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개 식당에 담긴 밀양 돼지국밥 88년사

38개의 등록 식당으로 이름난 경남 밀양은 돼지국밥의 원산지다. 1938년 무안면 장터에서 최성달 씨가 양산식당을 열었을 때부터 시작된 이 음식은 88년을 거치며 소뼈의 맑은 국물로 부산식과 달라졌다. 오늘날 밀양의 돼지국밥에는 음식문화의 변천사와 산업 도시의 발걸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무안면 원조, 88년의 변화
밀양 돼지국밥의 기원은 명확하다. 1938년 밀양 무안면 장터에서 최성달 씨가 양산식당을 열었다. 개업 연도를 기준으로 하면 올해로 88년째로, 부산식 돼지국밥(한국전쟁 이후 알려짐)보다 앞서 생겨났다.
밀양이 이 음식의 발상지가 된 배경에는 지역의 지정학적 위치가 있다.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 초까지 밀양은 부산에서 서울을 잇는 영남대로와 낙동강 뱃길의 교통 요충지였다. 지나는 나그네들이 잠깐 머물며 배를 채울 수 있는 음식이 필요했고, 돼지국밥이 그 자리를 채웠다는 설이 있다. 6·25 한국전쟁 때 낙동강 피난민들이 이를 즐겨 먹으면서 더욱 대중적인 음식이 됐다.
원조 음식의 진화는 국물에 가장 잘 드러난다. 양산식당은 처음 돼지고기를 삶은 ‘정물’을 국물로 썼으나, 이후 소뼈로 우려낸 사골 육수로 바꿨다. 이것이 오늘날 밀양식 돼지국밥의 핵심 특징인 “맑고 담백한 국물”의 뿌리가 되었다.

무안면의 3형제와 38개 등록 식당
오늘날 무안면에는 최성달 씨의 세 손자 형제가 각각 식당을 운영 중이다. 무안식육식당(큰형 최수도), 제일식육식당(둘째 최수용), 동부식육식당(막내 최수곤·3대째)이 밀양의 “3대 돼지국밥 원조”로 인정받는다. 이들은 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구석구석’에 등재돼 있다.
밀양시 관광공사 자료에 따르면 돼지국밥 관련 식당으로 38개 업소가 등록돼 있다(2026년 7월 기준). 이는 단순한 가게 숫자를 넘는다. 밀양이 돼지국밥의 주요 원산지이자 중심 지역임을 보여주는 증거다.
밀양 중앙로의 전통시장에 위치한 ‘단골집’은 1950년대부터 돼지국밥을 만들어온 오래된 식당이다. 시어머니가 1950년 이전부터 문을 열었고 며느리가 그 손맛을 이어받아 지금까지 영업 중이다. 밀양식 국밥은 소뼈 사골 육수, 얇게 슬라이스한 고기, 새우젓과 깍두기 반찬이 특징이며, 부산식과 달리 부추를 넣지 않는다.

함께 둘러볼 문화유산
밀양 돼지국밥을 즐긴 후 둘러볼 곳이 많다. 밀양강 절벽 위의 영남루는 국가 보물 제147호로, 진주의 촉석루, 평양의 부벽루와 함께 조선 삼대 누각으로 손꼽힌다. 누각에서 내려다보는 밀양강과 노을 풍경이 빼어나며, 아침 안개가 피어오를 때의 장면이 특히 아름답다.
밀양시 단장면 재약산 기슭의 표충사는 천 년이 넘는 고찰로, 임진왜란 당시 공을 세운 사명대사의 충혼을 추모하기 위해 나라에서 이름을 붙였다. 국보 청동 함은향완과 보물 삼층석탑을 비롯해 사명대사 유물 300여 점이 보관돼 있으며, 울창한 편백나무 숲길 약 700m 도보 산책로가 있다.
위양못은 밀양 8경 중 하나로, 신라시대에 만들어진 저수지다. 저수지 중앙의 5개 작은 섬과 완재정이라는 정자가 있으며 순환형 산책로로 약 30분이 소요된다. 4월 하순부터 5월 초 이팝나무 만개 시기가 최고의 여행철이며, 입장료는 무료다. 밀양은 부산에서 차량으로 약 1시간, 대구에서 약 1.5시간 떨어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