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상 비율 63만 배 증폭…노벨 화학상 카강·소아이

스웨덴 왕립과학원이 7일(현지시간) 2026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당시 파리남부대 명예교수인 앙리 카강(1930년생)과 소아이 겐소(1950년생) 도쿄이과대 명예교수를 선정했다. 수상 사유는 비대칭 유기합성에서 비선형 효과와 자기촉매를 발견한 공로다. 상금 1,200만 스웨덴 크로나는 두 사람이 절반씩 나눈다.
소아이의 반응에서는 한쪽 거울상이 5%만 더 많던 촉매가 반응을 거듭하며 90%까지 올라섰다. 극단적인 조건에서는 0.00005%의 차이가 세 차례 반복 끝에 99.5%를 넘었고, 노벨위원회 과학 해설은 이를 두 거울상 사이의 비율이 63만 배 증폭된 것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원자로 된 왼손·오른손 분자, 약에선 한쪽만 효과
아미노산 같은 분자에는 서로 거울에 비친 모습의 변이체가 두 가지 있다. 노벨위원회 보도자료에 따르면 생명체는 이 가운데 한쪽만 쓴다. 화학자들은 이런 생명의 화학을 그리스어로 ‘같다’와 ‘손’을 뜻하는 말에서 따 동형 카이랄성이라 부른다.

노벨위원회는 이를 열쇠공에 빗댔다. 열쇠를 만들면 거울상인 두 개가 늘 같이 나오는데, 자물쇠에 맞는 것은 하나뿐이다. 다른 열쇠로 열려 하면 자물쇠가 상할 수도 있다. 약 분자도 마찬가지다. 두 거울상 중 하나는 치료 효과를 내지만 다른 하나는 불필요하고 때로는 해로운 부작용을 낼 수 있다. 위원회는 1960년대 초 진정제 탈리도마이드로 수천 명의 아이가 선천성 기형을 안고 태어난 사건에서 해를 끼친 것이 활성 물질의 거울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보통 화학 반응은 두 거울상을 반반씩 만든다. 조승환 포스텍 화학과 교수는 약을 만들 때 “방향성을 갖는 물질을 합성하는 게 핵심”이어서 이번 수상 분야가 중요한 주제라고 말했다. 한쪽만 골라 만드는 일은 오래 어려웠다.
촉매 순도만큼만 순수하다던 통념, 1986년 카강이 휘게 했다
걸림돌은 통념이었다. 노벨위원회 과학 해설에 따르면 1986년 이전에는 생성물의 거울상 과잉률이 촉매의 거울상 과잉률에 직선으로 비례한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거울상 과잉률은 많은 쪽 거울상 비율에서 적은 쪽 비율을 뺀 값이다. 촉매가 순수한 만큼만 생성물도 순수해진다는 뜻이다.
카강은 1980년대 초 비대칭 반응을 개선하는 연구를 하며 이 직선을 다시 따져봤다. 촉매는 금속 원자와 키랄 물질로 이뤄지는데, 금속이 키랄 분자 두 개를 붙잡는다고 가정하면 오른쪽끼리, 왼쪽끼리, 왼쪽과 오른쪽이 섞인 세 형태가 생긴다. 섞인 형태의 촉매는 훨씬 느리게 일한다. 그래서 그래프가 직선이 아닌 곡선을 그리고, 한쪽 거울상이 더 많이 만들어진다. 카강은 1986년 이런 비선형 효과를 보이는 반응 세 가지를 학술지에 보고했다.
그중 하나가 2001년 화학상을 받은 K. 배리 샤플리스의 에폭시화 반응이었다. 오경수 중앙대 약대 교수는 카강이 촉매와 생성물의 광학순도가 “단순히 비례하지 않는 비선형 효과”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촉매가 덜 순수해도 생성물은 더 순수해질 수 있다는 점이 직관과 어긋난다. 작은 우위가 촉매보다 더 커질 수 있다면, 반응이 돌아가는 동안 그 우위를 계속 키울 수는 없을까.
5%가 90%로, 0.00005%가 99.5%로…소아이의 자기촉매 반응
그 답이 소아이의 자기촉매다. 자기촉매 반응에서는 일반 촉매와 달리 생성물이 다시 촉매가 된다. 1953년 영국 브리스틀대 이론물리학자 찰스 프랭크는 한쪽 거울상이 지수적으로 늘어나려면 ①키랄 촉매로 비대칭 반응이 일어나고 ②한쪽 형성은 강화되고 다른 쪽은 억제되며 ③반응이 촉매 자신을 만들어야 한다는 세 조건을 내놓았다. 카강이 두 번째 조건을 열었고, 세 번째 조건이 소아이의 몫이었다.
1990년대 초에는 자기촉매 반응이 몇 가지 알려져 있었지만 비대칭인 것은 없었다. 소아이는 1990년 피리딘 화합물로 첫 비대칭 자기촉매를 만들었으나 생성물의 과잉률이 35%로 촉매의 86%보다 낮아 증폭은 없었다. 1995년 학술지 네이처에 낸 논문에서 그는 피리미딘 화합물로 세 조건을 모두 채웠다. 노벨위원회 과학 해설에 실린 수치를 보면 촉매 5%에서 시작해 한 번 반응하면 55%, 두 번이면 87%가 됐고, 3~5회 반응은 90% 안팎에서 멈췄다.

