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풍선효과는 못 막았다는 평가…경기 토허구역 11곳 상승 확대

10·15 대책 1년, 2025년 10월 20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경기 12곳 가운데 11곳은 지정 뒤 51주 동안 아파트값이 지정 전 51주보다 더 올랐다. 한국부동산원 R-ONE 주간 매매가격지수로 계산하면 광명은 1.8%에서 20.8%로 뛰었고, 상승률이 둔화한 곳은 과천(16.6%→5.4%) 하나뿐이다. 이데일리가 10월 15일 발표한 설문에서 부동산 연구기관·학계·시장 전문가 30명이 매긴 대책 종합평가는 평균 50.4점이었다.

광명 1.8%→20.8%, 과천만 16.6%→5.4%로 둔화

비교한 기간은 지정 전 51주(2024년 10월 28일~2025년 10월 20일)와 지정 후 51주(2025년 10월 20일~2026년 10월 12일)다. 10월 20일 주는 앞 기간의 끝이자 뒤 기간의 시작 기준점이다. 표본 아파트 시세를 조사해 만든 지수라 실거래를 전수 집계한 값과는 다르다.

지정 후 51주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곳은 성남 분당구로 21.7%(지정 전 13.8%)였다. 상승률이 지정 전보다 가장 크게 불어난 곳은 광명이다. 1.8%에서 20.8%로 19.0%포인트 늘었다. 용인 수지구는 5.2%에서 20.1%, 안양 동안구는 6.7%에서 19.2%, 수원 영통구는 3.1%에서 18.7%로 올랐다. 수원 장안구(1.8%→7.6%)와 팔달구(1.9%→9.1%)는 오름폭이 작았지만 그래도 지정 전보다는 컸다.

10·15 대책 경기 토지거래허가구역 12곳 아파트값 상승률 지정 전후 51주 비교 막대그래프, 과천만 둔화
자료: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지정 전 2024.10.28~2025.10.20, 지정 후 2025.10.20~2026.10.12). 2025년 10월 20일 지정된 경기 12곳 기준, 7월 추가 지정 3곳 제외

과천은 거꾸로 갔다. 지정 전 51주에는 16.6%로 12곳 중 가장 많이 올랐지만 지정 후에는 5.4%로 12곳 가운데 가장 적게 올랐다. 지정 전 상승률 1·2위였던 과천과 분당이 지정 뒤에는 꼴찌와 1위로 갈린 셈이다. 과천을 뺀 11곳은 지정 후 51주 상승률이 모두 경기 전체(6.8%)를 웃돌았고, 과천만 밑돌았다.

다만 같은 기간 경기 전체도 0.4%에서 6.8%로, 수도권은 2.1%에서 7.2%로, 전국은 0.2%에서 3.7%로 올랐다. 아파트값 상승률에는 공급 여건과 수요 변화 등 여러 요인이 겹치기 때문에 규제 전후 변동만 보고 지정 효과를 단정할 수는 없다. 같은 숫자를 두고 지정이 없었다면 더 올랐을 수 있다고 읽을 수도 있다.

대출 한도가 매수 지역을 정했다는 분석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일정 면적을 넘는 아파트를 사려면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허가를 받아 사면 취득 뒤 2년 동안 직접 살아야 하는 제도다. 10·15 대책은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2025년 10월 20일부터 2026년 12월 31일까지 이 구역으로 지정했다. 지정 내용은 관계부처 합동 보도자료에 담겨 있다.

규제를 받은 지역이 왜 더 올랐을까. NH농협은행 윤수민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지역이 한꺼번에 규제지역이 되면서 집값 상승세가 번지는 속도를 “일정 기간 막는 효과는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풍선효과 자체를 차단하지는 못했다”고 했다. 대출 규제 탓에 수요가 중저가 지역으로 옮겨 갔다는 것이다.

수요가 옮겨 간 경로를 대출에서 찾는 분석도 있다. 세종대 신보연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지금 시장이 소득보다 “주택가격별 대출 한도에 따라 매수할 수 있는 지역이 정해지는 구조”라고 짚었다. 그 결과 실수요자가 찾는 중저가 아파트값이 오히려 크게 올랐다고 했다. 법무법인 조율의 심형석 전문위원은 전월세 부담에 밀려 집을 사려는 무주택자 수요가 커졌다는 점도 지적했다.

