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 읽기] 기업경기전망 89.9…석유화학 57.7 최저

한국경제인협회(FKI)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89.9다.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7월 말 진행한 이번 조사에서 종합 지수는 5개월 연속 기준선 100을 밑돌며 석 달 만에 다시 80대로 내려앉았다. 같은 조사 안에서도 온도차는 컸다. 전자·통신장비 전망치는 118.8인데 석유정제·화학은 57.7에 그쳐 두 업종 사이 격차만 61.1포인트에 달했다.
89.9, 5개월 연속 기준선 아래…자금사정은 3년 7개월 만에 최저
한국경제인협회는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매달 BSI를 조사해 다음 달 전망치를 발표한다. 8월 전망치 89.9는 7월 실적(94.4)보다 4.5포인트 낮은 수치이자, 3월(102.7) 이후 다섯 달째 기준선 100을 밑돌고 5월(87.5) 이후 석 달 만에 다시 80대로 내려앉은 결과다. 한경협은 기준선을 “100보다 높으면 전월 대비 긍정 경기 전망, 100보다 낮으면 부정 경기 전망”이라고 정의한다.
부문별로는 제조업이 88.4, 비제조업이 91.5로 나란히 기준선 아래 머물렀다. 수출 전망은 100.0으로 기준선에 걸쳐 상대적으로 나았고, 투자는 97.0을 기록했다. 가장 낮은 항목은 자금사정 87.8이다. 2023년 1월 이후 3년 7개월 만의 최저치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반도체 등 일부 수출업종이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지만 “중동정세가 다시 불안정해지며 전반적인 기업 심리가 위축되는 모습”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정유·석유화학 산업의 사업 재편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원자재·물류비 부담 완화 등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자·통신장비 118.8, 석유정제·화학 57.7…같은 조사에서 61포인트 갈렸다
89.9라는 종합치만 보면 전 업종이 골고루 위축된 것처럼 읽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림이 다르다. 같은 한경협 조사에서 전자·통신장비 업종의 8월 전망치는 118.8로 기준선을 크게 웃돌았다. 여가·숙박·외식(116.7), 식음료·담배(105.6)도 100을 넘겨 낙관 쪽에 섰다.
정반대편에는 석유정제·화학이 있다. 8월 전망치 57.7은 2009년 2월(54.5) 이후 17년 6개월 만의 최저치다. 전자·통신장비와의 격차는 61.1포인트에 이른다. 종합 89.9는 두 업종을 평균한 값이 아니라 600대 기업 전체 응답을 집계한 수치다. 업종별로 갈린 응답이 하나의 지수로 합쳐지면서 양극단이 가려진다.

산업연구원은 반도체 156·철강 67…한국은행만 방향이 반대였다
업종별 온도차는 한경협 조사에만 있는 게 아니다. 산업연구원이 업종 전문가를 대상으로 매달 조사하는 산업경기 전문가 서베이(PSI)에서도 8월 전망치는 95로 전월 103보다 8포인트 낮아졌다. 반도체는 156으로 호조를 이어갔고 정보통신기술(ICT)도 108로 기준선을 넘겼지만, 자동차는 전월 107에서 83으로 급락했고 화학은 83, 철강은 11포인트 내린 67에 그쳤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분기마다 발표하는 제조업 BSI는 결이 다르다. 3분기(7~9월) 전망치는 80으로 전분기 76보다 4포인트 올랐다. 수출기업 지수가 70에서 86으로 뛰며 상승을 이끌었다. 이 수치는 월간이 아니라 분기 단위로 집계돼 한경협·산업연구원의 월간 전망과 나란히 놓고 비교하기는 어렵다.
가장 뚜렷한 엇갈림은 한국은행에서 나왔다. 한국은행이 전국 3,524개 기업 중 응답한 3,193곳(응답률 90.6%)을 조사해 산출하는 기업심리지수(CBSI)는 7월 실적이 98.5로 전월보다 0.8포인트, 8월 전망은 96.5로 1.3포인트 각각 올랐다. 한경협 조사가 후퇴를 가리킨 같은 시기에 한국은행 조사는 개선을 가리켰다. 두 지표는 기준선 정의부터 다르다. 한국은행은 CBSI 기준선을 “장기평균치를 100으로 두고 100보다 크면 장기평균보다 낙관적”이라는 방식으로 산출해, 전월 대비로 매기는 한경협 기준선과 성격이 다르다.
네 조사는 애초에 묻는 대상이 다르다. 한경협은 매출 상위 600대 기업을, 한국은행은 전국 3,524개 기업 가운데 응답한 3,193곳을, 대한상의는 제조기업 2,470곳을 분기 단위로 조사하고, 산업연구원은 기업이 아니라 업종 전문가에게 묻는다. 표본과 조사 주기가 서로 달라 네 수치를 한 줄에 놓고 우열을 가리기는 어렵다.
6월 실측은 6년 만의 최대 증가였다…심리와 실적 사이의 두 달
체감 지표가 조사기관마다 다른 그림을 그리는 사이, 실제로 집계된 생산·투자 통계는 한쪽으로 뚜렷했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7월 31일 발표한 6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산업생산은 전월보다 2.3% 늘어 2020년 6월 이후 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광공업생산은 6.4% 늘었고 그중 반도체 생산이 4.5% 증가하며 상승을 이끌었다. 설비투자는 5.8%, 소매판매는 2.7% 늘었다.
다만 두 통계를 나란히 놓고 하나의 결론으로 합치기는 조심스럽다. 산업활동동향은 6월에 실제로 벌어진 일을 집계한 실적치이고, BSI는 8월에 무엇이 벌어질지를 기업이 미리 답한 전망치다. 두 달의 시차가 있는 데다 성격 자체가 다른 숫자다.
전자·통신장비(118.8)와 석유정제·화학(57.7) 사이의 간극이 다음 달에도 이어질지는 8월 말 나올 7월 산업활동동향과 한경협의 9월 BSI 전망치가 다음 확인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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