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밥상 지도|강원] 속초 오징어순대엔 왜 오징어가 들어갔나

강원특별자치도 속초시 청호동에 자리한 아바이마을은 한국전쟁 1·4 후퇴 때 남하한 함경남도 실향민들이 모래 둔덕 위에 이룬 집단 정착촌이다. 그 마을에서 돼지 대창 대신 오징어를 쓴 순대가 나왔고, 오징어 몸통에 다진 다리와 채소·당면을 채워 쪄낸 오징어순대는 지금도 속초관광수산시장과 아바이마을 일대에서 팔린다. 고향에서 먹던 순대를 다시 만들려던 이들이 구할 수 없던 재료를 곁에 있던 오징어로 바꾸면서 생긴 음식이다.
모래 둔덕 위에 생긴 함경도 마을, 서로를 아바이라 불렀다
‘아바이’는 함경도 말로 손위 남자를 부르는 호칭이다. 이영주 강원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마을 이름이 “정착민들이 서로를 부르던 말”에서 나왔다고 정리했다. 한국관광공사 자료는 이 마을이 1953년 한국전쟁 정전 무렵 실향민 정착과 함께 형성됐다고 설명한다.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이 먹던 순대가 새 정착지의 음식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주민이 가져온 조리법과 새 정착지의 산물이 만나는 자리에서 지금의 순대가 나왔다.
돼지 대창이 없어 오징어를 채웠다
아바이순대는 이영주 강원연구원 연구위원이 “돼지 대창을 손질해 찹쌀·좁쌀·선지·고사리·배추 우거지·숙주를 넣고 쪄내는 함경도 향토음식”이라고 정리한 음식이다. 대창을 쓰기 때문에 굵기가 일반 순대보다 2~3배 굵고, 선지가 속을 채우는 남쪽의 피순대와 달리 곡물과 채소가 속의 주를 이룬다. 실향민들은 이 대창을 새 정착지에서 구하지 못했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이 동해안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오징어였다. 오징어 몸통 안에 다진 오징어 다리와 채소, 당면을 채워 쪄낸 뒤 썰어 내는 오징어순대가 그렇게 나왔다. 한국관광공사는 이 음식을 “실향민들이 북에서 먹던 피순대에 대한 향수를 담아 만든 음식”으로 소개한다. 함경도식 순대는 곡류로 찹쌀과 당면을 함께 쓰고 양념을 두드러지게 쓰는 것이 특징으로 꼽힌다. 지금은 누룽지를 더한 것, 계란물을 입혀 부친 것, 매콤하게 양념한 것까지 갈래가 여럿이다. 이름은 갈렸지만 뿌리는 같은 셈이다.
집에서 해 먹던 음식이 팔리기 시작한 건 1980년대부터로 기록된다
오징어순대와 아바이순대가 지금 같은 모습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또 다른 시간차가 있다. 만들어 먹기 시작한 것은 한국전쟁 직후 피난민의 부엌이지만, 파는 음식이 된 것은 그보다 한참 뒤다. 오징어순대는 1980년대부터 속초항 주변에서 만들어져 팔리기 시작한 것으로 기록되고, 아바이순대가 지역을 대표하는 향토음식으로 상품화된 것은 2000년대 이후다. 집에서 해 먹기 시작한 때와 팔리는 음식이 된 때 사이에는 30년 안팎의 간격이 있다. 언제 누가 처음 만들었는지를 특정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재료도 그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대창을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소창을 쓰는 집이 늘었다.
설악산 단풍철 코스에 놓인 청호동과 속초관광수산시장
아바이마을(속초시 청호로 122-1)은 실향민 문화를 볼 수 있는 마을로 한국관광공사 열린관광지에 등재돼 있다. 옛 속초중앙시장인 속초관광수산시장(중앙로147번길 12)은 오전 8시부터 자정까지 문을 열며 점포마다 시간이 조금씩 다르다. 이곳에서는 순대와 함께 장칼국수, 튀김을 묶어 파는 구성이 흔하다. 관광공사 자료 기준으로 2025년 5월 무렵 순대 1인분 가격대는 1만2000원에서 1만5000원 사이였다.
2026년 8월 25일 강원특별자치도와 강원관광재단은 9월 추천 여행지로 춘천과 함께 속초를 꼽았다. 이 발표가 소개한 먹거리는 닭강정과 해산물이었고 오징어순대나 아바이마을은 들어 있지 않았다. 최성현 강원관광재단 대표이사는 “9월은 강원의 산과 호수가 아름다운 가을로 접어드는 시기”라고 말했다. 발표된 속초 코스는 설악산 가을 산행과 설악동의 순환형 산책로 설악향기로(총 2.7㎞), 척산온천, 속초관광수산시장을 잇는다. 산에서 시작해 온천을 거쳐 시장에서 끝나는 흐름이며, 강원관광재단은 이를 체류형 구성으로 소개했다. 시장이 코스에 포함된 만큼 여행길에 청호동까지 들르는 동선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1984년 문 연 막국수집과 아바이마을길의 순대집들
이 계보를 지금 잇고 있는 곳들은 아바이마을 안팎에 흩어져 있다. 청초호 인근의 함흥막국수는 1984년 문을 열어 2023년 7월 25일 중소벤처기업부 백년가게로 선정됐다. 창업자 이현례 씨는 개업 이후 40년 넘게 방식을 바꾸지 않고 이어 왔다고 알려졌고, 지금은 아들 이충환 씨가 2대째 가게를 맡고 있다. 순대가 아니라 냉면과 막국수 쪽에서 실향민 음식 계보를 대표하는 집이다.
아바이마을길로 들어서면 순대집들이 나온다. 마을 입구인 아바이마을길 17의 단천식당은 40년 넘게 3대가 이어온 집으로, 아바이순대를 넣은 순대국밥과 오징어순대, 가자미식해, 아바이냉면을 낸다. 이 집 오징어순대는 앞서 나온 갈래 중 양면에 계란물을 입혀 부쳐 내는 방식이다. 2026년 2월 기준으로 오전 8시 30분에 문을 연다. 조금 더 들어간 아바이마을길 12의 2대송림순대집은 2대째 오징어순대와 아바이순대, 순대국을 내며 모둠순대와 가자미식해를 함께 낸다. 오전 9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영업한다. 오징어순대와 아바이순대를 한 접시에 나눠 담는 모둠 구성은 이 골목에서 흔히 보인다. 마을 밖 시내 쪽에는 88순대국이 있다. 아바이마을이 아니라 중앙로129번길 35-20에 자리해 시장 코스와 묶어 다니기 좋다.

백년가게로 선정된 곳은 함흥막국수다. 단천식당은 3대째, 2대송림순대집과 함흥막국수는 2대째 가게를 맡아 지금도 문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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