세입자 쪽에서는 다른 문제가 나온다.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박합수 겸임교수는 실거주 의무로 “기존 세입자가 밀려나고 전월세 가격이 상승하면서” 서민의 주거 불안이 커졌다고 했다. 정리하면 대출 한도는 매수 수요를 중저가로 돌렸고, 실거주 의무는 기존 세입자를 밀어내 전월세 부담을 키웠다는 이야기다.

전문가 30명 평균 50.4점…효과 인정은 4명

설문 결과도 같은 쪽으로 기운다. 이데일리 설문은 매체가 고른 전문가 30명(명단 공개)에게 의견을 물은 조사다. 무작위 표본이 아니고, 점수 척도와 문항 원문은 공개되지 않았다. 50점 이하는 19명(63.3%), 40점 미만은 6명(20.0%)이었다.

문항별 응답은 더 구체적이다. 대출규제의 핵심 목표로 내세운 과도한 유동성 유입 차단이 달성됐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가 15명(50.0%), ‘전혀 그렇지 않다’가 7명(23.3%)으로 22명(73.3%)이 목표에 못 미쳤다고 답했다. 대출규제의 영향으로는 ‘오히려 부작용이 컸다’가 15명(50.0%),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가 8명(26.7%)이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집값 안정에 효과가 있었다고 인정한 응답은 4명(13.3%)에 그쳤고, 나머지 26명은 효과가 단기에 그쳤거나 부작용만 컸다고 봤다. 마지막 수치는 두 응답을 합친 값이다.

이 설문은 전문가 30명의 평가이고, 앞의 상승률은 한국부동산원이 표본 시세로 만든 지수라 둘을 원인과 결과로 잇기는 어렵다. 이 기사에서 의견을 인용한 전문가 가운데 일부는 설문 패널에도 들어 있어서, 개별 견해와 설문 결과에는 같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겹쳐 있다.

설문 기사에서 건국대 부동산학과 전재식 교수는 10·15 대책이 강남권 과열 억제라는 “국지적 성과”는 거뒀다고 평가했다. 반면 서울 아파트와 비아파트의 전반적인 가격 상승, 그리고 “전월세시장 악화를 막지 못했다”고 봤다.

저녁 노을 속 건설 크레인, 수도권 주택 공급 착공 자료사진
건설 현장의 크레인. 자료사진 · Pixabay

10·15 대책 1년…착공 32.4%, 12월 31일 만료 앞둔 선택

정부도 공급이 늦다는 점은 인정한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공급 목표보다 수도권 주택 착공 실적이 저조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급이 진행되기 전까지는 어느 정도 수요 규제는 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로 1~8월 수도권 착공은 8만6739가구로 전년 같은 기간(8만5424가구)보다 1.5% 늘었지만, 연간 목표 26만8000가구의 32.4%다.

규제를 더 얹는 데는 전문가들이 신중하다.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우병탁 전문위원은 추가 대출규제가 중저가 실수요자의 반발만 부를 수 있다고 보고, 기존 공급대책을 현실화하면서 “매매보다는 전월세 안정을 위한 대책에 더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은 실거주 유예 기한이 4개월 만에 바뀐 사례를 들어 “잦은 수정과 보완은 충분히 준비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논의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견해를 모아 보면, 확산은 늦췄을지 몰라도 수요의 중저가 이동과 전월세 부담까지 막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반면 과천처럼 지정 뒤 오름폭이 오히려 줄어든 곳이 있고, 경기 전체와 수도권, 전국도 함께 오른 만큼 어느 쪽 해석도 한 가지 숫자로 굳히기는 어렵다.

결정 시점도 다가온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한은 2026년 12월 31일이고, 정부는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연장과 해제를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경기 남부에서 전월세를 구하는 세입자와 허가를 받아 집을 사야 하는 실수요자에게 그 발표는 규제 방향은 물론 전월세 시장 분위기까지 가를 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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