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왜 굴이 없을까…통영이 겨울을 기다리는 이유

7월은 굴이 사라지는 계절이다. 수온이 올라가면서 5월부터 8월까지 굴은 산란기에 접어드는데, 이 시기 굴은 맛이 떨어지는 데다, 여름철 높아진 수온에서 비브리오균 등 식중독 위험도 커진다. 전 세계적으로 “R이 없는 달(May~August)엔 굴을 먹지 말라”는 오래된 관습이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겨울엔? 한국이 세계 2위 굴 생산국이며, 전국 굴의 약 80%가 나는 경남 바다의 중심인 통영은 이 시간도 내년 겨울을 준비 중이다.
왜 지금은 굴이 없나
굴의 산란기는 5월부터 8월이다. 산란 직전부터 굴의 맛이 떨어지고, 산란기 굴은 에너지를 번식에 쏟느라 살이 빠지고 육질이 퍼석해진다. 전문가들은 이 시기 생굴을 섭취할 경우 비브리오균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일본과 미국, 유럽 등 굴 식문화가 발달한 지역에서는 예부터 여름 굴을 피해왔다.
다만 예외가 있다. 바위굴은 산란기가 9월부터 10월이어서 여름이 제철이다. 통영에서도 일부 생산되는 바위굴은 7월에 맛이 가장 좋다. 일반 수하식 굴과는 다른 식감(보다 탱탱함)으로, 여름에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 시기 | 상황 | 비고 |
|---|---|---|
| 1월~2월 | 최적 제철 | 맛과 영양가 최고조 |
| 3월~4월 | 먹을 수 있음 | 가능 범위 |
| 5월~8월 | 산란기 금지 | 산란기 — 맛·안전성 저하 |
| 9월~10월 | 제철 시작 | 산란 회복 후 맛 회복 |
| 11월~12월 | 최적 제철 | 맛과 영양가 최고조 |
| 바위굴 | 여름 제철 | 산란기 9~10월, 7월 최고 |
통영이 ‘굴의 도시’가 된 과정
통영이 전국의 대다수 굴을 공급하기까지는 70년의 기술 혁신이 있었다.
1950년대 후반 정부는 “굴 증산 5개년 계획”을 시작했다. 통영은 맑은 수질과 잔잔한 해역이라는 자연 조건이 굴 양식에 유리했다. 하지만 당시엔 천연 굴을 채취하는 방식뿐이었다. 획기적 변화는 1960년대 수하식 양식이 도입되면서 일어났다.
1963년 6월 한국굴수하식양식협회가 조직됐고, 1965년 2월 농림부가 석화수하식양식어업협동조합을 인가했다. 가리비 껍데기에 굴 유생을 붙여 바다에 매달아 키우는 수하식 기술이었다. 기존 천연 채취의 한계를 벗어나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 순간이었다.
1969년 통영에서는 이 수하식 양식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이어 1970년대 본격 발전하면서 통영은 굴 산지로 자리 잡았다. 조선시대부터 어리굴젓이 진상품이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통영의 굴 문화는 오래됐지만, 현대적 의미의 굴 산업은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숫자로 보는 통영 굴
통영의 규모는 수치로 말한다.
2024년 경남도 굴 생산량은 24만 5천 톤이었다. 전국 생산량 31만 톤 중 79%를 차지한다. 통영시만 따지면 경남도 내 양식장 307건 중 42.5%, 양식 면적 1,349㏊ 중 37.8%를 운영한다. 한국 굴의 대부분이 통영에서 나온다는 의미다.
생산한 굴의 60% 이상은 수출된다. 일본, 미주, 유럽, 호주 등 전 세계가 통영 굴을 찾는다. 2021년 기준 굴수하식수협이 달성한 위판액은 1,000억 원에 달했다. 56년 만의 이정표였다.
글로벌 순위도 높다. 한국은 중국 다음으로 세계 2위 굴 생산국이다. 통영 없이는 이 순위 자체가 불가능하다.
통영에서 굴을 만나는 법
통영의 굴 문화는 시장에 살아 있다.
서호시장은 새벽시장이다. 1930년대 서호만 매립으로 조성된 이 시장은 날이 밝기 전부터 어선이 도착한다. 싱싱한 생선과 해산물이 전시되는 곳이다. 중앙시장은 통영 중심가에 있고, 오후 2시부터 활기를 띤다. 조선시대 통영의 수공예 작업장 터 위에 지어진 중앙시장은 생굴, 굴전, 굴국 등 다양한 굴 요리가 준비된다.
통영의 굴 요리는 단순하지 않다. 바다 소금향과 단맛이 있는 생굴부터 탱탱한 식감의 석화찜, 부침인 굴전, 따뜻한 국물의 굴국, 전통 반찬 어리굴젓까지 조리법이 다르다. 계절이 바뀌어 제철이 돌아올 때까지 통영은 굴을 다루는 방법을 잊지 않는다.
여름의 부재를 알면 겨울 통영 굴이 다르게 보인다. 9월이 되면 통영 바다에 다시 굴이 돌아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