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1,400%…«오디세이» 개봉 후 들썩인 그리스 신화 서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가 지난달 17일 미국 등 해외에서 먼저 개봉한 뒤, 영국에서는 시장조사기관 닐슨아이큐(NielsenIQ) 집계로 6월 28일부터 7월 25일까지 4주간 «오디세이» 인쇄본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1,400% 뛰었고, 미국에서는 유통 데이터업체 서카나(Circana) 집계로 연초부터 7월 중순까지 전 판본 판매가 76% 늘었다. 한국 개봉은 8월 5일, 이 기사가 나가는 날 기준으로 내일이다.

3천 년 된 이야기에 사람들이 다시 몰린 이유

«오디세이아»는 기원전 8세기 무렵 지어진 것으로 전해지는, 3천 년 가까이 된 서사시다. 트로이 전쟁을 끝낸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가기까지 10년을 떠도는 이야기이고, 그 사이 외눈 거인과 마녀, 세이렌의 노래가 등장한다. 놀란 감독의 영화는 이 서사시를 스크린으로 옮겨 지난달 17일 미국 등 해외에서 먼저 개봉했다. 국내 개봉은 8월 5일로 잡혀 있다. 순서로 보면 지금 나오는 판매 수치는 전부 국내 개봉 이전, 해외 개봉 이후의 결과다.

AFP가 지난달 30일 전한 바로는, 런던대(UCL) 그리스·라틴어 학과장 피로제 바수니아는 앞으로 수년간 고전학 전공 지원자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엔 그 폭이 어느 정도였을까.

영화 흥행이 원작 도서 판매를 끌어올리는 일 자체는 새롭지 않다. 다만 그 상승폭과 지속 기간은 작품마다 다르고, 판매량이 늘었다고 곧 완독으로 이어진다는 뜻도 아니다.

그리스 신전 유적. «오디세이» 신화의 배경이 된 고대 그리스 이미지, 자료사진
고대 그리스 신전 유적. 자료사진. Pixabay

미국 76%, 영국 1,400%…같은 책, 다른 잣대

숫자만 보면 영국 쪽이 압도적이다. 닐슨아이큐 집계로 «오디세이» 인쇄본 판매는 6월 28일부터 7월 25일까지 4주간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00% 늘었다. 서점 체인 워터스톤스는 자사 매장에서 에밀리 윌슨 번역본 판매가 2025년 같은 기간보다 1,000% 넘게 늘었다고 밝혔다. 두 수치 모두 AFP가 지난달 30일 같은 기사로 전했다.

미국에서는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작다. 서카나 북스캔 집계로 «오디세이» 전 판본의 인쇄 판매는 올해 연초부터 7월 중순까지 누적 기준 76% 늘었고, 2025년 한 해 판매량은 2024년보다 42% 많았다. 퍼블리셔스 위클리가 지난달 15일 전한 수치다.

두 수치를 나란히 놓고 «오디세이»가 전 세계에서 1,400% 팔렸다는 식으로 합쳐 쓸 수는 없다. 미국 수치는 연초부터 7월 중순까지의 누적 집계이고, 영국 수치는 6월 28일부터 7월 25일까지 4주간을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상승세가 «오디세이» 한 권에만 해당하는 이야기일까.

«키르케» 128%, «아킬레우스의 노래» 82%…번진 곳은 서가 전체였다

아니었다. 퍼블리셔스 위클리가 지난달 31일자로 발행한 주간 베스트셀러 집계를 보면, «오디세이»의 로버트 페이글스 1997년 번역본은 한 주 동안 93% 뛰었다(비교 기준 시점은 원문에 명시돼 있지 않다). 그런데 더 크게 뛴 건 «오디세이» 자체가 아니라 «오디세이아»를 원작 삼아 다시 쓴 소설들이었다. 매들린 밀러가 마녀 키르케의 시점으로 다시 쓴 «키르케»는 128%, 아킬레우스와 파트로클로스의 관계를 그린 «아킬레우스의 노래»는 82% 늘었다. 원작보다 파생 소설이 더 크게 움직였다.

놀란 오디세이 개봉 후 키르케·아킬레우스의 노래 등 그리스 신화 소설 판매 증가율 차트
자료: Publishers Weekly 주간 베스트셀러 집계(2026년 8월 3일자 발행). 비교 기준 시점은 원문에 명시되지 않음

«오디세이» 번역자 에밀리 윌슨은 퍼블리셔스 위클리에 “놀란은 일반 대중이 다시 책을 읽게 만들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번진 곳은 서점만이 아니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구글 트렌드에서 “그리스어 배우기(learn Greek)” 검색은 최근 2주 새 5,000% 뛰었고, 프랑스에서는 «오디세이아» 관련 스포티파이 일일 청취시간이 752% 늘었다. 다만 이 두 수치는 유로뉴스 자체 취재로 집계 기관이 명확하지 않아, 다른 통계와 나란히 세우기보다는 참고 수준으로만 다룰 수 있다.

펼쳐진 고전 문학 책. 오디세이 흥행으로 관심이 늘어난 고전 독서 장면, 자료사진
펼쳐진 책. 자료사진. Pixabay

여기까지 보면 «오디세이» 개봉이 흔든 건 한 권이 아니라 그리스 신화 서가 전체다. 한국은 어떨까.

한국에서 확인되는 건 각본집 부문 9위뿐

언어학습 플랫폼 프리플라이의 매들린 이노스는 «오디세이아»가 고대 그리스어로 쓰였고, 지금 그리스에서 쓰는 언어와는 상당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리스어를 배운다고 «오디세이아» 원문을 바로 읽을 수 있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확산의 크기와 별개로, 국내에서 지금 확인되는 수치는 하나뿐이다. «오디세이» 영화 각본집이 교보문고 예약판매를 시작하자마자 예술대중문화 부문 9위에 올랐다는 것이다. 이데일리가 지난달 30일 전했다. 종합 베스트셀러가 아니라 예술대중문화라는 부문 안에서의 순위다. 각본집은 8월 19일 출간 예정이고, 이데일리가 전한 바로는 10년 전 3~4종에 불과했던 국내 영화 각본집이 올해는 50여 권 나왔다.

기존 «오디세이아» 번역본의 판매 변동은 확인되지 않는다. 국내에는 천병희(도서출판 숲)·김기영(민음사)·이준석(아카넷)·박문재(현대지성)·김원익(세창출판사) 역이 이미 나와 있고, 영화 개봉과 시기를 맞춰 김헌(을유문화사)·육혜원(이화북스) 역이 이달 새로 나올 예정이다. 그러나 교보문고·알라딘·예스24 어디에서도 기존 번역본의 판매지수가 얼마나 움직였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해외에서 벌어진 일을 그대로 한국에 대입해 “한국도 오를 것”이라 말할 근거는 아직 없다.

역자 출판사 출간(연월)
천병희 도서출판 숲 2015.09(2판)
김기영 민음사 2022.05
이준석 아카넷 2023.10
박문재 현대지성 2025.04
김원익 세창출판사 2026.03
김헌 을유문화사 2026.08(예정)
육혜원 이화북스 2026.08(예정)

원작을 영어로 옮긴 윌슨 자신도 영화에 전적으로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런던 리뷰 오브 북스에 기고한 비평에서 영화가 원작의 문학적 깊이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도, 개봉 자체는 축하할 만한 일이라는 취지로 평가했다고 유로뉴스는 전했다.

지금 확인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다. 국내 «오디세이아» 번역본이 실제로 더 팔리는지는 영화가 개봉하는 8월 5일 이후에야 나올 숫자다.


연관 기사

Related Article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Back to top button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