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 직접 안 정한다”…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대신 공개부터

2026년 8월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중소벤처기업부·고용노동부 합동 하반기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공정위와 중기부에 배달앱 수수료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자영업자가 “배달앱 수수료를 내고 나면 정산금이 절반 수준밖에 남지 않는다”고 건의하자, 대통령은 “독점에 따른 과도한 수수료 문제를 적절하게 통제할 수 있다면 주어진 권한을 활용해 통제해 나가자”고 답했다.
같은 날 하반기 업무추진계획을 발표한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수료 상한제에 대해 “상한을 지나치게 낮게 책정하지 않는 이상 법률상으로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이번에 먼저 꺼낸 카드는 상한의 높이가 아니라, 소비자가 내는 최종결제금액이 어떤 항목으로 쪼개지는지를 공개하도록 하는 의무화 조치였다.
“가격은 제소당할 일”이라는 대통령의 선긋기
대통령의 발언은 자영업자의 호소에 대한 답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산금이 절반밖에 남지 않는다는 건의에 “독점에 따른 과도한 수수료 문제를 적절하게 통제할 수 있다면 주어진 권한을 활용해 통제해 나가자”고 답하면서도, 정부가 값을 직접 정하는 방식에는 명확히 선을 그었다. “가격을 직접 정하는 것은 제소당할 일이다. 시장 원리에 반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은 “수수료 통제를 (정부가) 직접 해보면 어떻겠느냐는 것인데 그건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고도 말했다. 대신 내린 지시는 “공정위와 중기부가 협력해 필요한 조치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는 것이었다.

정부가 가격 통제 대신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는, 곧이어 열린 공정거래위원장의 기자간담에서 드러났다.
“상한, 지나치게 낮지만 않으면”…위원장이 남긴 조건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하반기 업무추진계획을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나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상한을 지나치게 낮게 책정하지 않는 이상 법률상으로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위원장은 배달앱 시장 상황에 대해 “일반적인 오프라인 시장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독과점화가 진행됐다”고 짚었다. 다만 “우리나라의 배달앱 수수료율은 선진국에 비해서 높은 것도, 낮은 것도 아니지만 평균 이상”이라는 진단도 함께 내놓았다. 위원장이 그리는 목표는 “영세 소상공인의 배달앱 수수료를 낮게 가져갈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짚어야 할 대목이 있다. 위원장의 발언은 상한제를 배제한 것이 아니라 조건을 단 것이다. 법률상 가능하다고 이미 밝힌 이상, 정부가 항목 공개부터 먼저 꺼냈다고 해서 상한제 카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가능하다고 말해놓고 왜 상한제부터 시작하지 않았을까.
먼저 나온 건 상한이 아니라 공개 의무화였다
답은 정부가 실제로 추진 중인 조치에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상생협력법 개정안을 준비해 왔다. 온라인플랫폼까지 적용 대상을 넓히는 내용으로, 발의자는 송재봉 의원이다. 개정안이 담은 공개 의무화 항목은 ▲플랫폼별 수수료와 정산기한 ▲정산기간 단축 ▲입점업체 데이터 제공 ▲거래조건 공개 ▲수수료와 판매액 배분 현황 ▲광고·상품 노출 알고리즘의 공개 여부다. 송 의원은 이번 주 안에 대표 발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법안소위 검토를 거쳐 연내 개정이 목표다. 실제 발의 여부는 8월 7일 현재 별도로 확인되지 않았다.
공정위도 같은 방향을 겨눈다. 3대 플랫폼 분야에 대한 심층조사다. “오픈마켓과 배달, 숙박 등 플랫폼 3대 분야에 대해서는 수수료와 대금 정산기간, 입점업체 피해 현황을 심층 조사한다”는 게 공정위가 밝힌 조사 범위다. 조사 결과는 플랫폼공정화법과 배달플랫폼법 등 입법 논의에 활용될 예정이다. 세 분야의 조사 항목은 아래와 같다.
| 분야 | 조사 항목 | 현재 단계 |
|---|---|---|
| 오픈마켓 | 수수료·대금 정산기간·입점업체 피해 현황 | 심층조사 진행 중 |
| 배달 | 수수료·대금 정산기간·입점업체 피해 현황 | 심층조사 진행 중 |
| 숙박 | 수수료·대금 정산기간·입점업체 피해 현황 | 심층조사 진행 중 |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2026년 하반기 업무보고(8월 4일). 조사 결과는 플랫폼공정화법·배달플랫폼법 등 입법 논의에 활용될 예정이다.
정부가 먼저 손댄 지점이 상한의 높이가 아니라 수수료의 구성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상한을 씌운 곳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상한을 씌운 도시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해외에는 앞선 사례가 있다. 미국 뉴욕시는 2021년 배달 수수료를 15%로 제한하는 상한제를 도입했다. 다만 광고 등 다른 항목에는 별도로 5%까지 부과할 수 있게 했고, 카드수수료 3%까지 더해지면 실제로는 총 23%까지 부과할 수 있는 구조였다. 도입 이후 주문당 평균 수수료와 앱 내 가격이 오히려 올랐고 음식점 매출과 배달원 소득은 줄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체인 음식점의 매출은 늘어난 반면 소규모 독립 음식점의 매출은 줄었다는 분석도 함께 나왔다. 플랫폼이 상한 밖에서 손실을 만회할 길을 찾으면, 정작 협상력이 약한 쪽이 그 부담을 떠안는다는 것이다.
이 사례가 국내에 그대로 적용될지는 다른 문제다. 시장 구조도, 상한 수준도, 플랫폼과 입점업체의 힘의 균형도 다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상한제를 보는 시선이 갈린다.
상한제를 보는 시선, 자영업자 안에서도 갈린다
상한제를 둘러싼 목소리는 정부 밖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다. 아래 두 견해는 8월 4일 발표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나온 이야기다.
이호준 경기도골목상점연합회장은 지난 4월 28일 “이제는 국회가 배달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상공인 현장에서 나온 강한 도입 촉구다. 같은 날 김준영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 의장은 결이 다른 지적을 내놓았다. 상한제 자체보다 매출 구간을 나누는 기준이 먼저 문제라는 것이다. 플랫폼이 제시하는 매출 구조가 국세청 기준이 아니라 배달앱 자체 매출 기준이어서, 하루 매출 9만원만 팔아도 상위 구간에 포함되는 경우가 생긴다는 지적이다. 상한을 씌워도 구간을 나누는 잣대 자체가 어긋나 있으면 효과가 제대로 미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난 3월 3일 “소비자는 모여서 행동하지 않고 각자 조용히 떠난다”고 말했다. 수수료에 상한을 씌우면 플랫폼이 그 부담을 배달비 인상이나 무료배달 축소 같은 형태로 소비자에게 넘기고, 소비자는 항의 대신 조용히 이용을 줄인다는 뜻이다. 상한제가 소상공인의 부담을 낮추는 대신 소비자 이탈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경고다.
지금까지 확정된 것은 많지 않다. 공정위의 3대 분야 심층조사는 진행 중이고 결과가 언제 나올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상생협력법 개정안은 8월 7일 현재 발의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수수료 상한제는 위원장이 법률상 가능하다고 밝혔을 뿐, 도입 여부나 시행 시기에 대한 정부 방침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다음으로 확인할 지점은 두 가지다. 상생협력법 개정안의 실제 발의 여부, 그리고 공정위 3대 분야 조사 결과가 어떤 입법안으로 이어지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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