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계수 0.85…모건스탠리가 본 대미 수출과 AI 투자

케빈 워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2026년 10월 28일 기자회견에서 한국 경제 동향이 미국으로 오는 항공기와 선박에 무엇이 실렸는지 알려준다고 말했다. 이후 모건스탠리는 한국의 대미 수출과 미국 자본재 신규 주문의 상관계수가 최근 12개월 0.85로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이 연결은 거꾸로도 작동한다. 한국은행은 국정감사 서면답변에서 미국 AI 투자가 둔화하는 비관 시나리오라면 내년 반도체 수출액이 기존 전망보다 500억~1,000억 달러 줄 수 있다고 추정했다.
대차대조표 질문에 한국 경제로 답한 연준 의장
워시 의장의 발언은 한국 수출을 묻는 질문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한국 취재진이 던진 질문은 연준이 대차대조표를 더 줄일 때 한국·일본 같은 해외 공적 국채 보유자와 달러 자금시장이 받을 교란을 어떻게 피하겠느냐는 것이었다. 워시 의장은 답변 첫머리에서 자신이 생각보다 한국 경제를 더 눈여겨보고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 기술 투자 물결에 들어가는 투입재의 상당수가 일본과 한국에서 오고 일부는 싱가포르에서 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한국 경제 동향은 “이쪽으로 오는 항공기와 선박에 무엇이 실렸는지” 알려준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연준 기자회견 전사본에 담긴 문장이다.
워시 의장은 한국 수출 통계를 정책 판단에 쓰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같은 회견에서 그는 금리가 AI 투자와 무관하다는 견해에 회의적이었다고 했다. 금리는 직접·간접으로 거의 모든 것에 영향을 주고, 9월 초 이후 기술 부문 안팎에서도 그 영향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회견이 열린 FOMC에서 연준은 기준금리를 3.75~4.00%로 유지했다.
상관계수 0.68→0.85, 반도체 비중 10%→28%
캐슬린 오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10월 30일 보도된 보고서에서 한국의 대미 수출과 미국의 항공기 제외 비국방 자본재 신규 주문 사이 상관계수가 최근 12개월 0.85라고 짚었다. 과거 15년 기준으로는 0.68이었다. 미국 기업이 기계와 장비를 얼마나 주문했는지 보여주는 통계와 한국의 수출이 그만큼 가까워졌다는 얘기다. 모건스탠리는 대미 수출이 미국 설비투자 지표보다 1~2개월 앞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고도 분석했다.
다만 상관계수는 모건스탠리가 자체로 산출한 값이고, 0.85는 반도체 수출이 급증한 최근 12개월에 한정된 수치다. 두 숫자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해서 한쪽이 다른 쪽의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1~2개월 선행한다는 판단 역시 모건스탠리의 해석이다.
연결이 강해진 배경에는 대미 수출 품목의 변화가 있다. 대미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이전 10%에서 올해 28%로 올랐다. 자동차는 2024년 36%에서 올해 13%로 내려갔다. 모건스탠리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이 이 변화를 이끌었다고 봤다. 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이 “이제 미국의 기술 설비투자와 구조적으로 더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평가했다.
공식 통계에서도 흐름이 보인다. 산업통상부가 10월 1일 발표한 9월 수출입 동향에서 대미 수출은 243억3,000만 달러로 1년 전(102억7,000만 달러)보다 137.0% 늘었다. 반도체·석유제품·일반기계가 호조였고 자동차의 미국향 수출도 증가했다.

AI 투자가 꺾이면 반도체 수출액 500억~1,000억 달러 감소, 한은의 비관 시나리오
연결이 강한 만큼 한쪽이 흔들리면 다른 쪽도 흔들린다. 한국은행은 10월 26일 국회에 낸 국정감사 서면답변에서 그 영향을 계산했다. 미국 빅테크의 AI 투자가 둔화하는 비관 시나리오에서 한은은 반도체 수출 물량 증가율이 당초 10%대 초중반에서 10% 안팎으로 낮아지고, 수출 단가는 기존 전망보다 약 10% 떨어진다고 가정했다. 이 경우 내년 반도체 수출액은 기존 전망보다 500억~1,000억 달러 줄어든다는 추정이다. 물량 둔화에 단가 하락이 겹쳐 금액이 줄어드는 구조다.
한은은 내년 경제성장률도 기존 전망보다 0.4%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봤고, 수출 감소와 성장 둔화가 원화 약세 압력을 키울 가능성도 거론했다.
반대 방향의 재료도 있다. 모건스탠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다년 메모리 주문을 충격을 덜어줄 상쇄 요인으로 꼽았다. 반도체 호황이 경제 전체로 번지는 정도에도 이견이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고용이 늘지 않는 점을 근거로 반도체 특수가 “생각보다 낙수효과가 크지 않은 것”이라고 짚었다.

대미 흑자 846억 달러가 부르는 다른 압력
수출이 커진 만큼 무역수지의 모양도 달라졌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올해 3분기까지 846억 달러로 주요 교역국 가운데 가장 크다. 모건스탠리는 AI 투자도 금리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아 미국의 금융 여건이 긴축되면 한국의 기술 수출에 직접 영향이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요 쪽 위험과 별개로 흑자 쪽에서 오는 압력도 있다.
현승윤 주필은 10월 28일 한국경제신문 칼럼에서 무역 불균형이 국가 간 갈등의 뿌리가 될 수 있다며 대미 흑자를 줄이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산 석유·가스 수입 확대와 미래대응기금의 미 국채 매입 같은 방안도 제시했다.
모건스탠리 분석대로라면 9월 대미 수출 급증 뒤 미국 항공기 제외 비국방 자본재 신규 주문이 따라 움직여야 한다. 이 통계는 미 상무부가 매달 내는 내구재 주문 보고서에 실린다.
연관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