌다. 덕분에 발행사는 준비금의 최대 70%를 단기 영국 국채에 투자해 수익을 낼 수 있게 됐다. 다만 코인 보유자에게 이자를 지급하는 것은 여전히 금지된다. 발행사의 수익성에는 숨통을 틔워 주되, 스테이블코인이 ‘이자 주는 예금’처럼 변질되는 것은 막겠다는 선이다.

규제와 경쟁력 사이의 절충
이번 유턴은 그냥 물러선 것이 아니라, 산업의 목소리에 응답한 결과다.
업계의 반발과 상원 위원회의 권고가 변화를 이끌었고, 그 목적은 분명하다. 지나친 규제로 사업의 실효성과 경쟁력을 꺾지 않겠다는 것이다. 2027년 영국의 전면적 크립토 규제 시행을 앞두고, 영란은행은 시장이 성숙하는 만큼 가드레일을 단계적으로 걷어내겠다고 예고했다. 통제와 육성 사이에서 한 발씩 조율해 가는, 규제 당국의 현실적 절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