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조 미래대응기금…쌓는 데는 동의, 방식엔 이견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서 추가세수 162조 3,000억 원으로 만들겠다고 한 미래대응기금을 두고 재정학계의 견해가 갈린다.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수영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재정학회가 주관한 2027년도 예산안 토론회에서 김우철 한국재정학회장(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은 “저축은 잉여 재원으로 하는 것이지 차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안은 지난 9월 1일 국무회의를 거쳤다. 2027년 국세수입 가운데 최근 10년 내국세 추세선을 웃도는 추가세수로 기금을 만들어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4대 분야에 투자하고, 내년 총지출은 820조 9,000억 원으로 잡았다(정책브리핑). 기금을 쌓아 두자는 취지에는 비판하는 쪽도 상당 부분 동의한다. 문제는 빚을 내면서 쌓아도 되느냐다. 국회 통제가 어디까지 미치는지, 지방 몫이 어떻게 계산되는지도 쟁점이다.
‘쌓아 두자’에는 비판 측도 동의…정부 저축이 최선이라는 평가
지난 9월 11일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KDI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공동 개최한 토론회(KDI 공지)에서도 출발점은 비슷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일시적으로 세수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는 “정부 저축으로 대응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국회의 예산 심의권이 침해될 수 있으니 “거버넌스를 확립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태석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은 기금이 있으면 세수가 갑자기 줄거나 늘 때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봤다. 기금을 만든다고 재정이 저절로 튼튼해지지는 않는다는 단서는 달았다. 정부 쪽에서는 김정애 기획예산처 예산정책과장이 기금을 “재정안정화 장치”로 설명했다.
기금 구조를 비판해 온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이 대목은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같은 날 토론회에서 미래대응기금의 “기본 취지에는 동의”한다고 밝혔다.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한 것은 162조 3,000억 원 규모의 조성과 100조 원 이상의 여유자금 운용, 초과세수의 예산 외 적립, 기존 사업의 대규모 기금 이관이었다.
162조 중 104조는 여유자금…’빚내 쌓는 구조’라는 비판

12일 토론회에서 문제 삼은 것은 이 가운데 가장 큰 몫인 여유자금이었다. 김우철 학회장은 호황기의 세수를 “영구적 지출과 빚으로 조성한 기금”에 배분한 구조라고 짚었다. 황성현 인천대 교수(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는 국채 발행 금리와 기금 여유자금의 운용 금리가 벌어진 만큼 국민경제적 손실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104조 4,000억 원을 적립하려고 국채를 106조 원 넘게 새로 발행하는 구조라고 짚었다. 10년물 국채 금리 4.39%를 들며 빚을 내 만드는 기금은 철회돼야 한다고도 했다.
정부는 같은 안에서 국채 발행도 줄인다는 입장이다. 162조 3,000억 원 가운데 12조 5,000억 원을 국채 신규발행 축소에 쓰고,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2026년 51.6%에서 2027년 48.3%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빚을 내 기금을 만든다는 비판 측 주장과는 설명이 다르다.

변경 한도 30%·교부세 정산 10조 8,000억…국회와 지방이 걸린 쟁점
제도 쪽에서는 기금운용계획을 바꿀 수 있는 범위가 먼저 논란이 됐다. 기획예산처는 주요 항목을 국회 사전 승인 없이 30% 범위에서 변경할 수 있게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10월 8일 보고서 「미래대응기금의 주요 쟁점과 입법과제」에서 사업성기금의 변경 한도 20% 이하를 정부안처럼 30% 이하로 넓히는 것이 “국회의 심사·감독 기능을 약화할 수 있는 만큼 적정성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적었다. 초과세수 활용과 세수 결손 보전도 “국회의 사전 심의를 거칠 수 없을 만큼 긴급한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같은 보고서는 세입예산의 세부 산출 방식이 공개되지 않아 기금 규모가 적정한지 검증하기 어렵다고도 지적했다.
기획예산처는 10월 7일 보도설명자료에서 미래대응기금이 “다른 예산과 같이 국회 심의를 거쳐 운용됩니다”라고 밝혔다. 기금 설치법안도 국회 심사 대상이다.
지방 재정에 미칠 영향은 나라살림연구소가 9월 30일 보고서에서 계산했다. 재정경제부 재추계에서 추가경정예산 전망보다 56조 2,000억 원 많게 잡힌 2026년 내국세 증가분을 미래대응기금에 전액 전출하면, 지방교부세 정산분 약 10조 8,000억 원을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지급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올해 재정부족액과 기존 배분 구조를 적용한 추정치라 실제 정산액은 달라질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보고서는 “세수 추계의 정확성을 해치는 유인”이 생길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세입을 적게 예측할수록 기금에 적립할 재원이 커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2027년 지방교부세가 77조 2,000억 원으로 11.3% 늘어난다고 설명한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2026년 세입 재추계로 내국세 수입이 늘면 증가분을 추가로 적립하겠다고 밝혔지만, 얼마를 넣을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차입 금지·국회 승인 명문화…토론회에서 나온 보완안
토론회마다 취지에는 이견이 적었고 방식에서 갈렸다. 논의가 기금을 만들지 말지보다 법안에 어떤 조항을 넣을지로 옮겨가는 이유다.
이태석 부장은 9월 11일 발표자료에서 “기금 출연을 위한 차입은 금지”하고, 중대한 목적 변경과 계정 간 이전은 국회 승인을 받게 하며, 부채·금융자산·운용비용·성과를 통합 공시하자고 제안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세수 추계 산출 방식과 기초 데이터를 공개하고 기존 회계·기금과의 역할을 구분하라고 제언했다. 9월 10일 박수영 의원이 주최한 긴급진단토론회에서는 황상현 상명대 교수가 추가세수의 최소 50% 이상을 국채 발행 축소와 기존 국채 상환에 배정하도록 법에 명시하자고 했다.
국채 발행 규모도, 지방 재정도 이 설계에 달렸다. 기획예산처는 기금의 최소 적립 규모와 존치 기간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기금 설치법안은 9월 초 국회에 제출돼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연관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