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첫 열흘 수출, 반도체를 빼면 얼마나 늘었나

관세청이 11일 발표한 2026년 9월 1~10일 수출입 현황 잠정치에 따르면, 이 기간 수출은 349억7,300만 달러로 1년 전 같은 열흘보다 82.6% 늘었다. 무역수지는 103억6,700만 달러 흑자를 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은 12억2,900만 달러 적자였다.
수출 증가액 158억 달러 가운데 120억 달러가 반도체
이번에 늘어난 수출 158억1,900만 달러 중 반도체가 보탠 몫은 120억2,900만 달러다. 비율로 따지면 76.0%다. 이 숫자는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아니라, 늘어난 158억 달러 가운데 반도체가 만든 몫을 뜻한다.
반도체 수출액 자체는 164억8,3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270.1% 늘었다. 관세청은 이 기간 기준으로 반도체 수출이 역대 최대라고 밝혔다. 수출 전체 실적도 마찬가지였다. 관세청은 이번 수출액이 같은 기준으로 역대 최대라고 밝혔는데, 종전 최대였던 두 달 전 7월 1~10일(약 300억 달러)보다 많다.
관세청이 밝힌 반도체 수출 비중은 47.1%로, 1년 전보다 23.9%포인트 늘었다. 다만 전년도 비중 자체는 공표되지 않았다. 반도체 증가율(270.1%)로 거꾸로 계산하면 그 무렵 비중은 23%대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를 뺀 수출도 25.8% 늘었다, 10대 품목 중 줄어든 건 하나
반도체를 빼고 나면 수출은 얼마나 늘었을까. 관세청이 공표하지 않은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을 증가율로 거꾸로 계산하면 약 44억5,400만 달러다. 이를 전체 수출액에서 빼면,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은 지난해 147억300만 달러에서 올해 184억9,000만 달러로 25.8% 늘어난 셈이다.
| 품목 | 금액 | 증감률 |
|---|---|---|
| 반도체 | 164억8,300만 달러 | +270.1% |
| 석유제품 | 18억7,000만 달러 | +57.0% |
| 승용차 | 17억800만 달러 | +10.0% |
| 선박 | 14억9,500만 달러 | +66.8% |
| 철강제품 | 13억6,200만 달러 | +10.3% |
| 자동차부품 | 6억6,500만 달러 | +1.3% |
| 무선통신기기 | 6억5,400만 달러 | +9.5% |
| 컴퓨터주변기기 | 6억3,500만 달러 | +93.1% |
| 정밀기기 | 3억4,100만 달러 | -4.8% |
| 가전제품 | 1억9,900만 달러 | +0.2% |
관세청이 붙임표에 나열한 품목은 이 10개다. 합치면 전체 수출의 72.7%를 차지한다. 나머지 27.3%는 표에 없는 다른 품목들이 채웠다. 감소한 품목은 정밀기기 하나뿐이고 나머지 9개는 모두 늘었다.
다만 체감되는 증가율은 품목마다 크게 다르다. 승용차는 10.0%, 자동차부품은 1.3%, 가전제품은 0.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체 수출 증가율과는 거리가 먼 숫자다.
조업일수는 8.5일 그대로, 날짜 수 때문은 아니었다
이번 증가율이 날짜 수 때문은 아닌지 확인할 잣대가 있다. 조업일수다. 9월 1~10일의 조업일수는 8.5일로 1년 전과 같다. 하루 평균 수출액도 41억1,000만 달러로 늘었다. 1년 전에는 22억5,000만 달러였다. 늘어난 비율은 총액 기준과 다르지 않다. 날짜 수가 늘어서 생긴 증가는 아니다.
다만 이 수치는 잠정치다. 관세청은 참고사항에서 이 통계가 “조업일수 변화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 한 달 전 발표된 8월 1~10일 수출은 212억8,600만 달러로 집계됐다가 이번 발표에서 212억6,300만 달러로 소폭 낮춰 잡혔다. 증가율도 45.2%로 내려왔다. 애초 발표됐던 수치는 45.3%였다. 8월 1~10일의 조업일수는 7.0일이었다. 9월 1~10일보다 하루 반이 적었다.
3대 수출국은 중국·미국·대만, 수입 1위 품목도 반도체
9월 1~10일과 8월 1~10일은 조업일수부터 다르다. 9월 1~10일 수출 상위 3개국은 중국·미국·대만이었다. 세 나라의 합계 비중은 51.9%다. 한 달 전인 8월 1~10일에는 순위가 달랐다. 그때 상위 3국은 중국·베트남·미국이었고 합계 비중은 52.5%였다. 대만은 8월에 다섯 번째로 많이 수출한 나라였는데, 9월에는 세 번째로 올라섰다.
증가율이 세 자릿수인 나라도 여럿이다. 대만(176.0%)·홍콩(165.2%)·말레이시아(141.5%)·미국(137.5%)·중국(103.0%)·싱가포르(101.5%)가 그렇다. 반도체 수요나 중계 거점이 몰려 있을 법한 나라들이지만, 관세청은 국가별 수출액을 품목별로 나눠 공표하지 않는다.

반도체 쏠림은 수출에서만 나타나지 않았다. 수입에서도 1위 품목은 반도체였다. 수입액은 49억4,7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91.5% 늘었고, 반도체를 만드는 데 쓰는 장비 수입도 44.8% 늘었다. 관세청이 감소 품목으로 꼽은 것은 기계류(2.7% 감소) 하나였다. 원유·가스·석탄을 합친 에너지 수입액은 1.5% 증가했다.

수출이 좋아도 소비는 완만하다는 진단
이런 흐름을 관세청은 낙관적으로 읽는다. 이종욱 관세청장은 지난 5일 대통령 보고에서 지금의 수출 흐름이 이어진다면 “12월 초쯤 연간 수출 1조달러 달성이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보다 엿새 앞서 나온 언급이다.
그 배경에는 반도체 업황 자체가 커지는 사정이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전보희 연구위원은 지난해 11월 낸 보고서에서 세계 반도체 시장이 17.8% 성장해 “9,098억 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메모리 반도체가 33.8% 급증하며 성장을 이끌 것으로 봤다. 데이터센터가 스마트폰과 PC를 제치고 최대 수요처로 올라설 것으로도 봤다.
그러나 이 성장은 가계 전체로는 아직 번지지 않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달 낸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수출과 설비투자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소비 개선세는 완만한 모습”이라고 짚었다. 경기 개선이 가계 전반의 소득으로 충분히 파급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한국은행은 같은 수출 호조를 다른 방향에서 읽었다. 이달 10일 낸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8월 기준금리 인상 배경으로 국내 경제가 “수출 호조와 내수 회복에 힘입어 예상보다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9월 첫 열흘의 수출 증가와 가계가 느끼는 속도 사이에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