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기기 안에, LG는 기기 위에…IFA서 갈린 AI홈

삼성전자는 9월 2~6일(현지시간) 베를린 도심 컨벤션센터 훔볼트 카레(Humboldt Carré)에 단독 전시관을 차리고 ‘당신의 AI 일상 동반자(Your companion to AI Living)’를 주제로 내걸었다. LG전자는 9월 4~8일(현지시간) IFA 공식 전시장인 메세 베를린(Messe Berlin)에 부스를 마련하고 ‘당신에게 맞춘 혁신(Innovation in tune with you)’을 주제로 내세웠다. 두 회사는 같은 AI홈을 말했지만 AI를 놓은 자리는 서로 달랐다.
삼성은 공식 전시장 밖, LG는 안…함께 열린 날은 사흘
두 전시는 조건부터 다르다. 삼성전자 전시관은 IFA 공식 전시장인 메세 베를린 바깥 도심에 있고, 공식 전시장 안에는 ‘삼성 크리에이터 허브’만 별도로 운영한다. LG전자는 메세 베를린 안에 약 3,745㎡ 부스를 차리고 핵심 제품 150여 개를 내놨으며, 부스의 약 46%를 사업 파트너 상담 공간으로 배정했다. 삼성전자는 전시관 면적과 제품 수를 보도자료에 밝히지 않아 두 회사의 규모를 나란히 견줄 근거가 없다. 두 전시가 함께 열리는 날은 9월 4일부터 6일까지 사흘뿐이다.

IFA 2026 자체는 9월 4~8일 베를린에서 열리며 49개국에서 1,900개 이상 브랜드가 참가한다. 라이프 린트너 IFA 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한국 기업이 120~140곳 참가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IFA 공식 참가 명단에 실제로 등록된 한국 기업·기관은 90여 곳이다.
삼성의 ‘AI 홈을 넘어선 AI 리빙’, 중심에 놓인 건 TV였다
삼성전자 뉴스룸 보도자료를 기준으로 보면, 전시장 입구는 아치 모양의 ‘포털(Portal)’로 꾸며졌다. 관람객이 포털을 통과하면 “가전과 스마트 기기가 연결된 ‘AI 홈’을 넘어, 개인의 생활 방식과 필요에 맞춰 여가·건강관리 등 일상 전반을 더욱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AI 리빙(AI Living)'”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전시는 엔터테인먼트 컴패니언, 홈 컴패니언, 셀프케어 컴패니언 세 개 존으로 나뉜다.
엔터테인먼트 컴패니언 존의 중심은 TV다. ‘비전 AI 컴패니언(Vision AI Companion)’은 2026년형 TV 라인업에 적용되는 대화형 AI 기능으로, 시청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개인화된 콘텐츠를 추천하고 상황에 맞는 정보를 준다. 미세한 RGB LED로 색상·명암을 정교하게 표현하는 차세대 TV 기술 ‘마이크로 RGB(Micro RGB)’도 이 존에 놓였다. 삼성전자는 자사 TV 플러스의 전 세계 월간 활성 사용자가 1억 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오디세이 G7’은 세계 최초 42형 커브드 OLED 게이밍 모니터, ‘오디세이 G6’는 세계 최초 1100Hz 초고주사율이라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홈 컴패니언 존에서는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냉장고가 카메라로 식재료를 인식해 레시피를 제안하고, 대화면 터치스크린으로 연결 가전의 전력 사용량을 실시간 관리한다. 빌트인 식기세척기는 유럽 최고 에너지 효율 기준(A등급)보다 20%, 비스포크 AI 세탁기는 70%를 추가로 아낀다고 삼성전자는 밝혔다. 셀프케어 컴패니언 존에는 갤럭시 S26 FE(9월 4일 출시), 갤럭시 Z 폴드8 시리즈, 갤럭시 워치가 놓였다. 갤럭시 Z 폴드8 울트라는 펼쳤을 때 두께 4.1mm로 역대 Z 폴드 시리즈 중 가장 얇고, 갤럭시 Z 폴드8은 무게 201g으로 역대 Z 폴드 중 가장 가볍다고 삼성전자는 밝혔다.

