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방렴의 자연이 빚은 남해 멸치, 봄날의 진짜 맛

경남 남해군 지족해협의 죽방렴은 참나무 말목과 대나무로 V자 구조를 만든 전통 어로법이다. 시속 13~15㎞의 거센 물살이 생선을 밀려보내고, 낙조가 되면 통발 입구가 자동으로 닫혀 포획하는 방식으로, 그물질 없이 고기의 비늘을 손상시키지 않는다. 남해 멸치는 고영양 플랑크톤이 풍부한 지족해협에서 태어나는데, 4월부터 6월까지 봄철이 제철이다. 이 시기의 생멸치는 살이 통통하고 은빛 비늘이 살아 있다. 멸치쌈밥과 멸치회무침은 이 신선한 생멸치의 맛을 최고로 살려내는 남해식 밥상이며, 지족해협의 자연이 빚은 특산품을 대표한다.
거센 물살이 빚어낸 손상 없는 멸치
지족해협은 남해군 삼동면과 창선면 사이로, 하루에 두 번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는 사이에 거센 물살이 흐른다. 이 자연 조건이 죽방렴의 핵심이다. 어부들은 약 20개의 죽방렴을 설치해 물의 흐름만으로 자연스럽게 멸치를 모은다. 구조는 간단하지만 정교하다. 참나무 말목을 밭은 기초에 대나무로 엮은 발(어망)을 덮어 만드는데, V자 모양으로 설계되어 밀물 때 물고기가 자연스럽게 안쪽으로 유입된다. 낙조가 되면 통발 입구가 물의 무게로 자동 폐쇄되어 고기가 빠져나가지 못한다. 혼자 헤엄치는 생선이 아닌, 물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멸치들이 힘 없이 들어오므로 몸체 손상이 최소화된다. 회전식 어망이 아니라 자연 유속을 이용하는 이 방식은 비늘이 벗겨지거나 내장이 손상될 일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이것이 남해 멸치를 특산품으로 만든 이유다. 2010년 국가유산청은 지족해협 죽방렴을 명승으로 지정해 그 가치를 공식 인정했다.

봄 생멸치로 만드는 남해 밥상
남해 멸치의 진짜 계절은 봄이다. 4월부터 6월까지 살이 통통하고 은빛 비늘이 살아 있는 생멸치가 올라온다. 이 기간이 지나면 여름으로 접어들며 멸치의 신선함이 떨어진다. 남해에서 이 생멸치를 먹는 방식은 단순하면서도 특별하다. 멸치쌈밥은 생멸치를 상추나 깻잎에 싸서 쌈장과 함께 먹는 식사인데, 생멸치의 부드러운 식감과 채소의 아삭함이 어우러진다. 이 요리에는 보통 계절 나물과 반찬 가짓수로 밥상을 꾸미는 남해의 식문화가 담겨 있다. 멸치회무침은 생멸치를 발라 미나리와 양파, 오이 같은 채소를 섞고 초고추장으로 버무린 요리다. 간 센 양념이 아닌 깔끔한 양념으로 멸치의 신선한 맛을 살린다. 생멸치 조림도 빠질 수 없다. 갓 잡은 생멸치를 양념해 조리면 짭짤하면서도 비린맛이 없어, 밥반찬으로 제 역할을 한다. 이 모든 요리는 봄철 생멸치의 신선함을 최고로 끌어올리는 조리법들이며, 남해의 식탁에서만 맛볼 수 있는 계절의 맛이다.
멸치의 계절, 남해로 떠나다
봄철 남해 멸치를 맛보려면 4월부터 6월 사이에 여행을 계획해야 한다. 남해군 곳곳의 음식점에서 멸치쌈밥과 멸치회무침을 정식 식사로 내놓는데, 현지의 신선한 생멸치로 만든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여행 중에는 독일마을과 보리암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해안 사찰인 보리암은 경관이 뛰어나 남해의 대표 관광지로, 멸치 음식을 즐긴 후 바다를 바라보며 산책하기 좋다. 특히 5월에 여행 일정을 맞춘다면 보물섬 미조멸치축제를 경험할 수 있다. 축제 기간에는 낮 12시와 오후 4시에 미조 유람선 관광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멸치 산지인 지족해협을 직접 보고 어로 문화를 경험하는 것도 가능하다. 여름은 남해 멸치의 제철이 아니지만, 봄의 축제를 기억해 둔다면 내년 계절이 돌아올 때 다시 남해를 찾을 이유가 생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