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째 유예 추진…2029년 가상자산 과세 두고 처방 갈려

정부가 5일 2027년 1월로 예정된 가상자산 소득과세를 2년 유예해 2029년부터 시행하는 방안을 국회와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손실을 3년간 이월해 공제해 주는 제도와 민관합동 워킹그룹 구성도 함께 내놨다.
소득세법 부칙이 세 차례 개정되며 시행이 미뤄진 데 이은 네 번째 유예 추진이다. 이번에 확인된 전문가·단체 견해 다섯은 모두 정부가 든 유예 명분에 의문을 달았고, 처방은 예정대로 시행하며 보완하자는 쪽과 자본이득 과세의 틀부터 다시 짜자는 쪽으로 갈렸다.

2029년 시행·손실 이월공제 3년…정부가 내놓은 것
재정경제부가 정책브리핑을 통해 밝힌 유예 사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미국과의 가상자산 정보 교환이 2029년부터 이뤄지는 만큼 당장 과세하면 국내시장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다른 하나는 디지털자산법이 제정되면 디지털자산업의 제도적 기반이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재경부는 두 가지를 고려해 2년간 추가로 준비한 뒤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미국과의 정보교환은 암호화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를 통해 이뤄진다. 각국 과세당국이 가상자산 거래 정보를 자동으로 주고받는 체계다.
유예와 함께 나온 것이 손실 이월공제다. 미국·영국 등 주요국도 인정하는 제도를 우리나라도 3년간 허용하겠다는 내용이다. 지금은 같은 해에 발생한 손익만 합산한다. 정부 예시를 보면, 2029년에 1,000만 원 손실을 보고 이듬해 2,000만 원 이익을 낸 경우 기본공제 250만 원을 먼저 뺀 뒤 이월 손실 1,000만 원을 차감한 750만 원에 세율을 매긴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한번 더 과세 유예를 말씀드리게 된 점을 무겁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후속 일정은 아래와 같다. 모두 추진 계획이다. 이 가운데 유예와 손실 이월공제는 소득세법을 고치는 국회 입법을 거쳐야 한다.
| 시점 | 내용 |
|---|---|
| 조속히 | 디지털자산 과세 민관합동 워킹그룹 출범회의 |
| 2027년 상반기 | 제도개선 방안 마련 |
| 2027년 정기국회 | 입법 필요 사항 개정안 제출 |
| 2028년 상반기 | 세부 과세기준 발표 |
| 2029년 | 과세 시행(추진) |
자료: 재정경제부 정책브리핑 (2026년 11월 5일)
해외 정보도 제도 기반도 유예 사유는 못 된다는 진단
정부가 든 첫 명분은 미국과의 정보교환 시점이다. 참여연대는 5일 낸 성명에서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해외 과세정보 확보는 집행력을 강화하는 보조 수단일 뿐 “과세 자체를 미룰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영국·일본 등 주요국이 자동정보교환체계가 마련되기 전부터 가상자산 소득에 과세해 왔다는 점도 짚었다. 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 역시 CARF를 “과세 집행을 보조하는 수단”이라고 규정했다.
두 번째 명분인 디지털자산법 제정은 어떨까. 참여연대는 이 역시 “소득과세의 선결조건이 아니다”라고 했다. 매일경제 사설은 “과세 대상과 기본 구조는 이미 마련돼 있다”며, 디지털자산법에 따라 보완할 사항이 있다면 “시행령에 반영하면 될 일”이라고 적었다. 안창남 월드텍스연구회장(전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은 가상자산 교환 등 일부 거래 유형의 기준이 미비하다면 “유예가 아니라 보완하면 됐던 문제”라고 했고, 현재 법령으로도 과세 관련 소득 금액을 충분히 산출할 수 있다고 봤다.
준비가 어디까지 됐는지 알 수 없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현동 교수는 시행을 두 달 앞두고 이미 예정된 사안을 근거로 과세를 유예하기로 한 데 대해 “논리적 타당성이 떨어지는 특혜성 조처”라고 평가했다. 그간 연기 과정에서 당국이 어느 정도 준비하고 있는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며, 과세 행정 인프라를 준비하고 점검하는 과정을 열어야 한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손실 이월공제나 과세기준 보완도 시행과 병행해 추진할 수 있다고 봤다. 보완은 시행을 미루는 이유가 아니라 시행과 함께 할 일이라는 것이다.
보완이 아니라 자본이득 과세의 틀부터…금투세 폐지가 남긴 공백
그렇다면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가. 이 물음에서 진단이 다른 방향으로 갈라진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가상자산 과세가 제대로 시작되지 못하는 이유는 “자본시장 과세의 틀이 허물어져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주식 양도차익을 포함한 자본이득 과세 전반의 방향과 입법 일정을 먼저 제시하고, 그 연장선에서 가상자산 과세를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폐지된 금융투자소득세를 대체할 입법을 마련하고 그 틀에서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설계 대상도 구체적으로 짚었다. 김 교수는 “기본공제와 이월공제 기간, 손익통산 범위와 세율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방안의 손실 이월공제 3년은 이 가운데 한 항목에 해당한다. 현행 세율은 소득세법 제64조의3에 따라 가상자산소득금액에서 250만 원을 뺀 금액의 20%이고, 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22%로 알려져 있다. 김 교수도 기술적으로 미비한 부분은 해소할 수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과세 의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시행을 미루라는 주문과는 거리가 있다.
| 시점 | 조치 | 시행 예정 |
|---|---|---|
| 2020년 12월 29일 | 소득세법 개정(도입) | 2022년 1월 |
| 2021년 12월 8일 | 부칙 개정 | 2023년 1월 |
| 2022년 12월 31일 | 부칙 개정 | 2025년 1월 |
| 2024년 12월 31일 | 부칙 개정 | 2027년 1월 |
| 2026년 11월 5일 | 정부 2년 유예 추진 발표(입법 전) | 2029년 |
자료: 소득세법 부칙 제5조(법제처), 재정경제부 정책브리핑
업계는 보완 시간 확보에 의의…2029년에도 남는 숙제
정부 논리의 핵심은 해외 정보 없이 과세하면 국내시장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이다.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디지털엑스·고팍스)는 미흡한 과세 체계를 보완할 시간을 확보했다는 데 의의를 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2029년이 되면 인프라가 갖춰진다는 전제도 단순하지 않다. 보도에 따르면 정보교환체계가 가동돼도 미참여국 거래소와 탈중앙화·장외거래는 자료 확보가 어렵다. 참여연대가 완벽한 인프라를 전제조건으로 삼으면 유예는 반복될 수 있다고 한 대목과 같은 방향의 지적이다.
투자자 쪽에서 달라질 부분은 손실 처리다. 이월공제가 도입되면 한 해에 본 손실을 이후 3년 안에 낸 이익에서 뺄 수 있다. 국내외 주식·파생상품 양도손실에는 이월공제가 적용되지 않아 자산 간 손실 인정 기준의 차이가 새 쟁점이 됐다는 점도 함께 전해졌다. 기본공제 250만 원은 정부 예시에서 그대로 적용된다. 유예에 따른 세수나 투자자 손익 변화는 이번 발표에 나오지 않았다.
다음 확인 지점은 국회다. 부총리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유예 조치와 손실 이월공제를 함께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소득세법 부칙이 개정되기 전까지 현행 시행일은 2027년 1월이다. 워킹그룹 출범회의는 조속히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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