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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빈은 대부분 12단”…HBM4 8단론, 제품마다 갈린 점검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10월 8일 인사이트에서 엔비디아 차세대 GPU 베라 루빈(Vera Rubin)에 들어가는 HBM4가 대부분 12단 구성으로 수렴하는 추세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8월 말부터 해외 매체를 중심으로 나온 ’12단에서 8단으로 낮춘다’는 보도와 반대 방향이다. 다만 8단 전환을 다룬 트렌드포스(8월 4일)와 세미애널리시스(9월 13일)의 분석은 상위 제품인 루빈 울트라가 대상이었고, 엔비디아·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단수 변경을 공식 언급하지 않았다.

세 기관이 가리킨 제품은 서로 달랐다.

HBM 적층 단수에 대한 기관별 점검
발표일 기관 대상 제품 요지
8월 4일 트렌드포스 루빈 울트라 12-Hi HBM4e 외 8단 등 대안 검토, 최종 사양 미정
9월 13일 세미애널리시스 루빈 울트라 8단으로 결정(자체 분석), GPU당 192GB
9월 21일 트렌드포스 HBM4/4e 공급사가 수율 위해 12단→8단 전환 저울질(리포트 요약)
10월 8일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루빈 HBM4 대부분 12단 구성으로 수렴 추정

카운터포인트 “루빈 대부분 12단 수렴 추정”…ASIC 4단도 안 보였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공개한 인사이트는 단수 하향 조정설을 일축하는 내용이다. 엔비디아가 주요 HBM 공급사에 주력 제품 사양을 12단에서 8단으로 낮춰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가 이어졌고, 맞춤형 AI 반도체(ASIC)에서는 비용 부담으로 4단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카운터포인트는 이 흐름과 반대로 보았다. 같은 글에서 “대부분의 루빈 탑재 제품은 오히려 12단 구성으로 수렴하는 추세로 추정된다”고 적었다.

근거로 든 것은 AI 워크로드의 성격이다. 카운터포인트는 이 분야에서 “비용 절감보다 대역폭과 용량을 함께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글에는 12단 제품의 구체적 비중을 나타내는 수치가 없다. 문장도 ‘확정’이 아닌 ‘추정’이다.

ASIC은 별개의 이야기다. 카운터포인트는 “ASIC 솔루션에서도 우려와 달리 4단 제품은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비용 부담으로 4단까지 내려간다던 분석을 겨냥한 말이어서, 루빈의 12단 이야기와는 따로 읽어야 한다.

8단 논의는 루빈 울트라로…세미애널리시스 288GB에서 192GB

8단이 구체적으로 거론된 제품은 루빈 울트라다. 트렌드포스는 8월 4일 보도자료에서 엔비디아가 올해 3분기부터 루빈 울트라의 HBM 구성 검토 범위를 원래의 12-Hi HBM4e 설계에서 8-Hi HBM4e, 12-Hi HBM4, 8-Hi HBM4 대안까지 넓혔다고 밝혔다. 2025년부터 2026년 상반기까지 기준선은 12-Hi HBM4e였다. 최종 사양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 트렌드포스의 설명이다.

트렌드포스가 꼽은 원인은 둘이다. 2027년 D램 공급이 빠듯해 HBM에 배정할 웨이퍼가 제한되고, 12-Hi HBM4e의 검증 일정과 수율 상승이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엔비디아가 사양을 낮춘다면 D램 적층 단수를 줄이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트렌드포스는 내다봤다.

