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1억 명 빨라졌는데 극장은 회복했나

올해 극장 관객이 10월 9일 1억 명을 넘었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이 전국 영화관 발권을 집계한 연도별 통계를 10월 14일 조회하면 10월 13일까지 누적 관객은 1억155만2,28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0% 많다. 1억 명 돌파는 지난해(12월 21일)보다 73일 빠르다. 다만 1~9월 관객으로 보면 2019년 같은 기간의 57% 수준이다.
관객 1억 명은 빨라졌지만 2019년 같은 기간의 57%
1억 명을 넘긴 날짜부터 보자. 2019년에는 6월 16일이었고, 지난해에는 12월 21일이었다. 올해는 한글날인 10월 9일 하루에만 51만4,519명이 들어 누적 1억48만4,711명이 됐다. 전날 하루 관객은 23만6,246명이었다. 전일자 수치는 상영 마감 후 보정을 거치며 익일까지 바뀔 수 있다.
2019년과 비교하면 사정이 다르다. 올해 1~9월 관객은 9,699만9,052명으로 2019년 같은 기간(1억7,075만4,592명)의 56.81%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7월 낸 상반기 결산에서 올해 상반기 관객이 5,705만 명으로 2017~2019년 상반기 평균(1억99만 명)의 56.5% 수준이라고 한 것과 같은 선이다. 작년보다 많이 모였어도 팬데믹 이전 수준과는 아직 거리가 크다.

연간 합계로 늘어놓으면 차이가 더 또렷하다. 지난해 관객은 1억608만8,601명으로 2019년(2억2,667만8,228명)의 46.8%였다. 올해 누적은 2023년 연간 관객(1억2,514만 명)에도 아직 못 미친다. 관객 수 말고 따져 볼 지표도 있다.
지난해 1인당 관람 2.08회, 상업영화 추정수익률 -33.13%
영진위가 해마다 내는 「2025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는 관객 수 너머의 지표가 담겨 있다. 하나는 1인당 관람횟수로, 연간 관객 수를 인구로 나눈 값이다. 2019년 4.37회였던 이 수치는 지난해 2.08회로 절반 이하가 됐다. 지난해 기준 값이라 올해 관객 증가는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 올해 값은 연간 결산이 나오는 내년 초에야 알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상업영화 수익률이다. 영진위는 총매출에서 총비용을 뺀 값을 총제작비로 나눠 구한다. 순제작비 30억 원 이상으로 만들어 지난해 개봉한 한국 상업영화는 31편이고, 이 중 분석 대상 30편의 평균 추정수익률은 -33.13%였다. 팬데믹 이후 가장 낮은 값이다. 2019년 10.9%는 집계치이고, 지난해 수치는 간이조사에 따른 추정치로 앞으로 집계치로 보정될 예정이다.
| 지표 | 2019년 | 2025년 |
|---|---|---|
| 1인당 관람횟수 | 4.37회 | 2.08회 |
| 상업영화 평균 수익률 | 10.9%(집계) | -33.13%(추정, 30편) |
| 전국 극장 수 | 513곳 | 547곳 |
| 전국 스크린 수 | 3,079개 | 3,154개 |
자료: 영화진흥위원회 「2025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2025년 수익률은 간이조사 추정치
극장과 스크린 수는 사정이 반대다. 둘 다 2019년보다 지난해가 더 많다. 극장 수는 2023년 573곳에서 547곳으로 줄었지만 팬데믹 이전보다는 많다. 시설은 늘었는데 한 사람이 극장에 가는 횟수가 절반으로 줄었다는 뜻이다. 김성희 영진위 객원연구원은 3월 웹진에서 연 관객 1억 명 시대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지 아니면 하향 안정화의 출발점이 될지 속단하기 어렵다고 했고, 최규정 알스퀘어 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은 같은 달 보고서에서 극장 산업의 “양적 팽창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고 진단했다.
흥행작이 끌어올린 올해 극장 매출
올해 숫자가 다 부진한 것은 아니다. 올해 극장 매출은 10월 13일까지 약 1조500억 원으로, 지난해 연간 매출(약 1조470억 원)을 이미 넘었다. 2월 개봉한 『왕과 사는 남자』가 1,693만 명을 모아 관객 기준 역대 2위, 매출 기준 역대 1위에 올랐고, 8월 개봉한 『오디세이』는 1,219만 명으로 외화 매출 1위가 됐다. 7월 말 개봉한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도 905만 명이다. 『왕과 사는 남자』는 영진위 상반기 결산에서 2024년 『범죄도시4』 이후 약 2년 만에 나온 천만 영화로 기록됐다. 상반기 한국영화 매출은 2017~2019년 상반기 평균의 94.2%까지 돌아왔다.
회복이 얼마나 넓은지는 결산의 다른 대목에서 가늠할 수 있다. 영진위는 올해 1분기 결산에서 개봉작이 줄어들면서 “특정 영화 한편의 흥행 성과에 따라 시장 규모가 좌우되는 양상”이라고 짚었다. 올해 매출을 끌어올린 흥행작도 이 양상 안에 있다. 흥행작 바깥의 제작과 투자 쪽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관객 다음은 투자·제작이라는 지적
1억 명 돌파 직후인 10월 11일 임오경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관객만 돌아온 것은 “반쪽짜리 회복”이라며, 투자와 제작까지 살아나야 2~3년 뒤에도 관객이 볼 한국 영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4월 이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은 한국 영화 산업의 위기가 “팬데믹 때보다 더 심화했다”고 했다.
1억 명은 작년보다 73일 일찍 왔지만 1~9월 관객은 2019년의 57%에 머물고, 지난해 1인당 관람횟수와 상업영화 추정수익률은 2019년과 거리가 멀다. 올해 극장 매출을 밀어 올린 것은 몇 편의 흥행작이다. 올해 1억 명은 극장 전체가 되살아난 신호라기보다 흥행작이 총량을 끌어올린 결과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