출발점을 더 극단으로 낮춘 실험에서는 0.00005%가 세 차례 반복 끝에 99.5%를 넘었다. 2003년에는 외부에서 키랄 정보를 주지 않고도 한쪽 거울상이 만들어진다는 것이 확인됐다. 37회 실험에서 18회는 오른쪽형이, 19회는 왼쪽형이 이겼다. 어느 쪽이 이길지는 우연이 정하지만 한쪽이 이긴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이 입증은 소아이만 해낸 것이 아니다. 대니얼 싱글턴도 독립적으로 해냈다.
노벨 화학위원회의 하이너 린케 위원장은 두 사람이 100년 넘은 화학적 수수께끼인 동형 카이랄성이 자발적으로 나타나는 방식에 해답을 줬고, 개발한 반응이 “경이롭다”고 평가했다. 소아이는 스웨덴 왕립과학원과의 전화 연결에서 1995년 자기촉매 반응을 발견한 뒤 오늘까지 연구를 이어왔다고 말했다.
노벨 화학상은 약 반응 설계의 도구…생명 기원의 최종 답은 아니다
노벨위원회는 두 사람의 발견이 의약품 제조 반응을 설계하는 화학자에게 결정적이라고 밝혔다. 비선형 효과는 반응 메커니즘에 관한 정보를 주는 도구여서, 의약품·향료·농약처럼 생체와 상호작용하는 물질을 만드는 기업에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상엽 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는 이번 연구가 “생명체에서 한쪽 거울상 선택 현상을 이해하는 데 길을 열었을 뿐 아니라” 의약품에서 원하는 거울상만 선택적으로 만드는 기술의 발전에도 기여한다고 밝혔다.
단서도 분명하다. 노벨위원회 과학 해설에 따르면 소아이 반응은 적용되는 물질의 범위가 좁은 인공 반응이고, 프랭크 모델은 생물학적 동형 카이랄성의 기원에 대한 답이 아니라 여러 가능한 해법 중 하나다. 류도현 성균관대 화학과 교수도 이들이 찾아낸 현상이 일상에서 직접 활용되거나 산업화에 공로를 세웠다기보다 “생명체의 기원에 대한 해답을 줄 실험적인 증명”을 이뤄낸 데 의미가 있다고 봤다. 소아이 본인도 이를 두고 “물론 이것이 최종적인 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내 화학자들에게는 예상 밖의 수상이었다. 류도현 교수는 이 분야에서 앞서 여러 차례 수상이 나와 당분간 노벨 화학상은 어려울 것으로 봤다고 했다. 조승환 교수도 어렵고 극소수만 하는 연구여서 “예상 밖의 수상으로 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연도 | 수상자 | 업적 |
|---|---|---|
| 2001 | 윌리엄 노울스·노요리 료지·K. 배리 샤플리스 | 키랄 촉매 수소화·산화 반응 |
| 2021 | 베냐민 리스트·데이비드 맥밀런 | 비대칭 유기촉매 |
| 2026 | 앙리 카강·소아이 겐소 | 비대칭 유기합성의 비선형 효과·자기촉매 |
자료: 노벨재단 Nobel Prize API
같은 분야에서 노벨 화학상이 나온 것은 2001년 노울스·노요리·샤플리스, 2021년 리스트·맥밀런에 이어 올해 카강·소아이까지 모두 세 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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