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경매사 71%·국내 99%…같은 회복일까

딜로이트가 7월 발표한 집계에서 크리스티·소더비·필립스 세계 3대 경매사의 올 상반기 낙찰 매출은 약 67억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71% 늘었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부설연구소 카이가 7월 말 낸 상반기 보고서에서는 국내 주요 경매사 7곳의 낙찰총액이 1108억666만 원으로 99.05% 늘었다.
두 수치가 나온 지 석 달가량 지났다. 10월 14일 프리즈 런던 개막을 앞두고 미술 경매 상반기 성적표를 다시 펼쳐보면 총액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점 말고는 닮은 구석이 많지 않다.
총액은 둘 다 늘었는데 거래 지표는 반대로 움직였다
딜로이트는 크리스티·소더비·필립스 3사의 낙찰 매출을 달러로 집계했고, 카이는 국내 경매사 7곳의 낙찰총액을 원으로 집계했다. 모집단도 통화도 다르니 두 증가율은 크기보다 안쪽 구성을 봐야 한다. 거래 지표가 갈리는 곳도 거기다.
세계 3대 경매사는 경매 횟수가 10.3% 늘었다. 온라인 경매 매출은 5억6,200만 달러로 54.9% 늘어 전체 낙찰 매출의 8.2%를 차지했다. 국내는 출품작이 9607점에서 8547점으로 11.03% 줄었고, 온라인 낙찰총액은 72억9186만 원에서 59억9386만 원으로 17.8% 줄었다. 온라인 경매 횟수도 78회에서 56회로 감소했다. 국내 오프라인 낙찰총액은 483억7650만 원에서 1048억1321만 원으로 116.7% 늘었다. 총액을 끌어올린 건 사실상 오프라인 현장 경매였다.
| 지표 | 세계 3대 경매사(딜로이트) | 국내 7개 경매사(카이) |
|---|---|---|
| 낙찰총액 | 약 67억 달러, +71% | 1108억666만 원, +99.05% |
| 거래 규모 | 경매 횟수 +10.3% | 출품작 -11.03% |
| 고가 거래 | 라이브 로트당 평균 낙찰가 +96.5% | 10억 원 이상 낙찰 1점 → 8점 |
| 온라인 | 온라인 경매 매출 +54.9% | 온라인 낙찰총액 -17.8% |
2026년 상반기,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딜로이트는 3사·달러, 카이는 국내 7곳·원 기준. 자료: 딜로이트 보도자료,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부설연구소 카이 상반기 보고서(언론 보도 기준)
두 점이 증가액의 46%…국내 총액을 끌어올린 고가작
국내 낙찰총액 증가분의 거의 절반은 작품 두 점에서 나왔다. 3월 서울옥션에서 나라 요시토모의 「Nothing about it」이 150억 원에 낙찰돼 국내 경매 최고가를 새로 썼고, 쿠사마 야요이의 「Pumpkin」이 104억5000만 원에 팔렸다. 두 점 합계 254억5000만 원은 상반기 총액의 23.0%, 전년 대비 증가액 551억3831만 원의 46.2%에 해당한다. 지난해 상반기 최고가는 이우환의 「Dialogue」 16억 원이었다. 10억 원 이상 낙찰은 1점에서 8점으로 늘었고, 이 가운데 5점이 해외 작가 작품이다.

