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할 필요가 없는 결정”…ECB 금리 올해 두 번째 인상

유럽중앙은행(ECB)이 9월 10일 독일 베를린에서 3대 정책금리를 각 0.25%포인트씩 올렸다. 예금금리는 2.25%에서 2.50%로 오르며 16일부터 적용된다. 6월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인상이고(7월은 동결), 결정은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ECB는 무엇을 근거로 금리를 올렸나?
ECB는 성명에서 인상 근거를 이렇게 밝혔다. 중동 지역의 분쟁이 물가 상승 압력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고, 물가상승률이 상당 기간 목표를 크게 웃돌 것으로 본다는 문장이다. 통화정책을 중기적으로 2% 목표에 맞춰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도 함께 담겼다. 라가르드 총재는 기자회견 질의응답에서 이번 결정을 두고 “만장일치였고,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 통계청(유로스타트)이 낸 8월 유로존 물가 속보치는 전년 대비 3.3%로 7월 2.9%보다 0.4%포인트 뛰었다. 에너지 물가는 14.3%까지 치솟아 7월 10.3%에서 큰 폭으로 올랐다. 정유 마진과 에너지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겹친 결과라고 ECB는 설명했다.
8월 물가 상승을 이끈 것은 에너지였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8월 2.4%로 7월 2.5%에서 오히려 0.1%포인트 내렸다. 서비스 물가도 3.0%로 7월 3.3%보다 0.3%포인트 낮아졌다. ECB 스스로도 임금이 에너지 충격에 뚜렷이 반응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라가르드 총재는 질의응답에서 “간접 효과는 억제돼 있고, 2차 효과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6월과 비교해 ECB 전망은 어떻게 달라졌나?
ECB 직원 전망(9월 기준, 연평균)은 이 판단을 수치로 뒷받침한다. 헤드라인 물가 전망은 2026년 3.0%로 6월과 같았지만, 2027년은 2.3%에서 2.5%로, 2028년은 2.0%에서 2.1%로 올려 잡았다. 근원물가 전망도 2027년 2.5%에서 2.6%로, 2028년 2.2%에서 2.3%로 각각 0.1%포인트씩 높아졌다. ECB는 헤드라인 물가가 2027년 상반기까지 목표를 크게 웃도는 수준을 유지하다가 2027년 말쯤 목표에 가까워질 것으로 봤다.
성장률 전망은 오히려 상향됐다. 2026년은 0.8%에서 0.9%로, 2027년은 1.2%에서 1.4%로 올랐고 2028년은 1.5%로 유지됐다. ECB는 전망의 불확실성이 크고 물가는 위쪽, 성장은 아래쪽 위험이 크다고 밝혔다.

세 금리 가운데 어느 숫자를 봐야 하나?
ECB가 발표하는 정책금리는 세 가지다. 은행이 ECB에 하루짜리로 돈을 맡길 때 받는 예금금리, 정기 유동성 공급 입찰에 적용하는 주요재융자금리, 은행이 급전이 필요할 때 하루짜리로 빌리는 한계대출금리다. 예금금리가 바닥, 한계대출금리가 천장 역할을 하고 주요재융자금리는 그 사이에 놓인다. 이번 인상으로 예금금리는 2.25%에서 2.50%로, 주요재융자금리는 2.40%에서 2.65%로, 한계대출금리는 2.65%에서 2.90%로 각각 올랐다. 시장과 ECB 자신도 정책 기조를 말할 때는 예금금리를 기준으로 삼는다.

예금금리 2.50%는 낯선 숫자가 아니다. 2025년 4월 인하 전까지 유지됐던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6월 인상은 2023년 9월 이후 첫 인상이었고, 올해 들어 예금금리는 2.00%에서 2.50%로 0.50%포인트 올랐다. 기업 대출금리는 6월과 7월 3.8%로 5월 3.6%보다 올랐다. ECB는 6월 금리 인상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시점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3.00%다. ECB 예금금리(2.50%)와 비교하면 0.50%포인트 차이가 난다.
추가 인상은 이어질까?
ECB는 성명에서 회의마다 데이터에 기반해 판단하며 특정 금리 경로를 미리 정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다시 확인했다. 라가르드 총재도 질의응답에서 “우리는 향후 경로를 전혀 논의하지 않았다”며 “다음 회의에서 어느 방향으로 갈지에 대해서도 아직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요한 방향이 무엇이든 적절한 민첩성을 보여줄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결정 직후인 9월 10일 덴마크 단스케방크 리서치팀은 새 전망을 포함한 이번 소통이 “시장에 매우 매파적인 서프라이즈로 다가왔다”고 평가했다. ECB가 에너지 가격에 초점을 확고히 두고 있다고 보고 10월과 12월 회의 모두에서 추가 인상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결정 전에 나온 시각은 갈렸다. 노무라 글로벌마켓리서치는 결정 전인 9월 4일 낸 노트에서 9월 회의 이후로는 “추가 인상이 없는 것”을 기본 시나리오로 잡으면서도 위험은 분명 추가 인상 쪽으로 기울어 있다고 봤다. 브렌트유 가격이 9월 말에서 10월 사이 배럴당 95달러 안팎이면 12월 인상을, 100달러를 넘어 10월 중하순까지 이어지면 10월 인상을 각각 변수로 짚었다. ING의 카르스텐 브르제스키 글로벌 거시경제 총괄은 결정 전인 9월 2~3일 낸 노트에서 한 번 더 올려 2.5%가 되더라도 “ECB 스스로 중립이라고 부르는 범위 안”이라고 평가했다. 추가 인상 여부와 시기를 두고 세 곳의 전망은 엇갈린다. J.P.모건과 BNP파리바는 결정 전인 9월 4일 각각 12월 추가 인상 전망으로 수정했는데, 에너지 가격 압력이 이어지고 경기가 견조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다음 확인 지점은 두 개다. 유로스타트는 9월 17일 8월 물가 확정치를 낸다. ECB는 10월 28~29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다음 회의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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