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증 기반은 부족”…전월세 안정화 해법, 숫자부터 갈렸다

10월 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서울시 등이 주최한 2026 서울주거포럼에서 발표자들은 전월세 불안의 처방으로 기업형 민간임대 활성화를 내놓았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민간임대주택특별법에 기업형 민간임대사업자의 정의를 신설해야 한다고 했다(포럼 발표자료집).
반대쪽 처방은 7월 14일 참여연대 등이 연 국회 토론회에서 나왔다. 추가 세수로 공공임대 예산을 늘리고, 신규 임대차 계약의 임대료를 규제하자는 내용이다(참여연대 토론회 결과). 두 쪽은 처방에 앞서, 시장이 얼마나 월세로 넘어갔는지와 거래가 얼마나 줄었는지를 읽는 숫자부터 서로 달랐다.
상업용 빌딩은 바뀌었는데 임대주택만…포럼이 꺼낸 기업형 민간임대
포럼의 문제의식은 건물을 관리하는 방식을 견주는 데서 출발했다. 이상영 교수는 상업용 빌딩이 지난 20년간 소유와 관리가 분리돼 전문회사가 운영하는 체계로 바뀌었지만, 임대주택은 아직 “집주인이 알아서 세입자를 관리하는 구조”에 머물러 있다고 짚었다. 기업형 임대가 소유를 집중하자는 얘기는 아니라는 단서도 달았다.
이 진단에 숫자를 붙인 건 기업형 임대 운영사를 이끄는 사업 당사자, 조강태 대표다. 조 대표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임차가구 845만 가구 가운데 개인 간 임대가 625만 가구(73.9%), 공공임대가 186만 가구(22.0%), 기업형이 34만 가구(4.0%)다. 기업형 수치는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와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 등을 결합한 추정치다. 조 대표는 개인 임대를 두고 “신규 공급을 만들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625만 가구는 기존 주택의 소유권이 옮겨 다닐 뿐이라는 얘기다.

기조발제를 맡은 이창무 서울시 총괄건축가(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시장 전체를 이렇게 봤다. 월세와 전세, 매매가 함께 오르는 시장에서 “근본 원인은 공급 부족”이고, 규제가 그 강도를 키우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비아파트와 다가구 공급을 늘리려면 다주택자 규제 완화가 가장 중요하고, 토지거래허가구역을 걷어내는 것이 전월세 안정의 핵심이라는 주장도 폈다. 반대편의 처방은 달랐다.
공공임대 예산 확대와 임대료 규제…7월 국회 토론회의 처방
7월 14일 토론회에서 이강훈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정부 주도의 안정적인 주택 공급이 중요하다며 “추가 세수를 활용해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입임대와 3기 신도시, 용산정비창 같은 공공택지에서 공공임대를 늘리자는 제안이 뒤따랐다. 세입자 쪽 장치로는 계약갱신 횟수 확대, 실거주를 이유로 한 갱신 거절의 입증책임, 임대료가 과열된 지역의 신규 임대차 임대료 규제, 임대주택 등록 의무화를 꼽았다. 민간임대 조기 분양전환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물량이 줄고 차익 실현과 분양전환가 갈등이 따른다는 이유에서다.

