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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작해 온 공백 메운다”…SEC 암호자산 수탁 규칙 제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0월 1일(현지) 등록 투자자문사와 규제 펀드(등록 투자회사·BDC)의 암호자산 수탁 규칙을 제안했다. 일정 조건에서 자문사가 고객 암호자산을 직접 보관(자기수탁)하고, 주(州) 신탁회사를 수탁기관으로 쓸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아직 확정 규칙은 아니다. 연방관보 게재 뒤 60일간 의견을 받는데, 게재일은 정해지지 않았다.

자기수탁과 주 신탁회사, SEC가 연 두 갈래 길

제안서 분량은 760쪽이다. SEC는 이를 투자자문사와 규제 펀드를 위한 “맞춤형 틀”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수탁 규칙 곳곳을 손보는 정비안도 들어 있다. 2023년에 나온 앞선 수탁 규칙안은 채택되지 못했고, 2025년 6월 12일 공식 철회됐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자기수탁은 투자자가 자기 지갑에 직접 보관한다는 뜻이 아니다. 자문사가 고객 자산의 수탁자 노릇을 한다는 의미다. 헤스터 피어스 SEC 위원도 성명에서 제안이 이 말을 투자자의 진정한 자기수탁과 다른 의미로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신이라면 다른 표현을 골랐을 것이라고도 했다.

새 코인 수탁 역량, 출시보다 몇 달 늦을 수 있다

이번 제안은 현행 규칙의 구조에서 출발한다. 폴 앳킨스 SEC 의장은 성명에서 현행 규칙의 핵심 보호 장치가 허용 수탁기관 사용 의무인데, 새로 나온 암호자산은 수탁 역량이 출시보다 “여러 달” 늦을 수 있다고 짚었다. 자문사법과 투자회사법의 수탁 규칙 상당수가 인터넷 이전 시대에 만들어졌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앳킨스 의장은 자문사와 펀드가 “짐작에 의존해 온” 공백을 이번 제안이 메운다고 주장했다.

업계 시각도 비슷하다. 규제 컨설팅사 실버 레귤러토리 어소시에이츠의 조시 버튼 국장은 적격 수탁기관이 정의상 너무 적어 오랫동안 많은 운용사에 암호자산 수탁이 “거의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SEC 팩트시트가 주 신탁회사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보탠다. 주 신탁회사가 현행 규칙상 ‘은행’에 해당하는지는 주법과 연방법에 따른 사안별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맡길 곳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SEC 제안서 집계(2026년 3월까지 접수된 Form ADV, 2025년 12월 보고기간)에 따르면 암호자산을 수탁 중인 등록 자문사가 최소 136곳이고, 자문사들이 보고한 암호 수탁기관은 39곳이다. 자기수탁이 적용될 범위도 좁다. SEC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자기수탁이 “드문 경우”가 될 것이라며, 수탁기관이 아직 지원하지 않는 신규 토큰이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분기마다 다시 판단, 2명 이상 승인…자기수탁의 조건

자기수탁은 허용 수탁기관이 해당 암호자산을 맡을 수 없다고 자문사가 판단할 때만 쓸 수 있다. 이 판단은 자기수탁을 시작하기 전에 한 번 내리고, 이후에는 분기마다 다시 내려야 한다. 자문사는 개인키 관리와 최소 2인 공동 승인을 다루는 시스템을 갖추고, 고객별로 그 고객 자산만 담는 주소에 보관해야 한다. 주 신탁회사를 쓰려면 주 은행당국이 암호자산 수탁을 인가했다고 믿을 합리적 근거가 있는지 이용 전과 매년 확인해야 한다.

구분 자문사 자기수탁 주 신탁회사 수탁
언제 쓸 수 있나 허용 수탁기관이 해당 자산을 맡을 수 없다고 판단할 때(사전·분기마다 재판단) 주 은행당국이 암호자산 수탁을 인가한 신탁회사(이용 전·매년 확인)
보관·통제 개인키 관리, 최소 2인 공동 승인, 고객별 전용 주소 고객·펀드 자산을 신탁회사 고유자산과 분리
점검 보관 시스템·사이버보안 최소 연 1회 서면 보관 정책·절차 이행 확인(매년)
외부 검증 개시 6개월 내·이후 매년 독립 회계법인 내부통제 보고서 최근 감사 재무제표·내부통제 보고서 검토
고객 보호 최소 분기 1회 계좌 명세서, 서면으로 ‘financial asset’ 취급 –

자료: 미 SEC 제안(2026년 10월 1일) 팩트시트. 확정 규칙이 아니다.

은행 대여금고 보관함, SEC 암호자산 수탁 규칙 제안 관련 자료사진
은행 대여금고 보관함. 자료사진 · 출처: Pixabay

세부 해석은 갈린다. 로펌 크로크 페어차일드 두아르테 앤 베레스는 고객 안내문에서 자기수탁이 자문사만 키를 쥔 경우에만 허용되고, 키를 나눠 쥔 공동 구조는 자문사가 가장 먼저 해소해야 할 대상이 될 것으로 해석했다. 전환 기간도 없다고 봤다. 팩트시트가 요구하는 통제는 최소 2인 공동 승인이며, 키 단독 보유와 전환 기간에 관한 대목은 로펌의 해석이다.

찬성 위원도 이해충돌 인정…은행권은 1년 전부터 반대

쟁점은 새로 열린 길이 투자자 보호 수준을 지킬 수 있느냐다. 지지 성명을 낸 위원 쪽에서도 위험을 짚었다. 마크 우예다 SEC 위원은 자기수탁이 “본질적인 이해충돌”을 낳으며, 자문사가 고객 암호자산을 직접 보관해도 신인의무는 그대로 적용된다고 밝혔다. 같은 성명에서 그는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는 규칙은 투자자를 지키는 대신 보호의 “환상”만 줄 뿐이라고도 했다. 피어스 위원은 자격을 갖춘 주 신탁회사를 허용하면 경쟁이 늘고 투자자 보호와 투자 선택지도 넓어진다고 평가했다.

반대 목소리는 더 직접적이다. 투자자 보호 단체 베터마켓의 벤저민 쉬프린 증권정책 국장은 이번 제안이 투자자를 SEC가 막으려 존재하는 “매우 높은 손실 위험”에 노출시킨다고 비판했다. 베터마켓은 주 신탁회사 감독 수준이 주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은행정책연구소(BPI), 글로벌수탁기관협회(AGC), 금융서비스포럼(FSF) 등 은행권 3단체는 제안에 앞선 2025년 9월 18일 앳킨스 의장에게 보낸 의견서에서 규제 기준을 낮춘 수탁 허용이 투자자 보호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경고했다. 이번 제안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1년 전 사전 의견이고, 이들은 기존 수탁 업무를 하는 은행권 단체다.

자문사 쪽 평가는 다르다. 투자자문협회(IAA)는 SEC가 “불필요하게 복잡하고 부담스러운” 수탁 규칙을 손보려 한다며, 암호 수탁을 명확히 하는 일이 고객 암호자산의 안전한 보관에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절차는 이제 시작이다. 제안은 연방관보 게재 뒤 60일간 의견을 받고, 최종 규칙은 받은 의견을 반영해 따로 의결을 거쳐야 한다. 피어스 위원은 성명에서 제안서에 담긴 여러 의견 요청 사항에 시장 참여자들이 답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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