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치료제 5종 신속등재 선정, 평가는 등재 뒤로

보건복지부는 11월 6일 희귀질환치료제 신속등재 시범사업 대상 약제 5종을 선정했다. 건강보험에 오르기 전에 거치던 비용효과성 평가를 등재 이후 실제 임상 성과와 사전에 합의한 평가계획서에 따른 사후평가로 바꾸는 게 핵심이라고 복지부는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선정된 제약사는 사후평가계획서 보완과 이행약정서 제출을 거쳐 늦어도 2027년 1월까지 등재 신청을 마쳐야 한다. 평가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등재 뒤로 옮겨 가는 셈이다.
건선부터 근위축성 측삭경화증까지 5종, 기준은 중증도와 대체약제 현황
선정된 약제는 전신 농포성 건선 치료제 ‘스페비고주'(레오파마), 뒤쉔 근디스트로피 치료제 ‘아감리현탁액'(넥세라파마코리아), 활성화된 PI3K 델타증후군 치료제 ‘조엔자정'(베르토코리아),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치료제 ‘칼소디주'(바이오젠코리아),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 치료제 ‘아이커보정'(입센코리아)이다. 제품명 끝의 주·액·정은 제형을 뜻한다.
선정 기준은 질환의 중증도, 대체약제 현황, 치료 효과성, 사후평가 계획과 사후평가 이후 환자 치료 보장 계획의 적정성 등이었다. 복지부는 6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한 뒤 7~8월 참여 약제를 공모했다. 9~10월에는 제약사 자료 보완과 환자단체 간담회, 관련 학회 의견 수렴을 거쳤고, 11월 4일 선정평가위원회가 참여 제약사의 대면 발표를 심사했다. 전문지 보도에 따르면 신청은 13개 제약사, 14개 품목이었다.
등재 240일을 100일 이내로 겨냥, 약가는 8개국 조정 최저가의 90%
절차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6월 30일 공모 보도자료에 담겨 있다. 지금은 등재 전에 경제성 평가를 거치고 약가와 약제비 총액까지 협상하느라 현행 240일이 걸린다. 시범사업은 임상적 유용성을 중심으로 평가해 등재하고, 약가와 총액 협상은 사전에 정해 둔 계약 조건으로 갈음한다. 목표는 등재까지 최대 100일 이내다.
| 구분 | 기존 절차 | 신속등재 시범사업 |
|---|---|---|
| 평가 시점 | 등재 전 비용효과성(경제성) 평가 | 임상적 유용성 중심 평가 후 등재, 등재 뒤 사후평가 |
| 약가 | 협상 | 8개국 조정 최저가의 90%(추후 조정 가능) |
| 약제비 총액 | 협상 | 최대 300억 원 범위 제약사 제출금액(추후 조정 가능) |
| 등재 소요기간 | 240일 | 최대 100일 이내(목표) |
건강보험 등재 절차 비교 · 자료: 보건복지부 2026-06-30 시범사업 공모 보도자료
약가는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위스·일본·캐나다 8개국의 조정 최저가 90%로 보장하고, 약제비 총액은 최대 300억 원 범위에서 제약사가 제출한 금액으로 시작한다. 11월 6일 발표에는 개별 약제의 약가 수준이 나오지 않았다.
사후평가를 언제 하는지는 5월 공청회에서 복지부가 밝힌 방향에 나와 있다. 등재 후 1~3년 차에 실사용자료를 쌓고 4년 차에 평가한 뒤, 5년 차에 약가 유지·인하, 환급 확대, 급여기준 조정, 전액 본인부담 전환 가운데 하나로 정하는 방식이다. 심사평가원은 임상 성과 자료 수집을 지원한다.
평가를 뒤로 미룬 대가를 둘러싼 우려는 제도 논의 단계부터 나왔다

평가를 뒤로 미루는 방식을 두고는 선정 이전, 제도를 짜던 단계부터 우려가 나왔다. 5월 27일 공청회에서 배은영 경상대 약학대학 교수는 제시된 방식이 평가 절차를 효율화하기보다 “평가 내용을 축소하는 방향”이라고 짚었다. 약가 기준이 조정 최저가의 90%여서 위험분담제를 쓰는 나라와 달리 5년간 높은 가격을 보장하게 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조민우 울산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경제성평가를 가치를 확인하고 적정 보상 수준을 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하며 “국민 건강보험 재정과 환자를 대상으로 사실상 임상시험을 하는 형태가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시민단체도 같은 대목을 우려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7월 초 낸 입장에서 외국 등재가격을 기준으로 한 약가가 실제 거래가격과 다를 수 있고, 등재 뒤에는 급여 제외나 가격 조정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소한의 사전검증을 유지하고 사후평가 기준을 명확히 하라는 주문도 냈다. 제도 설계 이전인 2월 9일 공동 기자회견에서는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이동근 씨가 사후평가 체계 없는 신속등재는 맞지 않으니 등재 전 평가 방법부터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후 공모에는 등재 뒤 사후평가 구조가 들어갔다.
문서에 되돌릴 장치가 아예 없지는 않다. 공고는 약가와 예상 청구액 모두 추후 사후평가계획서와 실제 청구액에 근거해 조정할 수 있게 열어 두었고, 선정 제약사는 등재를 신청하기 전에 사후평가계획서를 보완하고 이행약정서를 내야 한다. 이행약정서는 이번 보도자료에 제출 사실만 적혀 있다.
2027년 1월까지 등재 신청, 제도화와 2차 시범사업은 운영 결과 뒤에
6월 30일 공고는 선정 결과 통보를 9월 중으로 안내했고, 신청 요건은 2026년 12월 31일까지 요양급여 결정 신청이 가능한 약제로 적었다. 11월 6일 발표는 등재 신청 완료 시한을 늦어도 2027년 1월로 제시했다. 일정이 바뀐 이유는 두 자료 모두 밝히지 않았다. 이번 선정은 등재 신청 전 단계다. 급여가 언제 시작되는지는 발표에 나오지 않았다.
환자와 보호자가 짚어 둘 대목도 있다. 시범사업 참여 약제는 「본인일부부담금 산정특례에 관한 기준」 별표4의 희귀질환자 산정특례 대상 질환에 허가됐거나 허가 예정이어야 한다. 12월 1일 진료분부터 적용을 추진 중인 희귀·중증난치질환자 본인부담률 10%에서 7%로 인하안은 산정특례 환자가 내는 진료비에 관한 것이고, 이 시범사업은 약제가 건강보험 급여 목록에 오르는 절차를 다룬다.
유주헌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시범사업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신속 등재 제도화 방안을 마련하고 필요하면 “2차 시범사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후평가가 실제로 약가와 급여를 되돌리는지는 등재 뒤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 공청회에서 밝힌 방향대로라면 평가는 등재 4년 차에, 약가 조정이나 환급 확대 같은 결정은 5년 차에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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