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美 금융의 중심으로”…서클이 획득한 신탁은행 인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Circle)이 미국 통화감독청(OCC)으로부터 연방 신탁은행 설립 인가를 획득했다. 이는 블록체인 기업이 전통 금융 규제 하에서 공식 은행 자격을 얻은 사례로, 암호화폐가 미국 금융 시스템 내부로 편입되는 신호다.
신탁은행이 뭐길래
OCC 인가는 은행 중에서도 가장 제한적인 업무만 하는 신탁은행(trust bank)에 국한된다. 신탁은행은 개인이나 기관의 자산을 보관·관리하는 것이 주 업무다. 예금 수취나 대출 제공은 하지 않는다. 대신 고객의 금융자산을 안전하게 지키고, 필요할 때 인출하거나 이체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서클이 세울 Circle National Trust는 처음에 서클과 계열사의 자산을 관리하는 데 쓰인다. USDC 같은 스테이블코인을 담보로 하는 유동성 풀이나 고객 예치금을 보관하는 용도다. 시간이 지나면서 규제 요건을 충족하는 금융기관 고객들에게도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다. 금융 자산을 블록체인에 옮기려는 은행, 자산운용사, 기관 투자자들이 자산 보관소로 삼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신탁은행이 있으면 암호화폐 자산의 합법성과 추적 가능성이 보장되므로, 규제 기관의 감시 아래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다.

시장이 본 의미
서클의 주가는 이 소식에 즉각 반응했다. 발표 직후 사전 거래(pre-market)에서 14% 올랐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서클의 입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투자자들은 OCC 인가가 USDC의 신용도를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정부의 감독을 받는 신탁은행이라는 지위는 기관 투자자들의 진입 장벽을 낮춘다.
현재 USDC 유통량은 약 732억 달러(약 100조 9,000억 원)다. 최대 스테이블코인인 테더의 USDT(1,841억 달러)와 견주면 약 40% 수준이다. 신탁은행이 설립되면 기관 투자자들이 연방 감독 아래에서 USDC를 보관·관리할 길이 열리는 만큼, 기관 채택이 빨라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USDC를 보유한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발행사가 연방 감독 체계 안으로 들어간다는 사실 자체가 신뢰를 더하는 요소다.

블록체인 규제의 전환점
OCC 신탁은행 인가는 단순한 기업 승인을 넘어 규제 기조의 전환을 알리는 신호다. 지난 10년간 미국 규제 당국은 암호화폐 기업을 은행 밖에 두려 했다. 거래소는 ‘송금 회사(money transmitter)’로 분류했고,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은행이 아닌 핀테크 기업으로 취급했다. 이번 인가에서 그 기조는 달라졌다. 완전히 배제하는 대신 규제 안으로 끌어들이는 쪽을 택한 것이다.
크라켄(Kraken), 크립토닷컴(Crypto.com), 빗고(BitGo) 등도 같은 경로를 밟고 있다. 이들은 모두 OCC 신탁은행 인가를 신청했거나 인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신탁은행 인가를 기준으로 블록체인이 미국 금융 시스템의 공식 인프라로 편입되는 과정이 본격화됐다. Circle의 인가 획득은 그 첫 번째 사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