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M 스킨부스터는 왜 의료기기가 아닌가

10월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람 피부 조직을 갈아 미용 목적으로 주사하는 ECM 스킨부스터를 인체조직법으로 관리하는 것이 법 취지에 맞느냐고 물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현재는 의료기기로 관리되고 있지는 않다”고 답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료기기로 관리할지 연구용역과 의견수렴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원료가 ‘사람 피부’라 인체조직법으로…의료기기 품목허가 밖
왜 의료기기가 아닌지는 법 조문에 나와 있다. 인체조직안전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인체조직법) 제3조는 인체조직에 뼈·연골·근막·피부·양막·인대·건 등을 넣고, 조직이식을 기증된 조직을 환자의 ‘질환치료 등을 목적으로’ 이식하는 행위로 정의한다. 원료가 사람 피부이니 ECM 제품은 이 틀에 들어간다. 정 장관도 “피부조직 자체는 조직이식재로 현재 인체조직법의 관리 대상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같은 법 제4조는 적용 범위를 정하면서 의료기기법 등 다른 법령의 적용을 받는 품목은 뺀다. 두 체계는 겹치지 않는다. 인체조직으로 분류되면 의료기기 품목허가 체계에는 들어오지 않는다. 허가를 받는 쪽도 제품이 아니라 조직은행이다. 제13조에 따라 식약처장 허가를 받는 조직은행에는 조직가공처리업자와 조직수입업자가 포함된다.
법이 겨냥한 것은 치료다. 제1조는 법의 목적을 ‘신체적 완전성을 기하고 생리적 기능회복을 위하여’라고 적었다. 박 의원은 진피 시트를 만들어 화상이나 피부 결손 부위에 덮는 치료용 이식과 달리, 조직을 갈아 액상화해 미용 목적으로 주입하는 제품까지 같은 법으로 관리하는 것이 맞는지 따졌다. 시술비로는 국감 질의에서 1회 40만~80만 원, 7월 심포지엄 논의에서 60만~70만 원 안팎이 거론됐다. 박 의원은 의약품과 의료기기가 엄격한 안전성·유효성 검사를 거치는 것과 달리 인체조직은 단순 적합성 검사만 받는다고 짚었다.
| 항목 | 인체조직(ECM 제품) | 의료기기(허가 스킨부스터) |
|---|---|---|
| 근거 법 | 인체조직법(제1·3·4조) | 의료기기법(제2조) |
| 허가 단위 | 조직은행 허가(제13조) | 제품마다 품목허가 |
| 안전성·유효성 심사 | 단순 적합성 검사(국감 질의), 제품별 임상 요구 없음(전문가 지적) | 품목허가 심사, 등급·신규성에 따라 임상자료 요구 |
| 중대 부작용 7일 보고 | 전염성질환·악성종양 전이·오염 감염(규칙 제18조 5항) | 별도 체계 |
| 영리성 | 비영리원칙, 경비 요구 가능(제15조 3항) | 해당 조항 없음 |
자료: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인체조직법·같은 법 시행규칙·의료기기법), 심사 행은 국감 질의·심포지엄 발언
비영리원칙도 쟁점이다. 제15조 3항은 조직은행이 조직을 제공할 때 비영리원칙을 지키라고 하면서, 기증·관리·이식에 든 경비는 요구할 수 있게 단서를 달았다. 박 의원은 이 제품들이 영리 추구 목적으로 쓰인다고 지적했다. 비영리원칙과 관련해 조사나 시정명령을 한 사례가 있느냐는 질의에 정 장관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치료용 이식 근거를 ECM 스킨부스터에 그대로 쓸 수 있나
쟁점은 정 장관 답변에 이미 들어 있다. 그는 “인체조직의 이식, 치료용 이식과는 다르기 때문에 다른 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원료가 같아도 쓰임이 다르면 안전성 근거를 그대로 옮겨 쓸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학계 견해는 7월 28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심포지엄에서 갈렸다. 이종희 삼성서울병원 피부과 교수(대한피부과학회 미래혁신이사, 개인 발언)는 중대한 이상사례가 보고되지는 않았지만 “연구 규모와 관찰 기간이 제한적”이라며 축적된 근거를 주사형 제제에 “그대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같은 자리에서 이원재 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 교수(대한성형외과학회 이사장)는 반대편 근거를 댔다. 주입형 ECM 인체조직 이식재가 화상·외상·암 재건 등에서 수십 년 쓰여 “장기적인 안전성과 유효성이 충분히 입증됐다”는 것이다. 이해당사자인 학회와 의사회가 주관해 10월 1일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는 구본철 대한피부과의사회 교육이사가 16개 의료기관 환자 433명, 732회 시술을 후향적으로 분석한 결과 중대한 이상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진료기록을 거꾸로 훑은 분석이어서 임상시험과는 성격이 다르고, 구 이사 스스로 모든 주입형 ECM 제품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단서를 달았다.
