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뇌세포 켜고 끈다…노벨 생리의학상 광유전학 3인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노벨위원회가 5일(현지시간) 2026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칼 다이서로스(Karl Deisseroth) 미국 스탠퍼드대·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 교수, 페터 헤게만(Peter Hegemann) 독일 훔볼트대 교수, 게오르크 나겔(Georg Nagel)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교수를 선정했다. 수상 사유는 ‘광개폐성 이온 채널과 광유전학에 관한 발견'(for their discoveries concerning light-gated ion channels and optogenetics)이다. 빛으로 특정 신경세포를 켜고 끄는 방법을 연 공로다.
상금 1,200만 스웨덴 크로나는 세 사람이 똑같이 나눈다. 10월 2일 서울외국환중개가 고시한 매매기준율(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수록) 135.3원으로 환산하면 약 16억 2,400만 원, 1인당 약 5억 4,100만 원이다. 지난해 1,100만 크로나보다 100만 크로나 늘었다.
이번 상은 뇌 회로를 세포 종류별로 켜고 끄는 연구 도구에 돌아갔다. 병을 고친 치료법은 아니어서, 사람에게 쓰는 치료는 아직 시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전기 대신 빛, 원하는 신경세포만 밀리초 단위로 켠다
노벨위원회는 광유전학을 살아 있는 뇌에서 신경세포가 기억·감정·행동을 어떻게 만드는지 보여 주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수상자들이 신경과학 새 시대의 토대를 놓았다는 평가도 붙였다. 위원장인 페르 스벤닝손은 광유전학이 “과거 꿈에서나 가능했던 방식으로 뇌의 지도를 그릴 기회를 열어준다”고 말했다.
뇌를 자극하는 데는 전부터 전기가 쓰였다. 허원도 KAIST 생명과학과 교수는 전기로 자극하면 주변의 많은 신경세포가 동시에 반응한다고 짚었다. 광유전학에 대해서는 “특정 신경세포를 선택해 밀리초 단위로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사람 뇌에는 신경세포가 약 900억 개 있고 하나하나가 수천 개씩 서로 이어져 있다. 그 속에서 한 종류만 골라 켜고 끌 수 있다는 얘기다.
녹조류의 빛 감지 단백질이 신경세포 스위치가 되기까지
빛 스위치의 출발점은 단세포 녹조류 클라미도모나스다. 1990년대 초 헤게만은 막스플랑크 생화학연구소에서 이 조류가 빛에 그렇게 빠르게 반응하는 이유를 파고들었다. 그는 단백질 복합체 하나가 빛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이온이 드나드는 통로 구실도 한다는 가설을 세웠다. 당시엔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2000년 전후 일본 연구진이 공개한 클라미도모나스 유전자 정보에서 빛 수용 단백질과 닮은 유전자 두 개가 나왔다. 막스플랑크 생물물리학연구소의 나겔이 이를 이어받았고, 두 사람은 2002년 채널로돕신-1(Science), 2003년 채널로돕신-2(PNAS)를 보고했다. 사람 배아 신장세포와 햄스터 신장세포에 넣어도 빛에 반응했다.
노벨위원회 설명에 따르면 조류의 안점은 빛을 받고 0.5밀리초 뒤 전기 신호를 낸다. 여러 단계의 화학 반응을 거치는 사람 눈은 최소 10밀리초가 걸린다. 20배 이상 빠른 셈이다. 나겔이 개구리 알에서 확인한 채널로돕신-2는 빛 펄스를 받고 0.2밀리초 안에 통로를 열었다.

