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8월 소비자물가 3.4%…근원은 2.4%로 낮아졌다

미 노동통계국(BLS)이 현지시간 9월 11일 발표한 2026년 8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4% 올라 7월과 같은 상승률을 유지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는 전년비 2.4%로, 7월 2.5%에서 0.1%포인트 낮아졌다. 그런데 시장이 반응한 곳은 이 두 숫자가 아니었다.
전망을 웃돈 값은 근원 월간 0.3% 하나였다
실제로 전망을 벗어난 값은 하나뿐이었다. 로이터가 이코노미스트를 상대로 집계한 전망치와 비교하면 나머지 세 값은 전망과 같았다. 어긋난 건 근원 전월비였다. 계절조정 기준으로 8월 근원 물가는 한 달 새 0.3% 올라 7월 0.2%보다 0.1%포인트 높았고, 4월(0.4%) 이후 넉 달 만에 가장 큰 폭이다.
이 한 항목의 어긋남이 금리 선물 시장을 움직였다. CME 페드워치가 집계하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0.25%포인트 금리 인상 확률은 발표 전 69.4%였다가 발표 직후 91.6%까지 치솟았고, 이후 85.8%로 되돌아왔다. 컨센서스는 이코노미스트 설문에서 나온 숫자이고, 인상 확률은 금리 선물 가격에서 뽑아낸 값이다. 전망과 어긋난 값이 근원 전월비 하나였는데도 확률이 발표 직후 그만큼 뛴 것은, 시장이 물가의 흐름이 아니라 그 한 달치 수치에 반응했다는 뜻이다. 이번 국면은 금리 인하가 아니라 인상과 동결의 갈림길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근원 상승 3분의 1은 무선전화, 주거를 움직인 건 숙박비였다
근원 물가를 끌어올린 항목별 몫을 나눠보면 그 0.3%가 어디서 나왔는지 드러난다. 미 노동통계국 표에 따르면 8월 근원 물가의 기여도 0.230%포인트 가운데 무선전화 서비스 한 항목이 0.077%포인트로 33.5%를 차지했다. 근원 상승분의 3분의 1을 이동통신 요금 하나가 만들었다.
무선전화 서비스 가격은 계절조정을 하지 않은 기준으로 한 달 새 5.9% 뛰었다. 노동통계국이 이 계열을 집계한 이래 가장 큰 월간 상승폭이라는 표기가 붙어 있다. 다만 이 수치를 읽을 때는 단서가 필요하다. 같은 표 안에서 주거나 항공료처럼 계절조정을 거친 다른 근원 항목과 나란히 놓고 비교할 수 없는 값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이 계열은 2025년 7월분부터 조사원이 사업자에게 직접 가격을 묻던 방식 대신, 시장조사업체에서 사들인 자료를 헤도닉 회귀와 퇸크비스트 지수식으로 처리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오마이르 샤리프 인플레이션인사이트 대표는 이 항목이 “근원 CPI 월간 상승률을 약 0.1%포인트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나머지 항목에서도 온도차가 컸다. 주거 지수는 8월에 0.3% 올라 7월 0.1%보다 뛴 것처럼 보이지만, 안을 뜯어보면 다른 그림이 나온다. 집값에 해당하는 자가주거비와 주택 임차료는 각각 0.2% 올라 6월 이후 가장 작은 상승폭에 그쳤다. 주거 지수의 오름폭을 키운 건 숙박, 즉 외박 비용이었다. 이 항목은 7월 2.8% 내렸다가 8월에는 2.4% 올라 방향을 완전히 바꿨다. 항공료도 2.7%, 대중교통도 2.3% 올랐다. 반대로 의료 서비스는 0.2% 내려 2023년 7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고, 자동차보험은 0.8%, 인터넷 서비스는 0.7% 내렸다. 집값과 월세가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고 읽으면 오독이다. 실제로 오른 것은 호텔값과 항공료 같은 여행·이동 관련 지출이었다.
연간으로 보면 3.4% 중 3분의 1이 에너지다
연간 기준으로 눈을 돌리면 이야기가 또 달라진다. 지난 12개월 오른 3.4%를 항목별로 나누면 근원이 1.953%포인트(57.4%), 에너지가 1.080%포인트(31.8%), 식품이 0.364%포인트(10.7%)를 차지한다. 에너지 중에서도 휘발유 한 항목만 0.870%포인트로, 3.4% 가운데 4분의 1을 차지한다. 월간으로도 휘발유는 3.9% 올라 8월 한 달 전체 상승분의 3분의 1 이상을 만들었다. 에너지 전체로는 지난 12개월 동안 16.3% 뛰었다.
그럼에도 근원 물가의 연간 상승률 2.4%는 2021년 3월 이후 5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체 물가 상승률 3.4% 자체도 올해 5월 4.25%, 4월 3.81%보다 낮다. 한 달치 수치를 흔든 건 근원이고, 열두 달치 흐름을 흔든 건 에너지다.

같은 숫자를 놓고 연준 전망이 갈렸다
이 엇갈린 숫자를 놓고 연방준비제도를 보는 시각도 갈렸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9월 15~16일 열리며 경제전망요약도 함께 나온다. 인상 쪽에서는 케빈 고든 찰스슈왑 금융연구센터 거시 리서치·전략 총괄이 “이번 보고서는 비둘기파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마 샤 프린시펄에셋매니지먼트 수석 글로벌전략가도 “다음 주 금리 인상은 사실상 확정됐다”고 봤다. 연준의 장기 물가 목표 2%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를 기준으로 삼는다. 이번 소비자물가 수치와는 잣대가 다르지만, 논쟁의 축은 올릴지 말지에서 이번 사이클에 몇 번 올릴지로 이미 옮겨갔다.
반대쪽 시각도 있다. 톰 디 갈로마 미슐러파이낸셜그룹 매니징디렉터는 연준 내부가 크게 나뉘어 있어 이번 물가지표 하나만으로는 다음 주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크리스 자카렐리 노스라이트에셋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는 “보장된 건 아니지만, 동결의 근거를 찾기도 어렵다”고 했다. 인상 확률이 뛰었는데도 다우존스지수가 이날 0.98% 오른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제프 슐츠 프랭클린템플턴 인스티튜트 수석 투자전략가는 연방기금금리 선물에 이미 0.25%포인트 인상 3.5회분이 반영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갈린 것은 물가의 방향이 아니라 이 한 달치 수치를 얼마나 무겁게 볼 것인가였다.

한국은 반대 방향, 국내 첫 반응은 14일 월요일
두 나라를 나란히 놓으면 방향이 엇갈린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8월 한국 소비자물가는 전년비 3.1%,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3.4%였다. 헤드라인 수치는 미국이 0.3%포인트 높은데, 근원은 한국이 1.0%포인트 높다. 미국은 에너지 가격이 헤드라인을 밀어 올린 사이 근원 기조는 5년 5개월 만에 가장 느려졌고, 한국은 그 반대로 근원이 더 뜨겁다. 다만 두 나라의 근원물가는 완전히 같은 잣대가 아니다. 한국은 OECD 기준으로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하고, 미국은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다. 품목 구성과 가중치가 달라 비슷한 방식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이번 발표는 한국시간으로 9월 11일 밤 9시 30분에 나와 국내 정규장이 마감된 뒤였다. 주말이 끼면서 국내 증시와 환율의 첫 반응은 9월 14일 월요일에 나온다. 미국의 물가 기조는 5년 5개월 만에 가장 느려졌지만, 한국의 근원물가는 그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연관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