벤자민 브라운 삼성전자 유럽총괄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AI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의미있는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LG의 플랫폼·허브·에이전트 세 층, 집 밖에서 집과 대화한다
LG전자 보도자료를 기준으로 보면, 전시는 AI홈 솔루션·핏 앤 맥스(Fit & Max) 솔루션·미디어 갤러리·LG 시그니처 네 개 축으로 짜였다. AI홈 존의 구조는 세 층이다. AI홈 플랫폼 ‘씽큐(ThinQ)’, AI홈 허브 ‘씽큐 온(ThinQ ON)’, 그리고 이번 IFA에서 처음 공개된 실행형·자율형 AI 에이전트 ‘씽큐 클로(ThinQ Claw)’다. 씽큐 온은 귀가 시간과 생활 패턴을 고려해 온도·공기질을 미리 준비하고, 주방에서는 보유 식재료와 가족 일정을 바탕으로 메뉴를 추천한다.
씽큐 클로는 고객과 대화하며 생활 패턴과 상황을 이해해 필요한 기능을 먼저 제안·실행하는 AI 에이전트라는 것이 LG전자의 설명이다. 채팅으로 가전을 원격 제어하고 웹 검색·캘린더 같은 외부 서비스와도 연동한다. 노범준 LG전자 HS AI홈솔루션사업개발담당 상무는 IFA 기자 대상 테크브리핑에서 카카오톡과 텔레그램 두 가지를 시험하고 있으며, 잘 쓰이는 플랫폼이 시장마다 달라 여러 방식을 시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너지 쪽에서는 2024년 인수한 앳홈(Athom)의 ‘호미(Homey)’로 5만여 종 IoT 기기를 연결·통합 제어한다. B2B 통합 관리 솔루션 ‘씽큐 프로(ThinQ Pro)’는 AI홈의 적용 범위를 가정에서 빌딩·오피스 등 상업 공간으로 넓혔다. 세탁기는 유럽 최고 에너지 효율 기준(A등급)보다 70%, 식기세척기는 30%를 추가로 아낀다고 LG전자는 밝혔다. 핏 앤 맥스 제품군은 올해 냉장고 중심에서 세탁기·건조기·식기세척기 등으로 확대됐다.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존에는 83형 무선 월페이퍼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W’와 2026년형 LG 올레드 에보 AI가 놓였고, LG 시그니처존의 냉장고는 AI 음성인식으로 일상 대화를 이해해 냉장 모드를 제안한다.
백승태 LG전자 HS(홈솔루션)사업본부장 부사장은 ‘확장된 AI홈 생태계’를 강조했다. 글로벌 프리미엄 가전 시장에서 주도권을 이어가겠다는 것이 LG전자의 설명이다. 삼성전자가 TV를 중심에 둔 것과 달리 LG전자는 허브와 에이전트라는 별도 층을 얹었고, 접점도 전시장 공간을 넘어 카카오톡·텔레그램 같은 외부 메신저로까지 나갔다.
중심 기기부터 수익 모델까지, 여덟 갈래로 갈렸다
두 회사가 각자 밝힌 표현만 놓고 여덟 갈래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열을 매기는 대비가 아니라 각자 자리를 확인하는 대비다.