김가원 민달팽이유니온 사무처장은 이날 청년 가구의 약 83%가 임차가구라며, 전월세 가격 상승과 “시장 위험을 세입자가 떠안는 임대차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했다.
기업형 처방을 두고는 정부 안에서도 이견이 있었다. 7월 28일 보도된 바로는 국토교통부 안에서 입지와 공급량에서 민간임대 몫이 커지면 공공임대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민간임대를 담당하는 국토부 관계자는 민간임대가 미개발·저이용 부지와 노후 건물을 재건축·리모델링하는 경우가 많아 공공임대와 “경쟁이 아닌 보완 관계”라고 반박했다. 7월 23일 토론회에 나온 김용진 대한토지신탁 리츠본부장은 자금 문제를 짚었다. 13년간 운영해야 하는 사업에서 금리가 2.5%에서 5~7%로 오르며 “도산 위험에 놓인 사업자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처방은 이렇게 정반대였다.
월세 비중 60.4%→60.1%와 전세 거래 비율 70.4%→32.1%, 같은 시장 다른 숫자
두 쪽은 진단에서부터 갈린다. 윤성진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7월 14일 토론회에서 두 자료를 꺼냈다. 국토부 주거실태조사상 월세 비중은 2019년 60.4%에서 2024년 60.1%로 거의 그대로였고, 국토부 전월세 거래 자료상 전세 비중은 2020년 66.1%에서 2026년 36.6%로 내려갔다. 그는 실거래 자료로 보면 급격한 월세화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10월 포럼에서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가 제시한 자료집 19쪽에는 전세 거래의 비율이 2011년 1월 70.4%에서 2026년 8월 32.1%로 적혀 있다.
같은 토론회에서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가 2026년 5월 8,324건으로, 2011년 1월부터 2026년 5월까지의 월평균 9,728건과 견줘 “이례적으로 적은 수준은 아니”라고 했다. 포럼에서는 10·15 대책 이후 전월세 거래량이 반토막 났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자료집 그래프는 신고 건수의 감소 추세만 보여 주고 수치는 적혀 있지 않다.
| 지표 | 자료 | 기간 | 값 |
|---|---|---|---|
| 월세 비중 | 국토부 주거실태조사(가구 설문) | 2019년 → 2024년 | 60.4% → 60.1% |
| 전세 비중 | 국토부 전월세 거래 자료(발표자 제시) | 2020년 → 2026년 | 66.1% → 36.6% |
| 전세 거래 비율 | 실거래 신고(포럼 발표 자료) | 2011년 1월 → 2026년 8월 | 70.4% → 32.1% |
|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 실거래 신고(한국도시연구소장 발표) | 2026년 5월 vs 2011년 1월~2026년 5월 월평균 | 8,324건 vs 9,728건 |
설문은 임차 가구 전체(재고), 전월세 거래 자료와 실거래는 새로 맺은 계약(흐름)을 센다.
숫자가 갈리는 이유 하나는 무엇을 세느냐에 있다. 주거실태조사는 표본 가구에 묻는 설문이라 지금 살고 있는 임차 가구 전체의 모습이다. 전월세 거래 자료와 실거래는 그해 새로 맺은 계약만 센다. 재고가 천천히 움직이는 데 비해 흐름은 빠르니, 같은 시장도 어느 쪽을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읽힌다. 최은영 소장은 더 근본적인 문제를 짚었다. 주택시장을 정확하게 모니터링해 의사결정을 뒷받침할 “실증 기반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진단이 갈리는 사이 공공임대 상품 자체를 고치자는 제안도 나왔다.
장기전세 약 4만 가구, 소유로 이어지는 주택으로 바꾸자는 제안
전 서울시 주택정책수석인 김준형 교수는 포럼에서 서울의 장기전세주택이 현재 약 4만 가구라고 짚었다. 연간 공급량이 아니라 지금 있는 재고다. 같은 자리에서 그는 주거 사다리가 필요한 서울 임차 가구를 약 91만5천 가구로 추산했다. 국토부 주거실태조사를 토대로 무주택 여부, 자가 보유 의향, 공공임대 입주 의향 등을 고려한 본인 추산이며, 자료집에는 실리지 않은 현장 발표다. 장기전세를 희망하는 가구를 직접 묻고 센 숫자가 아니다.
자료집에 따르면 2026년 장기전세주택의 평균 보증금은 2억 9,300만 원으로,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 7억 1,178만 원(KB부동산, 2026년 8월)의 약 41% 수준이다(서울시 9월 8일 자료 인용). 김 교수는 당초 장기전세를 소유하지 않아도 되는 주택으로 만들었다면 이제는 “소유에 이르는 데 유용한 주택”으로 초점을 옮기자고 제안했다. 20년인 거주기간을 줄이고 할부·지분형 같은 자산 축적 프로그램을 결합하자는 것이다.

자료집이 인용한 서울시 시정 정기여론조사(2026년 8월)에서 최장 거주기간 20년을 줄여야 한다는 응답은 30대가 37.4%로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았다.
공급 확대와 등록 의무화, 두 토론회에 다 나온 말
겹치는 말은 공급이다. 이강훈 집행위원장은 7월에 정부 주도의 공급이 중요하다고 했고,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8월 6일 서울시 토론회에서 “공공이든 민간이든 공급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제3의 시각도 있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 회장은 9월 7일 정부의 임대주택 지원 방향을 두고, 비중이 큰 일반 다주택자의 임대 환경을 “개선하는 게 오히려 더 급선무”라고 말했다. 서울시 김성보 행정2부시장은 포럼 결과를 전월세 안정화 정책과 주거복지 정책 마련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기업형 쪽과 규제 쪽을 가르는 선도 단순하지 않다. 이상영 교수는 10월 7일 포럼에서는 발표자로, 7월 14일 참여연대 토론회에서는 토론자로 나왔다. 7월에는 신규 임대료 규제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전국에 일률적으로 5% 상한을 적용할 객관적 근거는 부족하다고 지적했고, 공공주택특별법·민간임대주택특별법·주택임대차보호법을 합친 임대주택법을 제정해 임대주택 등록을 의무화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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