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영, 5년 만의 장편에서 무엇을 버렸나

박상영이 장편소설 «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를 냈다. 래빗홀에서 지난달 22일 나온 이 책은 356쪽에 정가 1만8800원이며, 직전 장편 «1차원이 되고 싶어»(2021) 이후 5년 만의 장편소설이다. 1부는 추리소설 형식으로 진행되고, 2부부터는 1970~1990년대 한국 경제성장기를 무대로 한 재벌가 서사로 옮겨간다. 출간을 전후한 인터뷰에서 그는 이번 소설을 두고 그동안 써온 방식을 버리려 했다고 전했다.
5년 만의 장편, 작가는 써온 방식을 버렸다고 했다
그가 버렸다고 말한 것은 자신을 알린 방식 그 자체였다. 박상영은 2016년 문학동네신인상에 단편 ‘패리스 힐튼을 찾습니다’로 등단했다. «대도시의 사랑법»(2019, 창비)이 그를 널리 알렸고, 이 연작소설집은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과 2023년 국제 더블린문학상, 2024년 메디치상 후보에 올랐다. 영화와 드라마로도 각색됐다. 부커상 후보에 오른 뒤로는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15개국을 돌았다고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밝혔다.
직전 책 «믿음에 대하여»(2022, 문학동네) 이후 그는 한동안 새 소설을 완성하지 못했다.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그는 “3∼4년간 소설 한 편 완성해내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소설로는 4년 만이라고도 했는데, «믿음에 대하여»(2022년 7월) 이후를 기준으로 한 셈법이다. 반면 경향신문과 한국일보가 공통으로 쓴 ‘5년 만의 장편소설’은 직전 장편 «1차원이 되고 싶어»(2021년 10월)를 기준으로 한다. 책 전체와 장편소설, 서로 다른 기준의 차이다.
그 공백을 지나며 그가 택한 건 다른 접근이었다. 같은 인터뷰에서 그는 “그간 써왔던 방식을 버리려고 노력했어요”라고 말했다. 다만 그 기간에도 짧은 글은 이어졌다. 2025년 가을호 계간 «문학동네»에는 중편 ‘복숭아 통조림, 기억의 무게’를 발표했다 — 완성 못 한 건 장편이었지, 글쓰기 자체가 멈춘 건 아니었던 셈이다.
1부는 추리, 2부는 1970~90년대 재벌가…두 겹으로 짠 356쪽
출판사가 알라딘에 올린 소개문에 따르면 주인공은 자이니치(재일교포) 여성 마츠노 하나다. 그는 어릴 적 화재 사고를 겪은 뒤 요코하마로 이주해 자랐고, 도시락 가게를 운영하던 어머니 마츠노 사치코가 가스 누출 사고로 숨진 뒤 어머니의 유언을 따라 세일그룹의 윤동주라는 인물을 찾아 나선다. 출판사는 이 작품을 “한국 경제사, 재벌, 범죄 미스터리, 사랑을 다각도로 담아낸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경향신문과 한국일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구조가 더 또렷해진다. 1부는 화재와 방화 살인에 얽힌 비밀을 하나가 추적하는 추리소설 형식으로 흘러가고, 2부부터는 사치코와 윤동주 두 여성의 젊은 시절로 무대가 옮겨가 1970~1990년대 한국 경제성장기의 재벌 권력 다툼이 여성 중심 서사로 펼쳐진다. 하나는 기자 맹준호의 도움으로 어머니가 한때 ‘세일백화점’ 미인대회 우승자였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한국을 찾는다.
출판사는 이 작품을 인간이라는 존재의 복잡함을 들여다보는 소설이라고도 소개했다. 두 겹의 구조를 택한 이유 중 하나는 장르 자체가 낯설었기 때문이다. 그는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1부를 ‘도입’이었다고 표현하며, 장르적으로 써야 한다는 부담 속에 “처음이다 보니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진짜 쓰고 싶었던 이야기는 2부에서 나온다”고 했다.

퀴어 서사 대신 70대 여성 화자…작가도 비판을 예상했다
박상영은 그간 퀴어 서사와 청춘 화자, 경쾌한 문체로 알려진 작가였다. 이번 작품은 퀴어 서사를 배제하고 70대 이성애자 여성 재벌가 인물을 화자로 세웠다.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고, 저도 보기 싫은 거예요”라고 말했다. 기존 독자층의 반응을 스스로도 짐작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방향은 바뀌지 않았다. 같은 인터뷰에서 그는 “좋은 미스터리 소설을 쓰는 게 꿈이었다”고 했다.

첫 미스터리, 서평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매체마다 이 작품을 부르는 이름부터 다르다. 한국일보는 ‘첫 미스터리 스릴러’라 했고 경향신문은 ‘추리소설’이라 썼다. 작가 본인이 인터뷰에서 쓴 표현은 ‘추리 장르’였다. 장르 규정조차 아직 굳지 않았다는 뜻이다. 전환의 결과 역시 아직 평가되지 않았다. 작가 스스로도 처음이라 힘들었다고 밝힌 만큼, 장르 문법을 얼마나 소화했는지는 외부 검증을 거치지 않은 상태다. 출간 이후 이 작품을 단독으로 다룬 매체 서평은 이 기사 작성 시점까지 검색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다음 지점은 두 갈래다. «믿음에 대하여»의 영상화가 진행 중인데 각본은 그가 직접 쓰고 있고, 이달부터 계간 «창비»에 장편 개작본을 연재할 예정이다. 문화일보와의 인터뷰 말미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최신작이 대표작이 될 수 있을 때까지요.”
| 제목 | 저자 | 출판사 | 출간일 | 쪽수 | 정가 |
|---|---|---|---|---|---|
| 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 | 박상영 | 래빗홀 | 2026.07.22 | 356쪽 | 18,800원 |
자료: 알라딘 상품페이지 게재 정보. 쪽수·정가는 종이책(단행본) 기준. «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를 낸 래빗홀은 출판사 인플루엔셜이 새로 만든 문학 브랜드로, SF와 판타지, 미스터리, 호러 등 장르소설을 전문으로 다룬다(서울경제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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