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 깎인 재고용 월급…정년 60세와 연금 63세 사이

정년퇴직 뒤 같은 직장에 비정규직으로 재고용된 사람의 월 노동소득은 퇴직 전보다 평균 13.5% 줄었다. 다른 일자리로 옮긴 사람은 33.3% 줄었다. 한국노동연구원 「노동리뷰」 2026년 10월호(10월 10일 발행)에 실린 이승호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한국노동패널조사(2013~2024년) 응답자 가운데 1955~1961년생 정규직 308명이 정년에 이르기 전후 월 노동소득을 비교했다.
법정 정년은 60세인데 1961~1964년생의 노령연금 지급연령은 63세다. 최근 공개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보고서(2026년 8월 발간)는 국민연금 가입이 60세 미만까지라서 이 세대가 만 60~62세 3년 동안 가입도 수급도 하지 못한다고 짚었다.
정년 60세와 연금 63세 사이, 가입도 수급도 없는 3년
정년 60세 의무화 법안은 2013년 4월 국회를 통과해 2016·2017년 단계적으로 시행됐다. 노령연금 지급연령은 이보다 느리게 움직였다. 1998년 1차 연금개혁에 따라 2013년부터 2033년까지 5년마다 1세씩 올라 60세에서 65세가 된다. 출생연도별로는 1957~1960년생 62세, 1961~1964년생 63세, 1965~1968년생 64세, 1969년 이후 출생자 65세다. 정년은 그대로인데 연금이 뒤로 밀리면서 둘 사이 간격이 해마다 벌어지고 있다.
간격이 길어질 때 일자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려고 이승호 연구위원은 공백이 1년이던 1955~1956년생과 3년인 1961년생을 비교했다. 정년 뒤 같은 일자리를 이어간 비율은 68.8%에서 44.6%로 낮아졌고, 일을 완전히 놓아 소득이 끊긴 비율은 12.5%에서 33.7%로 높아졌다.
그렇다고 공백기가 곧 무직인 것은 아니다. 보사연 보고서에 따르면 60~64세 경제활동참가율은 2011년 57.0%에서 2025년 66.7%로 올랐다. 1961~1964년생의 고용률은 정년 전인 55~59세 73.8%에서 공백기 66.5%로 7.3%포인트 낮아지는 데 그쳤다. 달라진 것은 일의 질이다. 상용직 비중은 46.2%에서 41.4%로 줄고 임시·일용직은 21.2%에서 24.8%로 늘었다. 일은 계속하되 일의 종류가 바뀐다면 정년 뒤 선택지 가운데 재고용은 어느 정도 버텨주는 길일까.
같은 직장 재고용 13.5%, 다른 일자리 재취업 33.3% 줄어
이승호 연구위원은 재고용을 정년 뒤에도 같은 일자리를 유지하되 고용형태가 비정규직으로 바뀐 경우로, 재취업을 이전 일자리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시작한 경우(창업 포함)로 정의했다. 재고용자의 월 임금은 292.9만 원에서 253.4만 원으로 39.5만 원 줄었다. 재취업자의 월 노동소득은 364.7만 원에서 243.3만 원으로 줄었다. 퇴직 후 수준은 재고용 쪽이 10만 원가량 높다.

