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변화는 없을 것”…중간선거 관세·대미투자 전망

미국 중간선거 개표가 이어지는 4일 오후 1시(한국시간) 현재 미국 주요 방송사들은 하원 다수당이 민주당으로 바뀐다고 판정했지만 AP는 아직 판정하지 않았고 공식 결과도 아니다. 상원은 노스캐롤라이나·사우스캐롤라이나 두 곳이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넘어간 가운데 다수당이 정해지지 않았다. 선거 전 통상 전문가들은 결과가 어느 쪽이든 한국산 상품 관세가 의회 표결만으로는 바뀌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관세의 근거가 연방대법원 판결 뒤 행정부가 무역법 301조로 다시 매긴 ‘MFN 관세 합산 12.5%’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변수로 3,500억 달러 규모 대미투자의 배분을 의회가 어떻게 감독하느냐를 꼽았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13일 백악관이 낸 한미 공동 팩트시트에서 조선 분야 1,500억 달러와 전략투자 양해각서에 따른 추가 투자 2,000억 달러, 모두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를 약속했다. 한국에 붙는 관세의 법적 근거는 올해 두 번 바뀌었다. 의회 구도가 달라지면 이 둘 중 무엇이 움직일까.
다수당이 바뀌어도 관세 입법은 거부권 3분의 2 벽 앞에
민주당이 상·하원 중 한 곳이라도 되찾으면 관세를 겨냥한 법안이 표결에 오를 수는 있다. 척 슈머 상원의원이 낸 관세법 338조·무역법 122조 폐지와 이미 걷은 관세 환급 법안(공동발의 28명)이 그런 예다. 다만 윌리엄 라인시(William Reinsch)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비상근 자문위원은 어느 시나리오에서도 거부권을 무력화할 다수를 가진 정당이 없어 실제로 결승선을 넘는 법안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라인시는 위원회를 장악하면 감독 청문회와 조사는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세 권한이 짜인 방식을 봐도 그렇다. 관세를 매기는 권한 상당수는 의회가 과거 입법으로 행정부에 위임한 조항(232·301·122조 등)에서 나온다. 위임을 거두려면 새 법이 필요하고, 새 법에는 대통령 서명이나 거부권을 넘는 3분의 2 의석이 필요하다.
선거 전 한국 쪽 분석도 같은 방향이다. 서진교 GSnJ 인스티튜트 원장은 관세 정책이 행정명령에서 나오고 있는 만큼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더라도 “관세와 대미 투자에 대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조성대 통상연구실장은 10월 28일 세미나에서 민주당이 양원을 되찾아도 “미국 우선주의 통상정책 기조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무역협회는 업계단체이고, 이 세미나는 산업통상부·외교부·중소벤처기업부가 공동 주최했다. 이들 견해는 대부분 선거 전인 10월 28일~11월 2일 사이에 나왔다.
상호관세 무효 뒤 301조 12.5%, 지금 한국산 관세의 근거
2025년 11월 합의에서 한국산에 붙은 15%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따른 상호관세였다. 미 연방대법원은 올해 2월 20일 Learning Resources, Inc. v. Trump 사건에서 이 법이 대통령에게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주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한국에 적용되던 15% 상호관세도 효력을 잃었다. 판결 대상은 IEEPA 관세였고,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 232조 품목관세는 포함되지 않았다.
| 시점 | 근거 | 한국산 일반 상품 | 비고 |
|---|---|---|---|
| 2025년 11월 합의(팩트시트) |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상호관세 | 15% | 백악관 한미 공동 팩트시트 |
| 2026년 2월 20일 | 미 연방대법원 판결 | IEEPA 관세 무효 | 232조 품목관세는 판결 대상 아님 |
| 판결 뒤~2026년 7월 | 무역법 122조 한시 관세 | 10%(전 세계 공통) | 만료 뒤 301조로 전환 |
| 2026년 7월 24일~ | 무역법 301조(강제노동 조사) | MFN 관세 합산 12.5% | MFN이 12.5% 이상이면 추가 없음 |
자료: 미 연방대법원, 미 무역대표부(USTR), 백악관. 품목별 예외·한미 FTA 세율 적용은 별도
판결 뒤 미국은 무역법 122조에 따른 한시 10% 글로벌 관세로 버텼고, 이 관세가 만료되자 7월 24일부터 301조 조치로 넘어갔다. 미 무역대표부(USTR)가 7월 23일 연방관보에 낸 고시를 보면, 3월 12일 조사를 시작한 60개 경제권이 모두 조치 대상이 됐다. 한국에는 ‘MFN 관세를 포함해 12.5%’가 적용된다. 제품의 MFN 관세가 12.5%보다 낮으면 MFN과 301조 관세를 합쳐 12.5%가 되도록 맞추고, 12.5% 이상이면 301조 관세는 붙지 않는다. 12.5%를 한 겹 더 얹는다는 뜻이 아니다. 일본·스위스가 같은 12.5% 그룹이고 EU·대만은 10%다. 자동차 등 232조 관세는 지난해 합의에서 15%로 정해졌다.
바뀔 수 있는 건 3,500억 달러 투자 감독, 방향은 사안마다 갈려
관세와 달리 대미투자는 의회가 손댈 여지가 있다. 선거 전 미국 통상 전문가들이 꼽은 감독 의제에는 일본·한국 등이 약속한 수천억 달러 투자금을 행정부가 어떻게 배분하느냐가 들어 있었다. 한국의 투자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 정부 설명으로는 1호 사업인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총사업비 223억 달러, AI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용)에 첫 투자금 24억 달러가 10월 1일 송금됐다. 팩트시트는 한국이 연간 200억 달러를 넘는 투자금을 내지 않아도 되도록 상한을 뒀다.
서진교 원장은 민주당이 일방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더라도 “세밀하게 옥죄는” 경향이 있다며, 의회에 대한 아웃리치(접촉·설득) 강화를 주문했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방향이 사안마다 갈릴 것으로 봤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압박은 “완화될 것”이지만, 의회 구도가 바뀌면 2호 사업인 원전에서는 오히려 미국형 노형 요구가 강해질 수 있다고 봤다. “미국형 AP1000 8기를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한국은 APR1400 2기를 목표로 협상 중이라고 구 교수는 설명했다.
협상 환경을 보는 눈도 갈린다. 최종건 연세대 교수(전 외교부 1차관)는 민주당이 이겨도 한국의 대미 협상이 “오히려 복잡해질 수 있다”며 대의회 외교 강화를 말했다. 반대로 『트럼프 청구서』 저자인 박형주 전 VOA 기자는 권력이 분산되면 한국이 협상 속도와 조건을 조율할 여지가 넓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관세 구조는 그대로인데 투자 조건만 사안별로 움직이는 구도다.
상원 다수당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하원 공식 결과는 주별 인증을 거쳐 나온다. 무역협회는 5일 ‘미국 중간선거 이후 글로벌 통상질서와 한미 통상 현안’을 주제로 후속 세미나를 연다. 미국에서는 과잉설비 관련 추가 조사도 예고돼 있으나, 조사 개시 고시와 한국 포함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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