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라 『한밤의 시간표』, 미국 르 귄상 최종 후보에

소설가 정보라의 『한밤의 시간표』가 2026년 어슐러 K. 르 귄 소설상 최종 후보 9편에 선정됐다. 2023년 국내 출간되고 2025년 영어로 번역(역자 안톤 허)돼 미국과 영국에서 출간된 이 소설집은 정보라가 미국 르 귄 재단이 주관하는 이 상의 후보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금은 2만 5,000달러(약 3,700만 원)이며 수상자는 10월 21일(어슐러 르 귄의 생일) 발표 예정이다.
상상력으로 현실의 대안을 보이다
어슐러 K. 르 귄 재단이 운영하는 이 상은 2022년 설립돼 연 1편의 상상력 풍부한 소설을 시상한다. 재단은 “현재의 삶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희망의 현실적 근거를 보이는 작품”을 수상 기준으로 삼는다.
올해 심사위원은 니콜라 그리피스, 맷 존슨, 폰다 리, 다르시 리틀 배저, 피터 록 등 5인이다. 최종 후보는 정보라의 『한밤의 시간표』 외에 핍 애덤의 『오디션』, 윌리엄 알렉산더의 『선워드』, 크리스토퍼 칼드웰의 『콜앤리스폰스』 등 총 9편으로 구성됐다.
정보라의 작품은 정체불명의 물건들을 보관·관리하는 수상한 연구소의 야간 근무자들을 중심으로, 보관 물건에 얽힌 기이한 일들을 다룬 단편집이다.
정보라와 안톤 허의 두 번째 협력
정보라는 이번이 국제 문학상 최종 후보와의 첫 만남이 아니다. 2022년 국제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저주토끼』(2017년 국내 출간, 2021년 영어 번역)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당시 심사위원장은 “환상적이고 초현실적인 요소를 활용해 현대의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참혹함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평했으나 인도의 기탄잘리 슈리 『모래의 무덤』에 수상권을 내줬다.
이번 르 귄상 최종 후보에 오른 『한밤의 시간표』의 영문 번역도 『저주토끼』와 같이 안톤 허(한국계 영국 번역가)가 맡았다. 두 작품이 국제 무대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번역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한밤의 시간표』는 출간 후 프랑스, 베트남, 튀르키예, 독일, 네덜란드, 우크라이나, 인도네시아, 중국 등 8개국 출판사와 번역·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한강 이후, 한국 문학의 세계 진출
정보라의 국제상 최종 후보 선정은 한국 문학의 영어권 진출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강은 2016년 『채식주의자』로 국제부커상을 수상(번역가 데보라 스미스와 공동)한 뒤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이후로도 한국 작가들의 이름은 국제 문학상 후보 명단에 이어지고 있다. 정보라의 『저주토끼』가 2022년 국제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것이 대표적이다. 영어 번역의 질 향상과 국제 출판사들의 한국 문학 발굴이 이런 흐름을 함께 밀고 있다.
수상자 발표는 10월 21일이다. 심사위원 다섯 명의 협의를 거쳐 후보 아홉 편 가운데 단 한 편이 수상작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발표까지는 이제 석 달가량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