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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 이해관계가 막아선 안 된다”…초가공식품 정의 공방

미국 정부가 8월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에 넘긴 초가공식품 연방 정의안을 아직 공개하지 않은 가운데, 시카고대 연구진이 10월 17일자 보고서에서 이 정의를 포장 전면 표시 의무화에 쓸 경우 연간 최대 142억 달러가 든다고 추정했다. 이 값은 정부안이 아니라 민간 전문가 패널(HER)의 정의와 칠레식 전면 시행 수준의 재조제를 가정한 것이다. 10월 23일에는 과학·의학·영양 전문가 100여 명이 정의안을 공개하라는 서한을 OMB에 보냈다.

8월 넘긴 정의안, 문안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정부는 2025년 7월 정의 추진을 발표하고 정보요청을 낸 뒤 2026년 8월 정의안을 OMB에 넘겼다. 그사이 5월에는 민간 전문가 패널인 HER가 별도로 정의를 권고했다. 시카고대 보고서에 따르면 이 정의안은 규칙안이 아니라 백서 형식(RIN 0910-ZD60)으로 제출됐고 의견 수렴 절차가 없었다. 문안이 공개되지 않은 탓에 연구진은 정부안 대신 5월 HER 보고서의 정의를 가져다 썼다.

서한은 정의안 공개 절차를 두고 “특수 이해관계가 막아선 안 된다”고 했다. 공개만으로는 식품 생산자와 유통업체에 새 의무가 생기지 않고, 가족과 기업은 같은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된다는 논리다. 서명자인 애슐리 기어하트 미시간대 심리학 교수는 산업계 압력이 투명성을 향한 첫 단계마저 미룰 수 있다면 그것이 무엇을 뜻하느냐고 물었다. 다리우시 모자파리안 터프츠대 Food is Medicine Institute 소장은 산업계의 강한 압력이 정의를 붙들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 주장은 독립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

HHS 대변인은 “이 작업은 멈춘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142억 달러는 칠레식 전면 시행을 가정한 값

보고서는 연간 142억 달러를 재조제 95억 달러, 대체 원료 45억 달러, 분류·재표시·연방 행정 2억 달러로 나눴다. 재조제는 제품의 원재료 배합을 새로 짜는 일이다. 제품 가운데 몇 %를 재조제한다고 보느냐(재조제 비율)에 따라 총비용이 크게 갈린다. 멕시코 표시제 첫해 수준(재조제 비율 12%)이면 66억5,700만 달러, 칠레 1단계 수준(14%)이면 77억3,200만 달러, 칠레 전면 시행 수준(26%)이면 141억8,400만 달러다. 헤드라인의 142억 달러는 세 가정 가운데 가장 높은 쪽이다.

초가공식품 표시 의무화 연간 비용 추정 가로막대 차트. 재조제 가정별 66.57억·77.32억·141.84억 달러
자료: 시카고대 보고서(2026년 10월) 부록 표 C1. 정부 정의안이 아닌 HER 정의 적용 가정

142억 달러 가운데 81억 달러는 식품 가격을 통해 소비자에게 넘어가며, 미국 1억3,580만 가구로 나누면 가구당 약 60달러다(보고서 기준). 이 금액은 142억 달러에 포함된 일부다. 국내 농업 매출은 연 10억 달러 줄고 식품 수입은 연 77억~97억 달러 늘 것으로 추정됐는데, 연구진은 이 두 항목을 합산하지 않고 따로 보고했다. 연구진은 소송과 급식·영양 프로그램 비용을 계산에서 뺀 만큼 “이 추정치는 하한”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는 연구 자금원이 적혀 있지 않다.

보고서는 비용 계산과 별도로, 규제가 건강한 식사 비용을 올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었다. 이런 추정은 모두 정의가 어떤 식품을 초가공으로 묶느냐에서 출발한다.

원재료에 ‘마커’ 하나면 초가공…포장 품목 72%

HER 정의는 원재료 목록에 ‘마커’ 성분이 하나라도 있으면 초가공식품으로 분류한다. 마커는 향료·색소·유화제·증점제 등 미용 목적 첨가물 13개 기능군과, 산업용 탄수화물·변성 지방·산업용 단백질처럼 가정 조리에 쓰지 않는 원료다. 비타민·무기질·허브·향신료·효모는 마커가 아니다. 보고서는 이 기준이 널리 쓰이는 NOVA 분류의 4군과 맞아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미 농무부(USDA) 브랜드 식품 데이터베이스(2026년 4월 30일 파일)의 46만2,719개 제품 중 주류·반려동물 사료 등을 뺀 44만9,877개를 이 기준에 대입했다. 그 결과 분류 대상 포장 품목 수로는 72%, 가정 내 식품 지출액으로는 51%가 초가공에 해당했다.

연구진은 이 기준이 건강성과 별개라고 짚었다. 보고서는 “초가공은 생산 공정을 설명할 뿐 식품의 건강성을 말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다만 HER은 건강한 선택으로 널리 권장되는 식품을 면제하는 지침을 정의에 함께 뒀다. 시카고대가 이 면제를 계산에 반영했는지는 보고서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냉장 진열대에 놓인 포장 식품. 초가공식품 정의 기사 자료사진
자료사진: 냉장 진열대의 포장 식품

식품 정책 6개 평균 찬성 73%, 식약처는 대상 판단 어렵다

정의 바깥의 여론 지표도 있다. 펜실베이니아대 애넌버그 공공정책센터는 4월 14~28일 미국 성인 1,639명, 8월 4~17일 1,904명을 대상으로 한 과학·공중보건 설문(실사 SSRS)을 바탕으로 10월 22일 결과를 냈다. 두 차례 모두 응답한 사람은 1,475명이며 오차는 ±3.5%p(95% 신뢰수준)다. 초가공식품 표시를 포함한 식품·첨가물 관련 6개 정책의 평균 찬성률은 전체 73%였다.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HA)’ 운동 지지층은 83%, 비지지층은 73%였다.

센터의 로라 깁슨 연구분석가는 “MAHA 지지와 개별 정책 지지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 운동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도 첨가물에 대한 우려는 공유한다는 설명이다.

9월 30일 알려진 국회 제출 자료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제기구와 외국 규정에 초가공식품 정의나 규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규제 대상이나 품목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설탕·소금·포화지방·첨가물이 든 라면·과자 같은 가공식품이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미국 상원에는 지정 첨가물이 하나만 있어도 초가공식품으로 분류하고 경고문을 붙이게 하는 ‘아동 당뇨병 감소법안’이 계류돼 있다. 7월 상원 보건위원회를 12대 10으로 통과했으며, 법이 되려면 양원 통과와 서명이 필요하다. 농식품부 집계로 올해 상반기 대미 농식품 수출은 10억4,000만 달러였고, 이 가운데 라면이 1억7,530만 달러, 과자가 1억5,010만 달러였다.

정의안 문안이 공개되면 시카고대가 가정한 HER 정의와 얼마나 같은지에 따라 비용과 대상 범위의 계산이 다시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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