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사전 규제는 신중할 필요”…배달앱 수수료 상한 법안 3건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를 둘러싼 법안 3건(이강일·박정훈·김남근 의원안)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9월 16일 법안심사소위 상정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불발됐고, 소위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세 법안은 입점업체의 수수료 부담을 줄인다는 목표를 같이하지만, 지난 3월 법안 상정 때 나온 정무위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는 거래금액의 일정 비율로 상한을 긋는 방식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9월 30일과 10월 2일 학회 토론회에서도 학계·연구기관 참석자들이 비슷한 신중론을 냈다.

검토보고서도 인정한 입점업체 부담 경감…15%를 재는 범위는 법안마다 다르다

목표 자체는 검토보고서도 인정했다. 전문위원은 수수료 규제가 “입점업체의 수수료 부담을 경감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음”이라고 적었고, 업계 자율규제인 상생협의체가 “사실상 성공을 거두지 못하였던 점”도 짚었다.

현장에서도 같은 요구가 나온다. 9월 11일 을지로위원회와 이강일·김남근 의원이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서 김진우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은 중개·결제 수수료와 점주 부담 배달비를 합친 “총 비용에 대한 합리적 상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만 5,000원짜리 주문이면 점주가 감당하는 비용이 최대 6,700원에 이른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9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전체적인 부담이 내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상한을 긋는 범위부터 법안마다 갈린다. 이강일안은 중개·결제수수료와 광고비를 대상으로 대통령령이 비율을 정한다. 박정훈안은 배달비까지 합친 비용이 주문 매출액의 15%를 넘지 못하게 하고, 김남근안은 상한 비율 없이 영세 업체에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한다. 김남근안의 적용 대상은 총매출액 100억 원 이상, 총판매금액 1,000억 원 이상, 월평균 국내 이용자 1천만 명 이상 사업자다.

구분 이강일안 박정훈안 김남근안
형식 배달플랫폼법 제정 공정거래법 개정 음식배달플랫폼 이용료법 제정
발의 2025년 10월 2일 2025년 10월 10일 2025년 12월 9일
규제 대상 비용 중개·결제수수료·광고비 총액(배달비는 별도 최저·최고 한도) 배달비·중개·결제수수료·광고비 등 합계 수수료(상한 비율 없음)
방식 거래금액 15%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상한, 영세·중소 차등 가능 주문 매출액의 15% 초과 금지 영세·소규모 사업자에 공정위 고시 우대 수수료율(시행 후 3년 한시)
제재 과징금 매출액 3% 이내 등 과징금 매출액 6% 이내, 형사처벌 시정명령·이행강제금·과징금 등

자료: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의안원문(이강일안·박정훈안·김남근안), 정무위원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2026년 3월)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미국 15% 상한 도입 지역 대부분 폐지

검토보고서가 먼저 문제 삼은 것은 상한을 누가, 어떻게 정하느냐였다. 이강일안은 상한 한도를 사실상 정부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구조다. 박정훈안은 합산 대상에 “등”이 붙어 다른 비용이 포함될 수 있고, 김남근안은 우대 수수료율을 고시에 맡긴다. 전문위원은 이 때문에 예측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는 업계 단체의 의견도 실렸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한국온라인쇼핑협회는 광고비까지 포함한 상한이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과잉규제”이고 “15%라는 수치에 대한 실증적 근거도 부족”이라는 의견을 냈다.

영수증이 출력되는 매장 단말기. 배달앱 수수료 정산 부담 자료사진
영수증이 출력되는 매장 단말기. 자료사진 Pixabay

상한을 먼저 도입한 곳의 사례도 있다. 보고서는 2020년 15% 상한을 도입한 미국 14개 지역에서 독립 레스토랑 매출이 줄고 체인 매출이 늘었으며 평균 배달 비용과 시간도 늘었다는 2025년 미국 학술지(Information Systems Research)에 실린 리(Li)·왕(Wang)의 연구를 소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포틀랜드를 빼면 대부분 폐지됐다. 전문위원은 이를 “풍선효과의 하나로 볼 수 있다”고 적었다. 공정위는 같은 사례에 대해 “상한제 자체로 발생한 효과라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공정위 입장은 법안별로 갈린다. 이강일안에는 입법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업계 현황 분석 없이 일률 15% 상한을 두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박정훈안은 시장지배적지위 남용과 동일시하는 것이 과도하다는 의견이다.

비율 상한 뒤 비용은 최소주문금액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지적

풍선효과는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듯 규제한 항목의 부담이 규제하지 않은 항목으로 넘어가는 현상을 가리킨다. 배달에서 왜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는지는 학회 토론회에서 구체적으로 나왔다. 10월 2일 한국상품학회 토론회에서 이유석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배달이 주문마다 라이더 노동과 이동 비용이 반복해서 드는 서비스라 “박리다매” 논리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거래금액에 비례해 상한을 걸면 소액 주문에서 비용을 회수하기 어려워지고, 그 비용이 최소주문금액 인상이나 외곽 지역 배달 조건 변경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토론회에서 김태영 중앙대 동북아유통물류연구소 소장은 “수수료 부담 완화가 수익의 개선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비용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면 주문이 줄 수 있다는 취지였고, 대안으로 중개수수료·배달비·광고비를 합산해 보여주는 통합부담률 공시를 제시했다.

9월 30일 정보통신정책학회와 한국경쟁법학회 공동세미나에서 이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수수료 상한 규제 같은 사전 규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규제 회피 가능성이 높고 시장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으며 해외 기업에 적용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는 설명이다. 대안으로는 매출 규모별 차등 수수료를 거론했는데, 모형상으로는 저매출 업체의 참여와 후생이 늘 가능성이 있지만 실제 효과는 검증이 필요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최요섭 한국외대 교수도 가격 상한을 적절한 수준으로 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짚었다.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쟁점, 시민사회는 총거래비용 상한을 말한다

신중론의 반대편도 있지만, 15% 상한을 그대로 지지하지는 않는다. 법안을 추진하는 의원들이 주최한 9월 11일 토론회에서 서치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배달플랫폼 규제가 특정 수수료율을 정하는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중개수수료·배달비·광고비·결제수수료를 합친 총거래비용에 상한을 두고 우회 전가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치원 변호사는 플랫폼 관련 비용이 매출의 15~30%에 이르는 반면 음식점 평균 영업이익률은 5~10%라고 설명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운영정책·광고정책·노출 기준까지 거래조건으로 규율하고 중대한 불이익 변경에는 별도 동의 절차를 두자고 했다.

공정위는 검토보고서에서 김남근안에는 찬성 의견을 냈다. 배달플랫폼노조는 10월 2일 성명에서 배달비 하한에는 공감하되 상한은 “서두를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상한제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민의힘도 국정감사를 마치면 소위 심사 안건으로 올리자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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