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전기요금 인상”…한전채 한도 줄면 19조 넘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한국전력의 사채(한전채) 발행한도 특례가 2027년 12월 31일 끝나면 2028년부터 사채 잔액이 법정한도를 19조2,135억 원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9월 29일 낸 「2026 공공기관 현황과 이슈」 보도자료의 분석이다.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은 10월 12일과 19일 국정감사에서 “최소한의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는데, 정부는 같은 시기 비수도권 산업용 전기요금을 최대 10% 낮추는 지역별 요금제를 연내 도입하려 하고 있다.
한전의 사채발행한도는 원래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2배다. 2022년 대규모 적자 뒤 한전법을 고쳐 2027년 12월 31일까지만 5배로 늘렸고, 그 시한이 다가오고 있다.
2028년 한전채 한도 5배에서 2배로, 19조2,135억 원이 넘친다
예산정책처 보고서 수치를 전한 보도에 따르면 특례가 끝나는 2027년 말 한전채 잔액 전망은 76조489억 원이고 2배 기준 한도는 56조8,354억 원이다. 두 수의 차이가 19조2,135억 원이다. 한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기준 사채발행배수는 2025년 3.0배(실적)에서 2027년 2.7배, 2028년 2.3배, 2029년 2.1배로 내려가지만, 한도가 2배로 돌아오는 2028년부터는 그 선 위에 놓인다. 예산정책처는 2029년까지도 한도를 충족하지 못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전도 이 흐름을 부정하지 않는다. 한전은 2030년까지 사채발행배수를 2배 이내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지만, 해명 자료에서는 2027년 말 2배 이내 준수가 어려울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한다고 밝혔다. 예산정책처는 특례 일몰 뒤 한도를 지키려면 전력망 확충 투자계획과 연계해 “중장기 부채 감축 계획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채권으로 더 빌리지 못하면 그 돈을 어디서 마련할지가 숙제로 남는다.
영업이익 8조5천억에서 2조원대로, 18분기째 묶인 연료비 단가
이익으로 메우기도 쉽지 않다.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한전 영업이익은 2025년 8조5,400억 원으로 전년보다 5조3,733억 원 늘었지만, 2026년에는 2조1,892억 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2025년 증가는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판매수익 증가와 국제 연료가격 하락 영향이었고, 예산정책처는 2026년 감소 전망의 배경으로 중동전쟁에 따른 에너지가격 급등을 들었다. 예산정책처는 2024년 흑자 전환도 외부요인에 따른 것으로, 수익구조 자체가 나아진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연결 부채는 올해 6월 말 210조7,000억 원이다.
요금 쪽 사정도 비슷하다. 4분기 연료비조정단가는 kWh당 +5원으로 유지됐다. 2022년 3분기부터 18분기 연속 상한이 적용된 값이고, 실제로 필요한 조정단가는 kWh당 7.3원으로 전해졌다. 김진수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올겨울 기온이 크게 떨어지면 전기요금 “인상 압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중동 전쟁과 카타르 가스시설 피격에 따른 공급 차질로 국제 가스 가격이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송전망 투자까지 겹친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200조원이 넘는 빚에 이자까지 떠안은 한전을 두고 “송전망을 건설할 재원이 어디서 나오겠느냐”고 반문했다.
같은 시기 반대 방향, 비수도권 산업용 최대 10% 인하 설계안
요금을 내리는 쪽의 움직임도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8월 26일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설계안을 공개했다. 전력계통 4개 광역과 균형성장 4개 권역을 기준으로 전국을 11개 지역으로 나누고, 비수도권 산업용 요금을 최대 10%까지 낮추는 지역별 조정요금 항목을 신설한다는 내용이다. 전체 산업용 요금 부담은 연간 약 2조8천억 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고, 연내 제도 도입을 목표로 한다.

증권가는 이 설계안이 한전 판매단가에 미칠 영향을 따로 추정했다. KB증권은 지역별 차등요금제가 시행되면 평균 전력판매단가가 약 3.3%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 이를 도매시장 개편으로 전력구입비를 줄여 상쇄해야 한다고 짚었다. 대신증권 허민호 연구원은 4월 계절·시간대별 산업용 요금 개편으로 0.8~0.9% 낮아진 데 더해, 내년 지역별 산업용 요금제가 도입되면 추가로 5.5~5.9% 인하 효과가 난다고 추정했다. KB증권은 평균 전력판매단가를, 대신증권은 요금을 기준으로 삼았고, 두 수치 모두 제도 시행 시기와 도매시장 개편에 대한 리포트의 가정에 따른 추정이다.
인하와 인상 논의가 같은 요금 체계 안에서 오가지만, 인하가 닿는 범위는 비수도권 산업용에 그친다.
한도를 다시 늘리거나 요금을 바꾸거나, 남은 선택지와 다음 일정
한도를 다시 늘리는 길에도 부담이 따른다. 신용도가 높은 한전채가 대규모로 발행되면 채권시장 자금을 흡수해 일반 기업의 채권 발행 여건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요금 인상만이 답이라는 시각에도 이견이 있다. 기후솔루션은 5월 12일 「한국전력 재무위험 분석 2026」에서 전기료 인상과 함께 발전공기업·민간발전사와의 전력거래 구조 개혁을 함께 권고했다.
반면 윤종일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예측 가능한 전기요금 정상화 모델을 제시하고 단계적으로 요금을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직 확정된 것은 많지 않다. 정부가 확정한 전기요금 인상은 없고, 지역별 요금제의 인하 대상은 비수도권 산업용이다. 앞으로의 일정은 지역별 요금제 최종 고시와 시행일(연내 도입 목표, 날짜 미정), 11월 중순으로 예상되는 한전 3분기 실적 발표, 그리고 2027년 12월 31일 특례 일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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