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는 가능, 사람보다 싼 일은 0.3%…앤트로픽 로봇 연구

앤트로픽 연구진(러셀 레게이트-양·맥심 마센코프)이 9월 30일 공개한 연구에서 로봇이 기술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미국 전체 근로시간의 34%였다. 지금 비용으로 사람보다 싼 일은 0.3%에 그쳤다. 로봇 가격이 과거처럼 해마다 약 3%씩 내린다고 가정하면 비용경쟁력 있는 일이 10%에 이르는 데 약 40년이 걸린다는 추정이다.
이 수치는 실측이 아니라 모형 추정이다. 미국 직업정보 데이터베이스(O*NET)의 물리 과업 7,594개를 앤트로픽의 AI 클로드가 평가하고, 클로드가 추정한 과업별 시간 비중과 미국 노동통계국(BLS) 고용 자료로 가중했다. 전부 미국 노동시장 자료라 한국 일자리에 그대로 옮길 수는 없다.
택시기사 노출 지수 2.2, 이미 바뀌는 직업은 포장원
전체 근로시간의 46%가 물리 과업이고 나머지 54%는 인지·대인 과업이라 로봇 평가 대상이 아니다. 물리 과업만 놓고 보면 74%를 로봇이 어떤 환경에서든 해낼 수 있고, 이를 전체 근로시간으로 환산한 값이 34%다. 환경별로는 공장 조립라인 같은 로봇 전용 환경(E1)이 23%, 물류창고 같은 구조화된 시설(E2)이 10%, 도시 도로 같은 비구조화 환경(E3)이 1%다. 로봇이 못 하는 물리 과업(E0)은 약 12%다.

노출 지수(0~3점)가 가장 높은 직업은 운전직이다. 노동자 2만 명 이상 직업 가운데 상위 10개 중 9개가 운전직이고, 택시기사가 2.2점이다. 연구진은 택시기사와 포장원을 지금도 로봇이 비용경쟁력을 갖췄거나 근접한 직업으로 꼽았다. 로보택시는 운전기사보다 약 7,000달러 더 드는 수준이지만 규제 장벽이 있고, 포장원 쪽에서는 구매·설치비 200만 달러 이상의 로봇 설비가 약 14명분의 일을 맡는다. 설비비를 10년에 나누고 유지보수·감독·전력을 더하면 노동자 1명분이 연 약 4만5,000달러로, 연구진은 포장원 1명분 일을 연 2,500달러가량 싸게 할 수 있다고 계산했다. 미국 내 포장원은 약 56만 명이며, 2015년 이후 고용이 22% 줄었다.

평가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과업 분류, 수행 예시, 로봇 능력 판정, 시간 비중, 비용 추정까지 전부 클로드가 맡았다. 연구진도 평가 기준에 판단이 많이 들어간다고 인정했고, 비용 비교는 시사하는 수준이고 추정치는 근사값이라고 밝혔다. 비용이 같아진다고 곧바로 실업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단서가 붙는다.
40년이라는 숫자는 예측이 아니라 가정에서 나온 산술이다. 연 3% 하락에 로봇 능력 확장을 더하면 물리 작업의 절반이 비용경쟁력을 갖추는 시점은 2085년이고, 가격 하락과 신규 과업 확대가 훨씬 빠른 시나리오에서는 2050년이다. 연구진은 현재 로봇이 사람 노동보다 “훨씬 비싸다”고 보고, 빠른 물리 자동화에는 기록적인 가격 하락과 품질 개선이 수십 년 이어져야 한다고 짚었다. 미국 투자회사 아폴로의 토르스텐 슬뢱 수석이코노미스트도 공격적인 전망을 적용하더라도 대규모 물리 노동 대체에는 수십 년이 걸린다고 고객 노트에 썼다고 미국 경제 매체가 1일 보도했다.
한국 독자라면 눈여겨볼 지표가 따로 있다. 국제로봇연맹(IFR) 집계로 2024년 한국의 제조업 노동자 1만 명당 산업용 로봇은 1,220대, 세계에서 가장 많다. 다만 이는 제조업 고용 대비 로봇 대수를 센 별개 지표다. 앤트로픽 연구는 한국을 분석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 작업을 정기적으로 갱신하면 로봇 능력의 변화를 추적할 수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