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 격차는 줄었는데 월급 격차는 왜 커졌나

한국노동연구원 학술지 『노동정책연구』 26권 3호(9월 30일 발행)에 실린 김상환 충북대 경제학과 교수의 논문에서, 임금 상위 10%와 하위 10%의 시간당 임금 격차는 2008년 9.56배에서 2023년 6.02배로 좁혀졌다. 같은 기간 월급 격차는 8.92배에서 12.4배로 오히려 벌어져 1995~2023년 분석 기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분석 자료는 고용노동부 임금구조기본통계조사(1995~2007년)와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2008~2023년) 미시자료다. 개인 설문이 아니라 5인 이상 사업체가 임금 지급 기록을 바탕으로 제출한 고용노동부 사업체 조사 자료다. 월임금 하위 10%의 평균 월근로시간은 2008년 157.7시간에서 2023년 80.5시간으로 줄었다. 시급은 좁혀졌는데 월급은 왜 벌어졌는지, 논문은 이 숫자에서 답을 찾는다.
시급 격차 9.56배→6.02배, 월급 격차 8.92배→12.4배
논문이 쓴 지표는 ISR(90/10)이다. 상위 10%의 임금 점유율을 하위 10%의 점유율로 나눈 값이어서, 상위 10%의 평균 임금이 하위 10%의 몇 배인지와 같은 뜻으로 읽힌다. 시간당 임금으로 재면 2008년 이후 격차가 37% 줄었고, 월임금으로 재면 39% 늘었다.

저자는 초록에서 이 현상을 “시간당 임금 불평등은 완화되었으나 월임금 불평등은 오히려 심화되는 역설적 현상”이라고 적었다. 본문에서는 2008년 이후 임금불평등이 완화됐다는 진단이 시간당 임금에 한정할 때만 성립한다고 적었다. 분석 대상은 처분가능소득이나 가구 단위 불평등이 아니라 임금근로자의 임금불평등이다.
월급 하위 10% 근로시간, 157.7시간에서 80.5시간으로
논문의 <표 1>은 월임금 구간별 평균 월근로시간을 보여준다. 1995년에는 하위 10%가 203.6시간, 상위 10%가 202.3시간으로 거의 같았다. 2023년에는 하위 10%가 80.5시간, 상위 10%가 174.9시간이다.
| 구분 | 1995년 | 2008년 | 2023년 |
|---|---|---|---|
| 월임금 하위 10% | 203.6 | 157.7 | 80.5 |
| 중위 | 214.1 | 191.5 | 181.0 |
| 월임금 상위 10% | 202.3 | 177.0 | 174.9 |
| 상위÷하위(배) | 0.99 | 1.12 | 2.17 |
자료: 김상환(2026) <표 1>, 18~65세·월 20~350시간 분석표본(같은 논문 [그림 1]과 표본 기준이 다름)
2008년 이후만 따로 계산하면 하위 10%의 근로시간은 49.0% 줄었고 상위 10%는 1.2% 줄었다. 상위 10%는 사실상 제자리였고 하위 10%만 거의 절반으로 내려갔다. 근로시간이 월임금 하위 10% 구간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는 추정 계수도 1995년 0.55에서 2023년 3.08로 약 5.6배 커졌다. 저자는 “임금불평등 메커니즘이 임금률 격차에서 근로시간 격차로 전환”됐다고 결론지었다.
다만 이 표는 읽을 때 주의가 필요하다. 논문은 같은 사람을 추적한 자료가 아니라 해마다 새로 표본을 뽑는 반복 횡단면 자료를 썼다. 하위 구간 근로시간이 줄었다는 것은 그 구간에 속한 사람들의 평균이 낮아졌다는 뜻이고, 같은 근로자의 근로시간이 줄었다는 뜻이 아니다. 저자도 각주에서 이를 동일 근로자의 근로시간 축소로 읽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근로시간은 왜 줄었나…논문이 직접 답하지 않은 질문
논문은 원인 서술에 단서를 달았다. 기술 통계 장에서는 상단의 감소는 주 40시간제 확대와 주 52시간 상한제가 장시간 근로를 법정 한도까지 낮춘 결과이고, 하단의 급감은 단시간 일자리 확대에서 비롯됐으며 최저임금 인상이 사용자에게 근로시간 조정 유인을 준 것도 작용했다고 서술한다. 그러나 결론에서는 “어떤 집단의 근로시간이 왜 줄었는지는 규명하지 못하였다”고 적고,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정책, 고용형태 변화의 효과를 직접 분석하는 일을 향후 과제로 남겼다.
다른 연구기관의 분석은 단시간 일자리 쪽에 무게를 둔다. KDI 정수환 연구위원이 2025년 12월 낸 보고서에 따르면 월 소정근로시간 60시간 미만인 초단시간 근로자는 임금근로자의 3.7%(2012년)에서 8.5%(2024년)로 늘었다. 보고서는 주휴수당 등 보호제도가 월 60시간 기준에 한꺼번에 적용되면서 그 지점에서 노동비용이 최소 25%에서 최대 40% 뛴다고 짚으며, 문제를 “특정 지점에 비용이 과도하게 집중된 구조”로 규정했다. 김상환 논문의 분석표본은 월 20시간 미만 근로자를 뺀 것이어서 이 비중과 곧바로 이어 붙일 수 없다.
이창용 전 한국은행 총재는 10월 6일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인구클러스터 포럼에서 “주 52시간제 도입이 저소득층의 소득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제도 도입 이후 1분위(하위 20%)의 초과근로시간은 15.5%, 초과급여는 15.9% 줄었고, 5분위는 각각 3.0%와 0.1% 줄었다는 수치를 제시했다. 세 곳의 설명은 범위도 기간도 제각각이어서, 하위 구간 근로시간 감소의 원인은 아직 하나로 모이지 않았다.
시급 격차가 2020년 이후 다시 벌어졌다는 연구도 있다
논문의 첫 번째 결론인 시급 격차 축소에도 단서가 붙는다. 김수현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원은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로 시간당 임금 격차를 따져, 2010년 5.517배에서 2020년 3.485배까지 줄었던 격차가 2024년 3.619배로 다시 커졌다고 분석했다. 같은 연구는 최저임금 인상률이 2010~2020년 연평균 7.7%에서 2020~2024년 3.5%로 낮아진 점을 짚으며 “최저임금 인상률 둔화로 임금구조의 불평등 완화 기능이 약해졌다”고 설명한다.
김수현 연구원의 지표는 기간이 2010~2024년이고 정의도 ISR과 달라서, 김상환 논문의 9.56배·6.02배와는 크기가 다른 수치다. 김상환 논문은 본문에 2008년과 2023년 값만 수치로 제시해 2020년 이후의 반등은 이 논문의 숫자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저자는 정책 제언으로 “근로시간 쪼개기” 전략에 대한 규제 강화, 시간제 근로에 대한 차별적 처우 금지, 저임금 근로자의 근로시간 확보를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를 들었다. 논문은 결론에서 “누구의 근로시간이 줄어드는가”라는 질문이 불평등 정책의 핵심적 고려사항이 되어야 한다고 적었다.
자료: 김상환(2026), 「근로시간과 임금불평등의 구조적 전환」, 『노동정책연구』 26권 3호 pp.33~64, DOI 10.22914/jlp.2026.26.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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