세미애널리시스는 한 걸음 더 나갔다. 9월 13일 뉴스레터에서 엔비디아가 루빈 울트라에서 8단으로 가기로 결정했다고 분석했다. GPU당 HBM 용량은 일반 루빈·B300의 288GB에서 192GB로 내려간다. 3분의 1이 줄어드는 셈이다. 같은 글은 일반 루빈을 288GB로 적고 있어, 루빈에 대해서는 카운터포인트가 말한 12단과 방향이 같다. 엔비디아는 2025년 3월 공개한 로드맵에서 루빈 울트라에 HBM4E 1TB를 예고했는데, 이는 컴퓨트 다이 4개를 묶은 구성 기준이다. 세미애널리시스는 다이 하나로 환산하면 256GB에서 96GB로 줄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 GPU당 HBM 용량 막대그래프, B300·루빈 288GB, 루빈 울트라 192GB(세미애널리시스 분석)
자료: 세미애널리시스(2026년 9월 13일). 루빈 울트라 192GB는 8단 HBM 기준 분석치이며 엔비디아가 공식 확인한 사양이 아니다. GPU당 용량은 컴퓨트 다이 2개 구성 기준(세미애널리시스)

같은 루빈 울트라를 두고도 트렌드포스는 ‘미정’, 세미애널리시스는 ‘결정’이라고 쓴다. 후자는 분석업체의 판단이며 엔비디아가 확인한 것이 아니다.

단수를 줄여도 대역폭은 그대로, 줄어드는 건 용량

공급이 부족한데 왜 단수를 줄이는지는 HBM의 구조를 보면 풀린다. HBM 한 개의 용량은 쌓은 D램 다이 수에 다이당 용량을 곱한 값이고, 대역폭은 인터페이스 폭과 핀 속도가 정한다. 주차장 층수와 도로 차선에 빗대면, 층을 줄여도 차선은 그대로다. 세미애널리시스도 큐브당 대역폭은 “적층 높이와 관계없이 같다”고 적었다. 32Gb 다이를 쓰는 HBM4E를 기준으로 큐브 용량은 8단이 32GB, 12단이 48GB다.

그러면 줄어드는 것은 용량이고, 얻는 것은 큐브 수다. 세미애널리시스는 엔비디아가 내년에 확보한 N3 로직과 CoWoS 물량을 뒷받침할 만큼의 12단 큐브를 만들기에는 HBM 웨이퍼가 모자란다고 분석했다. 8단으로 가면 같은 웨이퍼에서 큐브가 훨씬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 글의 공동 저자인 Myron Xie는 9월 14일 팟캐스트에서 이번 결정의 가장 큰 이유가 공급이라고 설명했다.

카운터포인트도 공급 부담을 다른 각도에서 짚었다. HBM 생산에 “범용 D램보다 3배 이상의 캐파”가 투입되고, 이것이 범용 D램 공급 부족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설명이다. 세미애널리시스의 설명대로라면 8단은 같은 웨이퍼에서 큐브를 더 확보해 GPU 물량을 뒷받침하려는 선택일 수 있다.

데이터센터 서버 장비 후면 자료사진
서버 장비 후면. 자료사진 / Pixabay

HBM4까지 저울질한다는 트렌드포스…업체 확인은 아직 없다

8단 논의가 루빈 울트라에만 갇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트렌드포스는 9월 21일 리포트 요약에서 HBM4 수율이 낮아 칩 출하가 제약을 받고 있고, 공급사들이 수율을 높이기 위해 HBM4와 HBM4e를 12단에서 8단으로 바꾸는 방안을 저울질한다고 적었다. 리포트 제목은 ‘엔비디아 루빈 램프, HBM 문제로 2027년으로 지연’이다. 공개된 것은 요약 범위여서 지연 규모나 수율 수치는 담기지 않았다. HBM4는 일반 루빈 세대의 규격이다. 어느 쪽 점검이 맞는지는 지금 확인되지 않는다.

국내 메모리 업체와도 맞닿은 문제다. 삼성전자는 2월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했고, 핀당 속도는 11.7Gbps, 12단 제품의 최대 용량은 36GB다. 12단과 8단 가운데 어느 쪽이 엔비디아 물량의 중심이 되는지는 이 사양을 공급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제품 구성과 직결된다. 그러나 엔비디아·삼성전자·SK하이닉스 모두 단수 변경을 공식 언급하지 않았다.

트렌드포스는 단수를 줄이는 검토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2027년 HBM 비트 출하가 전년 대비 50~60% 늘지만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는 못할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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