이 숫자는 조심해서 읽어야 한다. 재고용자와 재취업자를 합쳐도 308명의 20.8%여서, 13.5%와 33.3%는 각각 수십 명 규모 집단의 평균이다. 재고용 경로에는 퇴직 전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근로자의 비중이 높다는 점도 원문이 단서로 단 대목이다. 퇴직 전 월급이 재고용자보다 70만 원 넘게 많았던 재취업자의 감소폭이 커 보이는 데에는 이런 집단 구성 차이가 섞여 있다.
추이를 보면 재고용이 마냥 안전한 길도 아니다. 재고용자의 감액률은 1955~1956년생 12.5%에서 1961년생 19.3%로 커졌다. 그런데도 재고용 후 임금 수준은 오히려 높아졌다. 퇴직 전 임금이 그만큼 더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이승호 연구위원은 재고용제도가 대기업으로 확대된 점을 감안하면 대기업 고임금 근로자의 재고용이 늘어난 결과로 보인다고 적었다.
같은 직무 90.2%인데 피크제 사업장 절반은 재고용 때 또 깎았다
월급이 깎이는 까닭은 노세리 선임연구위원이 2025년 10인 이상 6개 업종 사업체 451곳을 설문한 조사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정년 후 재고용제를 운영하고 최근 5년 안에 실제 재고용 사례가 있는 곳만 대상으로 했고, 표본은 확률표본이 아니라 유의 할당으로 뽑았다. 응답 사업체의 90.2%는 재고용자를 퇴직 전과 같은 직무에 배치했다. 재고용 근로자 167명 중 89.8%는 근로시간이 줄지 않았다고 답했고, 사업체의 78.7%는 생산성이 정년 전과 같다고 평가했다.
사업체가 꼽은 재고용 이유 1순위는 숙련·경험 인력의 지속 활용(63.9%)이었고, 인건비 절감 효과를 꼽은 곳은 1.3%였다. 임금은 다르게 움직였다. 임금피크제를 운영하는 79곳 가운데 53.2%는 재고용 때 임금을 한 번 더 깎았고, 7.6%는 임금피크제로 이미 깎인 임금의 50%에도 못 미치게 줬다. 임금피크제가 없는 사업체에서 삭감한 비율은 22.4%였다. 두 집단의 차이는 30.8%포인트다.
재고용이 모두에게 열려 있는 것도 아니다. 희망자를 원칙적으로 전원 재고용하는 사업체는 20.8%이고, 41.2%는 선별적으로, 37.9%는 둘을 섞어 운영한다. 주된 계약 형태는 촉탁·기간제가 75.6%, 정규직은 11.1%다. 노세리 선임연구위원은 임금피크제 운영이 재고용자 비율 확대로 이어진 결과는 뚜렷하지 않았다면서, 이는 “임금삭감만으로 고용연장을 촉진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썼다.
임금은 직무 기준으로, 정년은 연금에 맞춰…연구기관들의 처방
연구기관들의 처방은 갈리지만 겹치는 부분도 있다. 임금체계를 연령이 아닌 직무에 맞추자는 것이다. 노세리 선임연구위원은 임금을 연령이나 정년 도달 여부보다 실제 직무, 역할, 근로시간, 업무량, 책임에 따라 정하고 대상자 선정·계약기간·임금 결정·이의제기 절차를 담은 정부 표준 가이드라인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연금연구회도 연공서열형 임금체계가 직무급 위주로 어느 정도라도 개편됐다면 정년 문제가 상당 부분 풀렸을 것이라며, 퇴직과 연금 수급 연령을 맞추려면 “노동시장 개혁이 전제 조건”이라고 짚었다.
차이는 정년을 어떻게 하느냐에서 난다. 이승호 연구위원은 정년연장을 전면 시행하기 어렵다면 재고용제도를 “과도기적 정책 수단”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기업이 고르는 방식으로는 소득 단절에 충분히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고용을 허용하는 기업 범위와 기간을 한정하는 대신 희망자 전원을 재고용하고, 부분연금제와 임의계속가입을 함께 도입하자는 것이다. 보사연 연구진은 연금 수급연령에 맞춘 단계적 정년 연장과, 사업장가입자부터 국민연금 가입상한연령을 단계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 보고서는 보사연의 공식 견해가 아니라고 밝혀 두었다.

반대편의 우려도 있다. 이찬 서울대 첨단융합학부 산업인력개발학과 교수는 한 신문 시론에서 연공서열을 그대로 둔 채 정년만 늘리면 늘어난 인건비가 “신규 채용 축소로 메워질 공산이 크다”고 썼다. 노동계는 연금 수급연령에 맞춰 법정 정년을 서둘러 늘려야 하고 재고용은 선별과 임금 하락 때문에 해법이 되기 어렵다고 보고, 경영계는 인건비와 청년 고용 위축을 들어 재고용을 우선하고 임금체계 개편을 앞세워야 한다고 본다. 이승호 연구위원이 정리한 입장이다.
정당 논의안도 나와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년연장특별위원회의 6월 논의안은 법정 정년을 2029년 61세에서 시작해 2년마다 1세씩 올려 2037년 65세로 맞추는 내용이지만, 법률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시간표는 이미 정해져 있다. 이승호 연구위원에 따르면 2차 베이비붐 세대가 2028년부터 2034년까지 차례로 60세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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