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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적 규칙 제정으로 이어져야”…SEC 토큰화 주식 5년 면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7일(현지시간) 토큰화 주식 거래장의 ‘거래소’ 정의와 유동성공급자의 ‘딜러’ 정의를 2031년 9월 17일까지 5년 동안 적용하지 않기로 하는 이노베이션 익셈션(혁신 면제) 명령(Release No. 34-106402)을 냈다. 이미 효력이 생긴 한시·조건부 면제다. SEC는 같은 명령에서 질문 10개를 걸어 의견수렴도 병행한다.

명령이 푼 것은 두 가지 정의뿐이다. 사기·시세조종 금지 규정과 참여자 등록 의무는 그대로 두고 종목 수와 거래량에는 상한을 걸었다.

허가형 AMM 풀을 여는 거래장, 자기자본으로 받치는 유동성공급자

하나는 토큰화 증권 거래장(Tokenized Securities Venue, TSV)이다. 명령은 허가받은 참여자가 거래 조건에 합의하는 AMM(자동화 시장조성) 유동성 풀을 제공하고 접근 기준을 정해 토큰화된 NMS 주식의 매수자와 매도자를 잇는 조직을 TSV로 정의했다. NMS 주식은 미국 전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을 가리키는 규제 용어다. 이런 조직이 증권거래법 3(a)(1)조의 ‘거래소’ 정의에서 빠진다.

다른 하나는 자기자본으로 토큰화 주식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유동성공급자다. 명령이 ‘면제 대상 유동성공급자(Covered Firm)’로 부르는 이들은 3(a)(5)조의 ‘딜러’ 정의에서 빠진다. 고객 호가 제시나 확약자본 제공처럼 딜러의 징표로 꼽히는 활동도 TSV 풀 거래와 관련된 것이면 포함된다. 근거는 증권거래법 36(a)(1)조의 일반 면제권이다. 거래 상대는 토큰화 주식끼리, 또는 허가받은 발행자의 결제용 스테이블코인 같은 비증권 암호자산이나 토큰화 머니마켓펀드(MMF)다.

폴 앳킨스 SEC 위원장은 이번 조치를 “법적 권한 안에서” 일부 토큰화 주식의 온체인 거래를 촉진하는 “중요한 진전”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시적인 조치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임시 조치가 “반드시 항구적 규칙 제정으로 이어져야 한다”고도 했다. 같은 성명에서는 이번 주 초 의회가 클래리티법(CLARITY Act)을 진전시키지 못한 점을 먼저 언급했다. 상원은 15일(현지시간) 클래리티법 절차 표결에서 찬성 49표, 반대 50표로 필요한 60표에 닿지 못했다.

미국 가상자산 전문 매체는 명령이 5월께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가 무산됐고, 8월 13일에는 SEC가 다시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종목 75개·250개, 거래량은 원주식의 0.25%·2.5%까지

두 정의를 풀어줬다고 아무 종목이나 얼마든지 거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명령은 종목을 두 층으로 나눠 상한을 걸었다. Tier 1에는 S&P 500·러셀 1000 편입 종목과 일평균 명목 거래대금이 200만 달러를 넘는 일부 상장지수상품(ETP)이 들어간다. 종목 수는 75개까지, 거래량은 해당 주식 전월 일평균 거래주식수의 0.25%까지다. Tier 1이 아닌 나머지 NMS 주식(권리·워런트 제외)은 Tier 2로 묶여 250개까지, 2.5%까지 다룰 수 있다.

SEC 이노베이션 익셈션 Tier별 종목 수 상한(75개·250개)과 거래량 상한(0.25%·2.5%) 비교 차트
자료: 미 SEC 명령 Release No. 34-106402(2026년 9월 17일)

거래량 비율은 TSV의 일평균 거래주식수를 거래보고플랜 기준 해당 NMS 주식의 일평균 거래주식수로 나눠 잡는다. 한도에 닿으면 거래를 일시정지하고 참여자에게 즉시 알려야 한다. 공시는 5영업일 안에 고쳐야 한다. 쪼개기로 한도를 피하지 못하도록 계열 TSV의 거래량은 합산한다.

Tier 2의 거래량 비율은 Tier 1의 10배다. 명령은 유동성이 낮은 종목일수록 비율 한도를 넘기 쉬워 Tier 2 한도를 높게 잡았다고 설명한다. 한도 외 조건도 붙는다. 토큰화 주식은 기존 주식과 같은 권리와 특권, 곧 배당과 의결권을 갖는지 검증해야 한다. 스마트계약은 감사할 수 있는 공개·무허가형 퍼블릭 원장에 올려야 한다. 상장 거래소에서 기초주식 거래가 정지되면 토큰화 주식도 함께 멈춘다.

