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3809명 청원…시행 석 달 앞 가상자산 과세 유예 논쟁

소득세법상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 과세의 시행일(2027년 1월 1일)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0월 6일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두고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유예를 공식화한 것은 아니다. 법 부칙의 시행일은 그대로이고, 정부의 2026년 세제개편안에도 추가 유예 방안은 담기지 않았다. 그런데도 ‘코인과세 2년 유예’ 국민동의청원에 5만3,809명이 동의해 9월 14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 회부되면서 이미 세 차례 미뤄진 과세를 다시 미룰지가 논쟁으로 되살아났다.

부총리 답변이 ‘예정’에서 ‘폭넓게 수렴’으로 바뀐 8일
부총리의 표현은 8일 사이 달라졌다. 9월 28일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현재 세법상 이미 내년부터 과세하는 것으로 예정돼 있다”고 했고, 국세청 고시도 “최대한 서둘러서 준비하겠다”고 했다. 10월 6일에는 국회에서 제기되는 의견과 함께 전문가·업계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국감에서 세수 추계를 묻는 질의에는 “굉장히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이 사실 있다”며 내년부터 신고를 받아야 추정이 된다고 설명했다. 스테이킹·채굴·에어드롭·디파이(DeFi)의 과세 기준을 담을 국세청 고시는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답했다.
이 답변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평가가 갈린다. 김현동 배재대 교수는 이미 법으로 시행 시기가 정해졌고 세 차례나 유예된 상황에서 여론을 더 살피겠다는 태도가 세제를 관장하는 재정당국 수장으로서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유예를 정하지도, 시행을 못 박지도 않은 가운데 논쟁의 초점은 답변 자체보다 준비 상황으로 옮겨갔다.
시행론도 유예론도 ‘인프라’를 말한다…쟁점은 손익 계산과 거래 포착
결론은 정반대인데 근거는 같은 곳에서 나온다. 김현동 교수는 과거 유예 당시 제기됐던 과세 인프라와 입법상 미비가 “상당 부분 보완되고 있다”고 봤다. 해외 거래소 거래도 거래정보 교환협정 등을 통해 집행력이 상당히 확보돼 있다는 판단이다. 반대편은 같은 인프라를 두고 달리 말한다. 오문성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한국조세정책학회장)는 5월 7일 박수영 의원이 주최하고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 닥사(DAXA)가 후원한 토론회에서, 최근 5년간 인프라 미비 문제의 “실질적 해소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9월 3일 닥사와 한국조세법학회가 공동주관한 토론회에서는 유예보다 설계 보완에 무게를 둔 발언이 나왔다. 박종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여·소비대차는 이자, 수익분배형은 배당, 사업적 채굴은 사업소득처럼 거래 유형별로 소득을 나누고 손익통산과 손실 이월공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김태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보고서가 아닌 토론 발언에서,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면 양도소득에 적용되는 조세회피 방지 규정 일부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어 시행 전 점검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김경아 한양사이버대 세무학과 교수는 거래소 사이 이전 때 취득가액 정보를 넘기는 표준 명세서를 제안했다.
납세자 쪽 부담은 타이거리서치 안광호 연구원의 말에서 드러난다. 그는 여러 거래소와 개인지갑을 오가며 매매하는 코인 투자 특성상 일반 개인이 손익을 완벽히 계산해 신고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과세당국 쪽 사정은 국회예산정책처가 9월 17일 낸 나보포커스 176호에 정리돼 있다. 이 보고서는 시행 찬반을 밝히지 않았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한국이 2027년 첫 정보교환 그룹에 속해 해외 거래 정보를 OECD 체계(CARF)로 받게 되고, 역외거래 부과제척기간이 7년(부정행위 15년)이라 사후 과세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2026년 7월 디지털자산총괄과를 신설했고 ‘가상자산 통합분석시스템’을 2026년 말 구축할 계획이다. 스테이킹·렌딩·하드포크·에어드롭 과세 기준은 아직 불확실해 고시·예규를 미리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짚었다.
시행론은 인프라가 채워지고 있다고 보고, 유예론은 채워지지 않았다고 본다. 보완론은 설계부터 고치자고 한다. 처방은 제각각이지만 세 진영이 실제로 다투는 것은 과세 여부보다 손익을 어떻게 계산하고 거래를 어떻게 잡아낼지다.
연 250만 원 넘는 소득에 20%…손익은 납세자가 직접 계산한다
소득세법은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생긴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한다. 연 소득금액이 250만 원 이하면 과세하지 않고, 넘으면 250만 원을 뺀 금액에 20%(지방소득세 포함 22%)를 적용한다. 1,000만 원에 산 코인을 2,250만 원에 팔았다면 차익 1,250만 원에서 250만 원을 뺀 1,000만 원에 22%가 붙어 세금은 220만 원이다. 2027년 1월 1일 전에 이미 가진 가상자산은 2026년 12월 31일 시가와 실제 취득가액 중 큰 금액을 취득가액으로 본다.
| 항목 | 내용 |
|---|---|
| 소득 구분 | 기타소득(분리과세) |
| 과세 기준 | 연 250만 원 이하 과세 안 함, 넘으면 250만 원을 빼고 계산 |
| 세율 | 20%(지방소득세 포함 22%) |
| 2027년 전 보유분 취득가액 | 2026년 12월 31일 시가와 실제 취득가액 중 큰 금액 |
| 적용 | 2027년 1월 1일 이후 양도·대여분(2022년부터 세 차례 유예) |
| 첫 신고 | 2028년 5월 |
자료: 소득세법(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국회예산정책처
손실 처리도 쟁점이다. 가상자산 손실은 다른 소득과 통산할 수 없고 다음 해로 넘겨 공제할 수도 없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내외 주식·파생상품 양도손실도 이월공제가 허용되지 않고, 미국과 영국은 허용한다.
투자자 설문 73.7% 반대…반대자 중 51.5%는 보완되면 수용
타이거리서치는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 2,423명을 대상으로 한 ‘2026 국내 가상자산 과세에 대한 인식조사’를 9월 23일 발표했다. 조사는 피앰아이가 수행했고 조사 기간과 방식은 공개되지 않았다. 전체 응답자의 73.7%가 과세에 반대했다. 다만 반대자 중 51.5%는 보완이 이뤄지면 수용하겠다고 답했고, 과세가 필요하다고 동의한 응답자 중 74.5%는 유예·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설문 응답자(투자자 2,423명)와 청원 동의자(자발 참여)는 모두 국민 전체를 대표하지 않는다.
청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서 동의 5만 명을 넘긴 과세 유예·폐지 청원은 2024년 이후 4건이다. 2024년 3월 청원(5만2,218명)은 임기만료로 폐기됐고, 같은 해 11월 청원(8만296명)은 본회의에 부의되지 않았다. 2026년 5월 ‘가상자산 과세폐지’ 청원(5만8,571명)과 8월 ‘코인과세 2년 유예’ 청원(5만3,809명)은 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시행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납세의식에 미치는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수평적 공평이며, 가상자산과 주식 양도에 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상식”이라고 말했다.
앞선 세 차례 유예는 모두 국회의 소득세법 개정으로 결정됐다. 국회예산정책처가 9월 정리한 기준으로 국회에는 시행 유예 법안 3건과 과세 폐지 법안 1건이 계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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