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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지수 12.25% 급락…원인 진단은 엇갈렸다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가 5일(현지시간) 12.25% 내린 9,011.14로 마감했다. 나스닥이 집계한 종가 기준 하루 낙폭으로는 2020년 3월 16일(15.90% 하락) 이후 가장 컸다. 6일 코스피는 개장 직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고, 증권가의 반도체지수 급락 원인 진단은 ‘규제 우려에 따른 투매’와 ‘AI 투자 속도 재평가’로 갈렸다. 다만 AI 메모리 수요가 실제로 줄었다고 본 진단은 확인되지 않았다.

반도체지수 12.25%, 2020년 3월 이후 최대 하루 낙폭

전일 종가 10,268.65에서 1,257.51포인트가 빠졌다. 같은 날 나스닥100은 6.36%, 나스닥종합은 5.52% 내렸다(나스닥 지수 데이터). 반도체가 기술주 전체보다 두 배가량 더 크게 무너진 셈이다.

종목으로 내려가면 낙폭은 더 깊다. 엔비디아는 9.26%, 브로드컴은 10.43% 하락했고 AMD는 17.26%, 마이크론은 17.46% 빠졌다. 미국에 상장된 SK하이닉스 예탁증서(ADR)도 13.40% 내렸다. 모두 전일 종가 대비 수치다.

반도체지수 급락 하루 낙폭 상위 6일 2020년 3월 이후 막대 차트
자료: 나스닥 지수 데이터, 일별 종가 기준 본지 계산(2020년 3월 13일~2026년 11월 4일 1,671거래일과 2020년 3월 12일 별도 조회). 진한 막대가 이번 급락

하루 만에 지수를 이만큼 밀어낸 원인을 두고 증권가 진단은 갈렸다. 그 가운데 하나는 선거 결과였다.

‘규제 우려에 따른 투매’라는 진단과 규제 가능성을 낮게 본 반론

이번 급락 직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했다.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이 결과가 “AI 규제 강화 우려로 기술주에 투매가 집중되면서” 주요 지수를 끌어내렸다고 봤다. 데이터센터가 몰린 텍사스·조지아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이겼다는 점이 공포를 키웠다는 설명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단서를 달았다. 그는 6일 아침 시황에서 “아직 구체적인 규제 범위, 실제 지연 여부, AI 수요 감소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을 짚으며 이번 폭락을 “투매 성격이 짙다”고 평가했다. 규제 영향은 2027년 프로젝트보다 2028년 프로젝트에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것이라는 시점 진단도 곁들였다.

같은 규제 변수를 두고도 실현 가능성 판단은 갈린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단기 급락의 이유를 “불확실성 확대 때문”으로 설명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데이터센터에 대한 규제를 적극적으로 단행할 가능성은 낮다”고 썼다. 글로벌 AI 기술 경쟁이 국가 안보·경제 패권과 직결돼 있고 중국이 AI 산업을 전폭 지원하는 만큼 미국도 AI 투자를 적극 제한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규제를 걱정해서 팔았다는 쪽과 규제는 현실이 되기 어렵다는 쪽이 한 지수의 급락을 함께 설명하고 있다. 규제가 아닌 쪽에서 원인을 찾은 진단도 있다.

‘수요가 준 게 아니라 투자 속도를 다시 따지는 것’이라는 해석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6일 아침 코멘트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네오클라우드 계약 재검토 소식이 부각됐다고 짚었다. 그는 “실제 메모리 수요가 감소한 것이 아니라 AI 투자 증가 속도에 대한 재평가가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일방적인 실적 전망 악화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선거 하나로는 부족하다는 진단도 있었다. 가상자산 장외거래업체 윈터뮤트(Wintermute)의 OTC 트레이더 재스퍼 드 마레(Jasper De Maere)는 5일 이번 주식 매도가 민주당 압승 이상의 요인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AI 성장 수치에 대한 실망, 데이터센터 건설 제한 우려, 높은 투자자 레버리지가 반도체주 장기 부진 공포를 키웠다는 해외 시장 보도도 이어졌다. 드 마레가 직접 꼽은 요인은 선거 결과 이상이라는 한 가지뿐이고, 나머지 세 가지는 보도의 서술이다.

시세에도 단일 원인으로 설명되지 않는 신호가 있다. 퀄컴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고도 향후 실적 전망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9.49% 내렸다.

진단을 나란히 놓아 보자. 규제 우려를 투매의 원인으로 본 곳(KB·키움), 규제 가능성은 낮다고 본 곳(하나), 투자 속도의 재평가로 본 곳(미래에셋), 선거 이상의 요인을 짚은 곳(윈터뮤트)의 진단은 서로 다르다. 그러나 확인된 진단 가운데 AI 메모리 수요가 실제로 줄었다고 본 곳은 없다.

코스피 9시 3분 서킷브레이커…전날부터 이어진 하락

한국 시장에서는 6일 개장 직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서킷브레이커는 지수가 일정 폭 이상 떨어지면 거래를 잠시 멈추는 장치다. 한국거래소 공시에 따르면 코스피는 오전 9시 3분 33초 4,924.61로 전일 종가(5,383.80) 대비 8.52% 하락해 1단계가 발동됐다. 지수가 전일 종가 대비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되면 20분간 유가증권시장의 매매가 중단된다(한국거래소 KIND). 코스닥은 오전 9시 6분 2초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는 오전 9시 34분 36초에 걸렸다. 코스피 서킷브레이커는 10월 15일에도 발동된 바 있다. 서킷브레이커는 오전 9시 23분 33초에 해제됐고, 코스피는 이날 324.11포인트(6.02%) 내린 5,059.69에 장을 마쳤다. SK하이닉스는 10.44%, 삼성전자는 6.35% 내렸다.

한국 하락을 미국 급락의 결과로만 볼 수는 없다. 5일 코스피는 미국 5일 장이 열리기 전에 이미 5.28% 내렸다. 그 전날(현지 4일) 반도체지수도 3.13% 하락한 상태였다(나스닥 지수 데이터). 한지영 연구원은 당시 코스피 하락분 가운데 반도체 업종의 기여도를 약 4.6%포인트로 계산했다. 시간 순서로는 5일 오후 3시 30분 코스피 마감, 6일 오전 6시 SOX 마감, 오전 9시 3분 서킷브레이커로 이어졌다.

한지영 연구원은 하이퍼스케일러(대형 클라우드 사업자)의 설비투자 계획 변경 여부를 확인이 필요한 항목으로 꼽았다. 한 연구원 평가대로 규제 범위와 실제 지연 여부, AI 수요 감소 여부가 모두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면 다음에 확인할 사실은 이 투자 계획의 변경 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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