| 축 | 삼성전자 | LG전자 |
|---|---|---|
| 상위 개념 | ‘AI 홈’을 넘어선 ‘AI 리빙’ | 확장된 AI홈 생태계 |
| 중심 기기 | TV(비전 AI 컴패니언 탑재) | 허브(씽큐 온) |
| AI의 위치 | 제품에 탑재된 기능·동반자 | 제품 위의 에이전트 |
| 접점 | 전시장 3개 존을 통과하는 공간 경험 | 외부 메신저(카카오톡·텔레그램) |
| 확장 방향 | 모바일·웨어러블(갤럭시)로 개인 쪽 | 빌딩·오피스(씽큐 프로)로 상업 공간 쪽 |
| 개방성 | 언급 없음* | 호미로 5만여 종 IoT 기기 연결 |
| 인간의 개입 | 언급 없음* | ‘휴먼 인 더 루프'(사용자 승인 없이 자동 실행 안 함) |
| 수익 모델 | 언급 없음* | 파트너십 모델 검토 중 |
* ‘언급 없음’은 삼성전자가 이번 IFA 발표 범위에서 밝히지 않았다는 뜻이며, 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여덟 축을 모아 놓고 보면 결국 한 문장으로 수렴한다. 삼성전자는 AI를 기기 안에 기능으로 넣었고, LG전자는 AI를 기기 위에 별도 층으로 얹었다.
씽큐 클로는 아직 기술 검증 단계, 오케스트라는 제품이 아니다
다만 이 대비를 지금 살 수 있는 제품끼리의 차이로 읽으면 어긋난다. 노범준 상무는 씽큐 클로에 대해 “씽큐 클로 PoC(기술 검증)를 돌리고 있다. 연말 중엔 공식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베타테스트도 이달 시작이 목표다. 그는 또 “AI가 그냥 알아서 해버리는 게 아니고 주인이 허락을 했을 때 실행하게 된다. ‘휴먼 인 더 루프’는 꼭 지켜서 보안과 안전은 확보하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AI가 알아서 집을 관리한다는 그림과는 다르다. 노범준 상무는 “무조건 빨리 진화하고 있는 AI 파도에 올라타야만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씽큐 클로는 개인정보나 일정 같은 정보를 다룰 때 반드시 사용자 동의를 받아야 작동하도록 설계했고, 자체 보안 프로그램 ‘LG실드’와 연동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전시물의 층위도 갈린다. 갤럭시 S26 FE와 씽큐 온은 이미 출시됐거나 국내 런칭을 마쳤다. 씽큐 클로는 연내 국내 출시가 목표이고, LG전자의 신규 건조기 라인업은 올해 말 유럽 출시가 목표다. 마이크로 RGB, 씽큐 프로, 호미 기반 에너지 관리, 핏 앤 맥스 확대 라인업은 전시·시연 단계로 출시 정보가 따로 없다. 로봇 ‘LG 클로이드(LG CLOiD)’가 지휘하는 ‘LG AI 오케스트라’와 ‘제로 레이버 홈(Zero Labor Home)’, 삼성전자의 ‘포털’은 제품이나 출시 계획이 아니라 전시 연출이다.

씽큐 온은 국내에 나왔고, 씽큐 클로는 이달 베타가 목표다
한국 독자 입장에서 좁혀 보면 시점이 갈린다. 노범준 상무는 씽큐 온이 “국내에서 런칭을 했고, 다른 몇 개 시장에서 런칭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씽큐 클로는 이르면 이달 국내 베타테스트를 시작해 연내 정식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다만 가격과 수익 모델은 정해지지 않았다. 노범준 상무는 “생태계를 공유하는 것에 대해 수익성을 보장하는 파트너십 모델을 고려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삼성전자는 전시 제품의 국내 출시 시점과 가격을 보도자료에 밝히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내세운 “20년 연속 글로벌 TV 시장 1위”는 옴디아 집계 매출 점유율 기준으로, 2025년 29.1%다. 2006년 ‘보르도 TV’로 처음 1위에 오른 뒤 20년째 이어지고 있다.
IFA 2026은 9월 8일 막을 내린다. 두 회사가 이번에 내놓은 것 가운데 지금 국내에서 살 수 있는 것은 갤럭시 S26 FE와 씽큐 온 두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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