신경과학 실험에 쓰이기 시작한 건 2005년이다. 다이서로스 연구진이 채널로돕신-2 유전자를 쥐 배양 신경세포에 넣고 청색광을 비추자 신경 신호가 일어났다. 2006년 이 방법에 광유전학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2007년에는 살아 있는 생쥐의 뇌에서도 작동했다. 이상엽 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는 단세포 미세조류의 단백질을 포유류 신경세포의 광스위치로 바꿨다는 점에서 “연구의 독창성이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 연도 | 내용 |
|---|---|
| 2002 | 녹조류에서 빛으로 열리는 단백질 채널 채널로돕신-1 보고(Science) |
| 2003 | 채널로돕신-2 보고, 다른 동물 세포에서도 빛에 반응(PNAS) |
| 2005 | 쥐 배양 신경세포에 넣어 청색광으로 신경 신호 유발(Nature Neuroscience) |
| 2006 | ‘광유전학(optogenetics)’ 이름 붙음 |
| 2007 | 살아 있는 생쥐 뇌에서 작동 |
| 2012 | 생쥐 공포 기억 관련 신경세포 재활성화(Nature) |
| 2021 | 망막색소변성 환자 1명 일부 시력 회복 보고 |
| 2026 | 노벨 생리의학상 |
자료: 노벨위원회(Popular information·Scientific background)
기억·수면·불안 회로를 켜 보며 확인한다…질환 연구의 실험 도구
청색광이 닿으면 단백질을 관통하는 통로가 열리고, 전하를 띤 이온이 세포로 흘러들어 전기 신호가 생긴다. 노벨위원회는 연구진이 이 단백질을 어느 세포에 넣든 그 세포가 빛에 민감해졌다고 설명했다. 다른 파장의 빛으로 신호를 끄는 단백질도 이후 다이서로스 연구실을 중심으로 찾아냈다.
켜고 끌 수 있게 되자 실험이 달라졌다. 2007년 각성 신경세포를 자극해 잠든 생쥐를 깨우는 실험이 나왔다. 2012년에는 1987년 노벨상 수상자 도네가와 스스무와 다이서로스가 함께 공포 기억을 담당하는 신경세포를 다시 켰다. 노벨위원회는 이를 특정 기억에 필요한 신경세포를 정확히 보여 준 첫 실험이라고 소개했다. 통증, 갈증, 섭식, 일주기 리듬, 새끼 돌보기 행동의 회로도 같은 방식으로 갈라 냈다.
이런 쓰임을 김대수 KAIST 뇌인지과학과 교수는 “신경회로를 분해해 세포 종류별로 기능을 연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요약했다. 김준기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가 꼽은 용도도 같은 선에 있다. 파킨슨병·뇌전증·수면장애 같은 신경계 질환의 발생 기전을 연구하고 “새로운 치료 표적과 신약 후보를 검증하는 데 활용”된다는 것이다. 환자에게 직접 쓰기보다 치료법을 찾는 과정에서 쓰는 도구라는 뜻이다.
실명 환자 1명 일부 시력 회복…사람 치료는 아직 시험 단계
임상 시도도 있다. 노벨위원회 과학 배경 문서에는 2021년 망막색소변성 실명 환자 1명에게 적색광에 반응하는 채널로돕신 계열 단백질(Chrimson)을 전달하고 특수 고글을 씌웠더니 부분적으로 시력을 되찾았다는 사례가 실렸다. 탁자 위 물체를 알아보고 집을 수 있게 됐다. 이런 시험이 여러 건 진행 중이다. 김기현 서울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남은 망막 신경세포에 빛 감지 능력을 부여하는 치료 연구에서 “일부 시각 기능의 회복이 보고된 바 있다”고 했다.
다만 확인된 범위는 환자 1명의 일부 회복과 진행 중인 시험까지다. 사람에게 쓰려면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의 유전자를 세포에 넣어야 한다는 원리는 그대로이고, 2005년부터 2012년까지의 실험은 모두 쥐와 생쥐를 대상으로 했다.
한국과의 접점도 있다. 다이서로스는 지난해 제18회 아산의학상 기초의학부문 수상자였다. 서울아산병원은 공적 소개에서 그가 국내 의과학자들을 스탠퍼드 연구실로 초청해 광유전학 기술을 전수했다고 적었다.
이번 수상을 허원도 교수는 “임상적으로 많은 발전을 이뤘다기보다 뇌과학 기초연구에 큰 성과를 냈다는 데 더 의미”가 있다고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