경매사별로 보면 쏠림이 더 또렷하다. 두 점을 판 서울옥션은 210억3175만 원에서 623억2670만 원으로 196.3% 늘었다. 케이옥션은 252억1500만 원에서 386억8090만 원으로 53.4% 늘었고, 에이옥션은 37.9%, 라이즈아트는 20.2% 줄었다.
카이는 이 지표를 시장 전반의 회복으로 읽지 않았다. 보고서는 화려한 숫자가 “시장 전반의 회복이 아니라 검증된 국제 블루칩 작품과 상위 경매사에 거래가 집중된 결과”라고 진단하고, 판매자가 내건 제시가와 시장에서 검증된 가격을 구분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본지가 계산해 보면 두 점을 빼도 낙찰총액은 853억5667만 원으로 53.3% 늘어난다. 쏠림이 컸을 뿐 나머지가 제자리였던 건 아니다.
글로벌은 중간층까지 돌아왔나, 엇갈리는 해석
해외 쪽 해석은 엇갈린다. 시장조사업체 아트택틱의 앤더스 페터슨 창립자는 회복이 “최상위의 화제성 결과보다 훨씬 넓다”고 봤다. 데이세일이 강했던 덕에 “시장 중간 핵심부에도 신뢰가 돌아왔다”는 설명이다. 아트택틱은 같은 3사를 수수료 포함, 자동차 경매 제외로 집계해 68억 달러, 70% 증가로 봤다. 딜로이트의 71%와는 별개 집계다. 아트택틱 보고서를 인용한 영국 미술 전문지 보도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낙찰된 로트는 33,474개로 기록을 새로 썼고, 5만~50만 달러 구간도 강한 성장을 보였다.
반대 신호도 같은 자료 안에 있다. 소더비 런던이 6월에 연 루이스 컬렉션 한 건이 3억9,000만 달러로, 런던 상반기 총액의 약 28%였다. 딜로이트 집계에서는 라이브 경매 로트당 평균 낙찰가가 약 103만 달러로 96.5% 올랐고, 상반기 상위 5개 로트의 평균 낙찰가는 1억520만 달러를 넘었다. 딜로이트 컨퍼런스에 참석한 피에트로 리파 피데우람 프라이빗 뱅커는 올해 상반기의 비교 대상이 성과가 덜 화려했던 2025년 상반기라는 점을 짚었다. 기저가 낮아 증가율이 부풀려 보일 수 있다는 얘기다.
같은 자리에서 에르네스토 란칠로 딜로이트 프라이빗 리더는 2025년 하반기 2차 시장에 나타난 회복 신호가 이번 상반기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가을 단일 소유 컬렉션 경매의 성공이 판매자 신뢰를 높여 “고품질 작품 출품”을 끌어냈을 가능성도 거론했다.

2025년 연간 경매 성장도 100만 달러 넘는 작품에 몰렸다
시야를 2025년 한 해로 넓히면 비슷한 그림이 나온다. 아트바젤과 UBS가 낸 2026 글로벌 미술시장 보고서는 2025년 경매 매출을 207억 달러로 집계했다. 전년보다 9% 늘어난 규모다. 전체 미술시장은 596억 달러로 4% 늘었다. 성장은 가격대별로 고르지 않았다. 100만 달러를 넘는 거래는 21%, 1,000만 달러를 넘는 거래는 30% 늘었지만 5만 달러 미만은 2% 줄었다. 보고서는 경매 성장이 “시장의 최상단에 집중”됐다고 적었다. 다만 2025년 연간 수치라 올해 상반기 집계와 이어 붙일 수는 없다.
보고서를 쓴 아츠 이코노믹스의 클레어 매캔드루 창립자는 2025년을 수축에서 완만한 성장으로 돌아선 해로 규정하고, 보호무역과 무역 분절을 장기 위험으로 꼽았다.
국내 1차 시장은 분위기가 다르다. 카이가 게이트키퍼 70명을 설문한 결과 1차 시장 전망은 부정 35.7%, 긍정 20.0%, 중립 44.3%였다. 낙찰 집계가 아니라 시장 관계자의 인식을 물은 설문이다. 카이는 위쪽에 몰린 낙찰을, 페터슨은 중간층까지 번진 회복을 말한다. 두 진단이 가리키는 시장의 층위가 다르다.
프리즈 런던과 프리즈 마스터스는 10월 14일부터 18일까지 런던 리젠트파크에서 열린다. 14일은 초청 프리뷰이고, 일반 관람은 15일부터 18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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