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노벨상 받은 ‘금리 예고’, 한은 국감선 왜 논란이 됐나

중앙은행이 앞으로의 금리 방향을 미리 알리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안한 학자 가운데 한 명인 마이클 우드퍼드 컬럼비아대 교수(71)가 12일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로버트 홀 스탠퍼드대 교수(83)와 함께 두 사람을 수상자로 발표하면서 “거시경제 안정화의 미시경제학적 토대”를 닦은 공로를 들었다.

같은 날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의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는 이 금리 예고의 부작용을 따지는 질의가 나왔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일장일단이 있다”고 답했다. 한은 기준금리는 8월 27일 3.00%로 올랐고, 다음 결정회의는 10월 22일이다.

국감은 금리 예고의 무엇을 문제 삼았나

질의에 나선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은이 금리 방향을 미리 내비치면 시장금리가 먼저 오르고, 그 과정에서 가계가 변동금리 대출로 옮겨 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국고채 3년물과 5년물 금리가 오른 점도 짚었다.

신 총재의 답변은 두 갈래였다. 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해서는 “일장일단이 있다”고 인정했다. 8월 인상을 두고는 “8월에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림으로써 시간을 벌었다”고 설명했고, 시장에 쫓겨 뒤늦게 방어적으로 올리는 것보다 경제적 비용이 훨씬 적다는 취지로 말했다. 국채 발행 물량을 줄이고 필요하면 국채 매입도 하겠다고 발표한 뒤에는 다른 주요국보다 국채 금리가 안정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은행 금융 상담 장면. 포워드 가이던스 금리 예고와 대출 금리를 다룬 자료사진
자료사진: 금융 상담 장면

노벨위는 금리 예고를 어떻게 설명했나

노벨위원회 보도자료는 가계와 기업이 미래를 내다보며 저축이나 가격을 정하기 때문에, 정부와 중앙은행이 정책 계획을 알리면 그 전망에 영향을 줘 경제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포워드 가이던스라는 말이 직접 나오는 곳은 노벨위 과학 배경 자료다. 이 자료에 따르면 중앙은행이 미래 명목금리의 경로를 발표하면 오늘의 경제에 영향을 준다. 우드퍼드 등은 현재 금리를 더 내릴 수 없을 때 쓸 추가 수단으로 이를 제안했다. 미국에서는 제로금리 하한기(2008~2015년)에 이 방식이 채택됐다.

같은 문서에는 단서도 붙어 있다. 발표한 경로에 대한 중앙은행의 신뢰성이 필요하지만, 그 신뢰를 당연하게 여길 수는 없다는 것이다. 먼 미래의 금리 예고가 오늘의 수요와 물가에 비합리적으로 강한 효과를 내는 모형상의 문제, 이른바 ‘포워드 가이던스 퍼즐’도 약점으로 꼽았고, 합의된 해법은 아직 없다고 적었다.

이론을 평가하는 쪽의 말도 결이 비슷했다. 선정위원회의 티모 보파르트 스톡홀름대 교수는 핵심이 경제주체들이 미래를 내다보며 결정한다는 점이고 포워드 가이던스가 거기서 개발됐다고 설명했다. 우드퍼드 본인도 기자회견에서 2009년 이후 경기 안정에 기여했다고 평가하면서 “모든 문제를 마법처럼 해결한 것은 아니지만”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한은의 금리 예고는 어디까지 넓어졌나

한은은 2022년 10월부터 금융통화위원의 ‘3개월 내 금리전망’을 내놨고, 올해 2월 이를 고쳤다. 한은이 2월 26일 통화정책방향 결정과 함께 낸 자료에 따르면 이제 금통위원 전원이 경제전망을 발표하는 결정회의(2·5·8·11월)마다 6개월 뒤 전망을 위원별 점 3개로 낸다. 한은은 개편 목적으로 “정책 커뮤니케이션의 효과를 제고”를 들었다. 현재 기준금리 3.00%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에서 볼 수 있다.

한은 금통위원 6개월 후 기준금리 전망 점 분포 차트, 2월 5월 8월 비교
자료: 한국은행 통화정책방향 별첨(5·8월), 2월은 보도 2곳 교차. 위원별 확률분포를 반영한 점 3개씩이며 인원이 아니라 점 개수(총 21개)

2월 2.50%에 몰렸던 점은 8월 들어 3.00% 이상으로 옮겨 갔다. 이 방식이 도움이 됐는지를 두고는 평가가 갈린다. 자본시장연구원 정희철 연구원은 2024년 6월 보고서에서 한은이 2022년 10월부터 시행한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가 국내 통화정책 불확실성의 축소에 “기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썼다. 같은 보고서는 조건부 전망을 중앙은행의 “약속”으로 오해할 수 있고, 공표와 다른 정책을 택하면 신뢰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한계도 함께 짚었다(자본시장연구원 이슈보고서 24-09). 2022년 한국금융연구원 장민 선임연구위원은 이창용 총재 시기의 금리 인상 가이던스를 두고, 전제조건과 상관없이 향후 인상폭이나 금리 수준을 명시하는 소통은 오히려 통화정책 신뢰성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계와 증권가는 이 소통을 어떻게 읽나

수상 소식이 전해진 뒤 국내 학계에서는 소통의 효용을 인정하되 한은 정책의 조건을 따져 보는 반응이 나왔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중앙은행이 시장과 꾸준히 소통하며 기대를 관리해야 한다는 수상자들의 주장에 동의했다. 반면 허준영 서강대 교수는 한은의 금리 인상과 정부의 확장 재정이 조화롭지 않다며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1만원권 지폐 다발. 포워드 가이던스 금리 기사 자료사진
자료사진: 원화 1만원권

채권시장 쪽 시선은 다음 인상으로 향한다. 국감 직후 메리츠증권은 내년 1분기까지 3.5% 인상을 기본 시나리오로 제시했고, 키움증권은 11월과 내년 추가 인상 전망을 유지했다. 대신증권은 11월부터 내년 1분기까지 인상을 점쳤다. LS증권 우혜영 연구원은 최종금리를 3.5%로 보면서도 “빠른 인상 신호는 아니다”라고 했다.

노벨위가 신뢰를 전제로 달아 둔 단서와 국감에서 나온 시장금리 선반영 우려는 모두 금리 예고가 시장을 먼저 움직인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신 총재도 이 수단에 일장일단이 있다고 답했다.

한은은 경제전망을 내는 결정회의마다 6개월 뒤 전망 점을 공개한다. 10월 22일 회의는 점 공개 회의가 아니고, 다음 점 분포는 11월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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