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 회수 논쟁, 월가와 증권가는 왜 갈렸나

가트너는 14일 AI 데이터센터 소유자가 2030년까지 투자를 회수하려면 누적 8.5조 달러의 매출이 필요하지만, 같은 기간 데이터센터에 귀속될 AI 매출은 많아야 3.6조 달러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에서는 같은 주(12~16일) 삼성전자가 17.8%, SK하이닉스가 24.3% 떨어졌다. 10월 8일 종가 대비 16일 종가 기준이며 9일은 한글날로 휴장했다. 미래에셋증권 박연주 AI리서치센터장은 이 급락을 “추세적 하락이라기보다는 일시적 조정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한쪽은 2030년의 장부를 근거로 들지만 다른 쪽이 보는 것은 지난 한 주의 수급이다. 19일 코스피는 5,768.01로 1.76% 올라 마감했지만 하루치 반등이다.
가트너는 무엇을 계산했나…필요 매출 8.5조, 전망 3.6조 달러
계산 구조는 가트너 보도자료에 그대로 나와 있다. 가트너는 올해 AI 사업자들이 AI 인프라에 약 1조 달러를 쓰고, 2027~2030년에 6조 달러를 더 투자할 것으로 봤다. 이렇게 발표된 설비투자와 금융비용에 12%의 투하자본수익률(ROIC)까지 채우려면 2030년까지 누적 8.5조 달러의 매출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가트너의 윌 소머 수석 디렉터 애널리스트는 12%를 투자 수익률의 최소 기준으로 가정했다고 밝혔다.
맞은편 숫자는 3.6조 달러다. 같은 기간 AI 데이터센터에 귀속될 수 있는 기업·소비자 AI 매출이 최대 이 정도라는 전망이다. 본지 계산으로 두 숫자의 차이는 4.9조 달러다. 가트너는 AI 매출 가운데 절반 미만만 대형 AI 인프라를 소유한 사업자에게 돌아갈 것으로 봤고, 12% ROIC 달성 시점은 빨라야 2032년 말로 내다봤다. 2032년까지 4조 달러가 넘는 자산 가치가 상각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분석도 같은 자료에 담겼다.

월가에서도 같은 방향의 경고가 나왔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한 애널리스트는 16일 노트에서 AI 투자 붐이 통상 실망으로 끝나는 고전적 자본 사이클을 따르고 있다고 짚었다. 기술 자체는 기대에 부응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수익화가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이 과거 자본 사이클에서 본 실패 방식과 같다는 것이다.
가트너의 경고에는 선이 그어져 있다. 하이퍼스케일러는 대규모로 다변화된 매출원 덕분에 수년간 AI 투자를 버틸 수 있고, 곧 수익을 내야 하는 쪽은 GPU 연산을 빌려주는 데 특화한 신생 클라우드 사업자, 이른바 네오클라우드라는 구분이다. 가트너는 2030년까지 네오클라우드 사업자 가운데 80%가 넘는 곳이 독립 운영을 멈출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증권가는 왜 ‘일시 조정’이라 보나…외국인 순매도 78.8%가 두 종목
국내 증권가가 근거로 드는 숫자는 훨씬 가깝다. 한국거래소 집계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12~16일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1조2,395억 원어치를 순매도했고, 이 가운데 SK하이닉스(5조3,626억 원)와 삼성전자(3조4,897억 원) 두 종목이 8조8,523억 원으로 78.8%를 차지했다. 16일 기준 외국인 지분율은 삼성전자 45.98%로 2009년 7월 이후 가장 낮고, SK하이닉스는 48.85%로 2021년 12월 말 이후 가장 낮다. 코스피는 같은 기간 6,625.93에서 5,668.05로 14.46% 내렸다(이번 주 증시 전망 참조).

유안타증권 이재원 연구원은 이번 하락을 “펀더멘털 훼손보다 매수 주체의 부재가 먼저 드러난 급락”이라고 표현했다. 매도 물량을 받아 줄 주체가 사라진 것이 먼저라는 얘기다. 박연주 센터장도 외국인의 차익 실현 매물이 집중된 결과로 보고 있어, 두 사람의 설명은 결국 수급으로 모인다.
밸류에이션 쪽 근거도 있다. KB증권 김동원 리서치본부장은 현재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저평가 구간”이고 실적 전망치도 여전히 상향되고 있다고 짚었다. KB증권 자료에 따르면 코스피 PER은 2분기 확정 실적 기준 약 8배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낮을수록 이익에 비해 주가가 싸다는 뜻이다.
두 진단은 왜 갈렸나…보는 시간과 근거가 다르다
| 진단 | 주체 | 근거 | 보는 기간 |
|---|---|---|---|
| 경고 | 가트너 | 2030년까지 필요 매출 8.5조 vs AI 매출 최대 3.6조 달러 | 2030~2032년 |
| 경고 | 뱅크오브아메리카 | 과거 자본 사이클의 실패 패턴 | 자본 사이클 |
| 조건부 | 솔루스 그린하우스 | 과거 경고는 빗나갔다, 단 금리 상승 시 투기적 부분부터 시험대 | 금리 경로 |
| 일시 조정 | 미래에셋 박연주 | 외국인 차익 실현 매물 집중 | 최근 한 주 |
| 수급 | 유안타 이재원 | 매수 주체의 부재 | 최근 한 주 |
| 저평가 | KB 김동원 | 코스피 PER 약 8배, 실적 전망 상향 | 28~29일 실적 |
AI 투자 회수 논쟁, 누가 무엇을 근거로 드나. 각 발언·자료의 근거를 본지가 정리
표를 나란히 읽으면 차이는 숫자의 크기보다 시계에서 난다. 가트너의 계산은 2030년까지 쌓이는 매출과 2032년에야 닿는 수익률 기준선을 다룬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과거 자본 사이클이라는 긴 역사를 꺼내 들었다. 반면 국내 진단은 지난 한 주의 매매 주체와 현재 주가 수준에서 출발한다. 같은 사건을 다르게 읽었다기보다 서로 다른 거리에서 같은 대상을 본 셈이다.
두 시계를 잇는 조건으로 금리를 꼽는 목소리도 있다. 솔루스 얼터너티브 자산운용의 댄 그린하우스 스트래티지스트는 16일 방송 인터뷰에서 지난 3년간 경고가 수없이 나왔지만 시장은 새 고점을 찍어 왔다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금리가 오를수록 설비 확충 가운데 투기적인 부분부터 의심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계가 완전히 갈라진 것은 아니다. 박연주 센터장도 이번 급락이 “AI 수익화에 대한 시장의 우려 속에” 나왔다고 했고,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AI 신용위험 우려로 당분간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봤다. 단기 수급을 말하는 쪽 역시 매도의 출발점으로는 장기 논쟁을 꼽았다.
무엇을 보면 판가름 나나…21일 빅테크, 28~29일 삼성·SK 실적
간격이 언제 좁혀질지 가늠할 일정이 이어진다. 21일에는 메타·테슬라 등 미국 빅테크의 실적이 나온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이 실적이 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을 덜어 줄지가 관건이라고 봤다. 22일에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린다.

28일에는 SK하이닉스가 3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보도 기준). 29일 오전 10시에는 삼성전자가 3분기 확정 실적과 콘퍼런스콜을 연다. 삼성전자는 3분기 잠정 실적을 이미 공시했다. 김동원 본부장은 두 회사의 실적 발표와 구체화될 주주환원책을 투자심리 반전의 “결정적 분수령”으로 꼽았다.
이 기사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판단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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