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축 전세 상승률, 신축 앞질렀다…정작 줄어든 건 전세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6년 7월 서울 아파트 연령별 전세가격지수에서 준공 20년을 넘은 단지의 전월 대비 상승률이 1.45%로 나타났다. 5년 이하 신축(1.03%), 5~10년(1.24%), 10~15년(1.33%), 15~20년(1.21%) 등 다섯 개 연식 구간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신축이 0.90%로 구축(0.68%)보다 더 가파르게 올랐는데, 올해 들어 순서가 뒤집혔다.
다만 이 수치가 뜻하는 건 구축이 신축보다 비싸졌다는 게 아니다. 오르는 속도, 즉 상승률이 역전됐다는 뜻이다. 왜 이런 역전이 나타났는지는 같은 기간 서울 전월세 매물 통계를 함께 봐야 그림이 맞춰진다.
20년 넘은 아파트 전셋값이 새 아파트보다 더 오른 달
한국부동산원 통계로 다섯 구간을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뚜렷하다. 신축(5년 이하) 1.03%, 준신축(5~10년) 1.24%, 10~15년 1.33%, 15~20년 1.21%, 그리고 20년 초과가 1.45%다. 20년 초과 구간은 5월 한 달을 빼면 올해 들어 매달 다섯 구간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1년 전만 해도 순서는 정반대였다. 2025년 12월 기준 신축 상승률은 0.90%로 구축(0.68%)보다 높았다. 여기서 짚어야 할 건 이 수치가 전셋값의 절대 수준이 아니라 상승률이라는 점이다. 20년 초과 아파트가 신축보다 비싸졌다는 뜻이 아니라, 오르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는 뜻이다. 구축 전셋값이 유독 많이 오른 건 그만큼 구축을 찾는 사람이 늘어서일 수 있다. 그런데 서울 전체 전월세 매물 통계를 보면 다른 그림이 보인다.
구축이 인기를 얻었나, 전세가 줄었나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 집계로 8월 4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은 총 38,356건이다. 이 중 전세는 20,803건으로, 2024년 같은 시점(26,599건)보다 21.8% 줄었다. 반대로 월세는 14,547건에서 17,553건으로 20.7% 늘었다. 전월세를 합친 물량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35.4%에서 2026년 45.8%로 10.4%포인트 올랐다.
구축의 전세 상승률이 가장 높다는 사실과, 서울 전체 전세 물건 자체가 5분의 1 넘게 줄었다는 사실을 함께 놓고 보면 그림이 달라진다. 전세라는 선택지가 전반적으로 좁아지는 가운데 구축은 그나마 남은 전세 수요가 몰린 쪽에 가깝다. 신축·준신축의 보증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 보니, 줄어드는 전세 물량 안에서도 구축으로 실수요가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그 밑바탕에서 전세 자체가 월세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집주인들은 왜 전세 대신 월세를 택하고 있을까.
집주인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이유
가장 먼저 짚이는 건 계약 갱신 시점이다. 우리은행 남혁우 연구원은 “계약 만기 이후 신규 계약분부터 월세를 받으려는 임대인이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전세 보증금을 낮추는 대신 매달 월세를 받는 쪽으로, 기존 세입자가 나가고 새 계약을 맺는 시점마다 조건이 조금씩 바뀐다는 얘기다.
다만 이걸 하나의 원인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시장은 세제뿐 아니라 공급과 금리, 대출 규제, 경기 상황이 함께 맞물려 움직인다”고 짚었다. 세제 변화 하나를 콕 집어 월세화의 원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 흐름이 계속되면 그 부담이 어디로 가는지도 봐야 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전월세시장 불안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거의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아쉬움”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간 임대인의 비용과 수익성이 악화하면 임대주택 공급이 감소하거나 늘어난 부담이 임대료를 통해 세입자에게 옮겨갈 수 있다”고 짚었다. 임대인의 계산이 바뀌면 그 결과가 결국 세입자의 월 지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 흐름이 서울 아파트만의 일은 아니다.
빌라에서 먼저 벌어진 일 — 53.2%에서 62.7%로
서울 아파트보다 먼저, 더 뚜렷하게 월세로 넘어간 시장이 있다. 비아파트, 이른바 빌라다. 최근 1년 새 빌라 월세는 11.9% 늘고 전세는 3.1% 줄었다. 전월세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53.2%에서 2025년 59.3%, 2026년 62.7%로 2년 연속 올랐다. 아파트의 월세 비중 상승분(35.4%→45.8%)과 비교해도 빌라 쪽의 절대 수준이 훨씬 높다.
빌라 시장의 월세화가 먼저 시작됐다는 사실은 시점을 다시 보게 만든다. 전세매물 감소는 갑자기 시작된 게 아니다. 아실 집계에서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줄어드는 흐름은 2024년부터 이어져 왔다. 반면 2026년 세제개편안은 8월에야 발표됐다. 7월 전세가격지수에 아직 발표되지도 않은 세제개편의 영향이 반영됐다고 보기는 시점상 맞지 않는다. 전세가 월세로 바뀌는 흐름은 이미 몇 년째 진행 중이던 더 오래된 변화이고, 세제개편은 그 흐름 위에 최근 추가된 변수 중 하나일 뿐이다. 그렇다면 전세를 구하는 사람은 지금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
전세를 구하는 사람이 지금 확인할 것
이번 기사에 나온 세 수치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집계됐다는 점을 먼저 알아야 한다. 한국부동산원의 전세가격지수는 표본 조사를 기반으로 한 가격 지수이고, 아실의 매물 건수는 현재 등록된 물건을 실시간으로 세는 방식이며, KB부동산의 상승률(7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1.34% 상승)은 중개업소를 통한 시세 조사다. 세 통계 모두 서울 전세시장이 오르는 방향을 가리키지만 조사 대상과 방법이 달라 하나로 합쳐 비교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이 기사에서도 수치마다 출처를 따로 밝혔다.
세입자 입장에서 지금 확인할 수 있는 건 개별 물건의 계약 조건이다. 임대인이 갱신 시점에 월세 전환을 요구할 수 있는지, 전월세 전환율이 얼마로 책정돼 있는지는 계약서와 등기부등본, 중개업소 확인을 거쳐야 알 수 있다. 구축과 신축 중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지역과 물건마다 달라 이번 통계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다음 관전 포인트는 한국부동산원이 다음 달 내놓을 8월 전세가격지수다. 20년 초과 구간이 다섯 구간 중 가장 높은 상승률 자리를 그대로 지킬지, 아니면 다시 순서가 바뀔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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