반대 방향의 단서도 나왔다. 중앙대 피부과 연구진은 Journal of Cosmetic Dermatology 25권 7호에 실린 증례 보고(DOI 10.1111/jocd.71049)에서 가공한 인체 무세포 진피를 주입한 뒤 혈관 합병증이 의심된 사례를 다뤘다. 연구진은 앞선 무작위 임상에서 심각한 이상반응 없이 개선됐더라도 혈관 안전성 근거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환자 한 명의 보고라 빈도나 인과를 일반화할 수는 없다.


사용 현장을 보여주는 수치도 있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약처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피부 유래 가공 인체조직 분배는 54만 8,159건이다. 이 가운데 점유율 1위 제품이 11만 9,669건(21.8%)을 차지했고, 1위 제품 분배의 96.2%인 11만 5,144건이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갔다.
분말화하면 인체조직 정의를 벗어나는가…법률가 견해도 갈려
법 해석을 두고도 변호사들 견해가 엇갈린다. 임원택 법무법인 문장 대표변호사는 7월 28일 심포지엄에서 냉동·건조·분쇄를 거쳐 미세 분말이 된 ECM 성분은 원래 피부 조직의 구조와 기능이 파괴된 상태라 법이 정의하는 인체조직과 “전혀 다르다”고 했다. 그는 이런 제품이 약사법상 의약품이나 의료기기법상 허가 대상 의료기기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4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K-바이오헬스포럼에서 권동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미용 목적 사용이 인체조직법 제1조 등과 비영리원칙에 반한다고 짚고 네 가지 입법 제언을 내놨다. 미용 목적 사용 금지의 명문화, 의약품·의료기기 허가체계 편입, 전수 점검, 설명의무 법제화다. ‘위반 소지’는 변호사들의 견해이고, 당국이나 법원의 판단은 아직 없다.
반론도 같은 법조계에서 나왔다. 학회·의사회 주관으로 열린 10월 1일 토론회에서 허수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인체조직 여부를 “처리·제조 방법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며 개별 제품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분말화라는 가공 방식 하나로 분류를 갈라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부작용을 어떻게 파악하느냐는 현행 제도의 빈칸이다. 인체조직안전에 관한 규칙 제18조 5항은 전염성질환, 악성종양 전이, 조직 오염으로 인한 감염 세 가지를 중대한 부작용으로 보고 7일 안에 보고하게 한다. 그 밖의 부작용은 해당 연도가 끝난 뒤 2개월 안에 보고하면 된다. 증례 논문이 다룬 혈관 합병증은 7일 보고 대상 세 가지에 들어 있지 않다. 식약처는 7월 입법예고에서 정기 보고 주기를 반기 1회로 줄이고 환자가 직접 신고할 근거를 두는 방안을 내놨지만, 7일 보고 대상은 넓히지 않았다.
태국·중국은 의료기기로 분류…국내는 1년째 ‘검토’
10월 8일 보도 기준으로 해외의 분류 방식은 나라마다 다르다. 태국에서는 국내 인체조직 제품 하나가 의료기기 가운데 가장 높은 규제 등급인 4등급(Class 4)으로 허가를 받았고, 태국은 인체조직을 별도 법체계로 관리하지 않는다고 전해졌다. 중국은 국가약품감독관리국이 무세포 진피기질을 3등급 의료기기로 관리한다. 대만 위생복지부는 지난해 18개 주요 의학회·대학병원에 보낸 공문에서 냉동·건조·분쇄를 거친 제품은 인체조직 활용 범위를 벗어났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FDA는 인체조직 기반 제품을 심사할 때 최소 조작과 동종 사용 요건을 따진다.
국내 논의는 1년째 같은 자리다. 이 문제는 지난해 국감에서도 제기됐고, 식약처는 지난해 10월 서면답변에서 인체조직을 피부 미용 목적으로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미용 목적 광고 제한 법령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광고 금지 조항을 신설하는 개정안은 지난달까지도 복지부 검토 단계에 있었다. 복지부는 인체조직이 질환 치료와 신체 재건 등 의학적 필요성에 따라 우선 사용돼야 한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식 현장에서는 다른 문제의식이 나온다. 허준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병원장(화상전문병원)은 화상 환자에게 이식할 인체 피부 조직이 크게 모자란다는 정보는 없지만 기증된 피부 조직을 미용 목적으로 쓰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현실에 맞는 새로운 인체조직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9월 22일 답변에서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며 ECM 스킨부스터의 의료기기 품목 분류까지 포함해 관리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의료기기로 관리할지는 연구용역과 의견수렴이 끝나야 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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