사기·시세조종 금지와 참여자 등록 의무는 그대로 남았다

앳킨스 위원장은 성명에서 연방증권법의 사기 방지·시세조종 금지 조항이 예외 없이 전면 적용된다고 밝혔다. TSV 참여자가 하는 증권 활동은 이번 면제가 건드리지 않는다. 참여자는 SEC와 자율규제기구(SRO)의 등록 요건, 자금세탁·테러자금조달 방지(AML/CFT) 의무를 지금처럼 진다. 투자회사법 면제도 없다. TSV는 미국인이어야 하고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 제재를 지켜야 한다. 법정 결격사유가 있으면 이 면제를 쓸 수 없다.

TSV가 SEC에 등록됐다거나 SEC가 승인·보증했다고 내세우는 것도 금지된다. 공시에는 미등록 상태임을 밝혀야 한다. 토큰화 연계증권과 증권기반스와프처럼 기초주식의 가격 노출만 주는 합성 상품은 아예 대상이 아니다.

그렇다고 문이 좁기만 한 것은 아니다. 명령은 참여자 유형을 제한하지 않는 것이 공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해 개인투자자·기관·브로커딜러 모두 TSV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풀 접근이 허가형이라는 점만 다르다. 발행사와 무관한 제3자가 토큰화한 주식도 대상에 들어간다. 이 경우 발행사가 통지를 받은 날부터 최소 30일이 지나야 거래를 시작할 수 있다. 발행사가 30일째까지 서면으로 이의를 내면 거래할 수 없다. 이와 별개로 TSV는 운영을 시작하기 30일 전에 웹사이트에 운영 내용을 공시하고 공시 뒤 1영업일 안에 SEC에 서면으로 알려야 한다.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겹쳐진 키보드 위 손. 토큰화 주식 온체인 거래 자료사진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형상화한 이미지. 자료사진 (Pixabay)

월가 단체는 병렬적이지만 불평등한 생태계를 경고해 왔다

반대쪽 목소리는 명령이 나오기 전부터 있었다. 미국 증권업·금융시장협회(SIFMA)는 2025년 11월 26일 SEC에 낸 서한에서 광범위하고 범주적인 면제가 “동일 자산에 대해 병렬적이지만 불평등한 거래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동성이 쪼개지고 가격 괴리가 생길 위험을 지적했다. 면제라면 투자자 범위 제한, 거래 한도, 기간 제한이라는 가드레일을 두고 공개 의견수렴을 거쳐야 한다는 요구도 담겼다.

이번 명령에는 종목·거래량 한도와 5년 일몰, 의견수렴이 들어 있다. 투자자 범위는 제한하지 않았다.

SEC 안에서는 다른 결의 설명이 나왔다. 헤스터 피어스 SEC 위원(크립토 태스크포스 책임)은 성명에서 이번 한시·제한적 면제를 토큰화 주식이 온체인에서 어떻게 쓰이고 기존 시장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관찰할 기회”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 명령은 디파이(DeFi)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마크 우예다 SEC 위원은 면제권을 쓰는 방식이 머니마켓펀드와 인덱스펀드, 상장지수펀드(ETF)가 자란 “익숙한 길”이라고 했다. 데이터로 규칙을 만들기 위한 관찰 장치라며 지표와 사례, 사고 분석 같은 데이터를 담은 의견을 요청했다.

미국 가상자산 전문 매체는 이 조치가 법률이 아니라 SEC의 면제권에 기댄 것이어서 같은 방식으로 되돌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토큰증권법은 발행 인프라, 미국 면제는 상장주식 거래장

국내 제도는 2026년 1월 1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기준이다. 금융위원회는 이 개정으로 분산원장을 전자등록계좌부로 인정해 토큰증권 발행을 허용하고 증권사를 통한 투자계약증권 유통도 허용한다고 밝혔다. 시행은 공포 1년 뒤다. 금융위는 토큰증권이 증권의 “형식”이고 실질은 자본시장법상 증권이라며 무인가 중개는 위법이고 공모 때는 증권신고서 규정이 똑같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겨냥하는 층위가 다르다. 국내 개정의 초점은 증권을 토큰 형태로 발행·등록하는 인프라와 투자계약증권 유통이다. 미국 명령은 이미 상장된 주식을 토큰으로 온체인 거래장에서 거래할 때의 거래소·딜러 정의를 다룬다.

미국 가상자산 전문 매체는 6월 1일 씨티 애널리스트들이 토큰화 자산 시장이 현재 170억 달러에서 2030년 5.5조 달러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고 전했다.

앞으로 절차는 명령에 이미 적혀 있다. 첫 TSV는 운영 30일 전 웹사이트 공시로 먼저 모습을 드러낸다. 의견수렴 질문 10개에는 유동성공급자 면제를 영구화할지, 면제 기간이 적정한지도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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