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규제 시행…최대주주 의결권은 왜 3%로 제한됐나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마련한 중복상장 관련 상장규정 시행세칙 개정과 가이드라인이 3일부터 시행된다. 상장회사가 자회사를 별도로 상장하려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합산 의결권을 3%로 제한하고, 주주총회 참석 주식의 과반과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 찬성까지 함께 얻어야 한다.
최대주주 의결권 3%, 참석 과반, 총수 1/4 — 세 요건을 다 넘어야 한다
3일부터 자회사를 별도 상장하려는 상장사는 세 가지 요건을 동시에 넘어야 한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은 합산 3%로 묶이고, 이 지분을 뺀 주주총회에서 참석 주식의 과반이 찬성해야 하며,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셋 중 하나라도 못 채우면 주주동의 요건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기준값 3%·과반·4분의 1은 상법 제542조의12(상장회사 특례, 감사위원 선임·해임 시 최대주주 의결권 제한)의 이른바 ‘3%룰’을 준용한 것이다. 세 요건의 적용 강도는 상장 유형에 따라 갈린다. 물적분할로 만들어진 자회사는 이 요건을 반드시 충족해야 하고 예외가 없다. 인수나 신설처럼 분할이 아닌 일반 중복상장은 동의를 확보하면 주주보호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추정하고, 확보하지 못하면 자금조달 필요성과 산업 특성을 따져 개별적으로 엄격히 심사한다. 매출·영업이익·자산이 모두 모회사의 10% 미만이고 예상 기업가치도 10% 이하인 저비중 자회사는 조건부로 동의를 면제받을 수 있지만, 물적분할로 나온 자회사라면 이 면제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 기준을 만든 문제의식은 자본시장연구원 남길남 선임연구위원이 지난 5월 거래소 세미나에서 밝힌 바와 맞닿아 있다. 그는 중복상장이 “모회사 일반주주의 가치 희석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짚으며, 소수주주 다중결의(MoM) 방식을 국제적 모범으로 꼽았다. 고려대 나현승 교수도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상충이 모회사 가치 저하로 이어진다며 “원칙적 금지와 예외 허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이사회에 다섯 가지 의무, 독립이사가 위원장을 맡는 특별위원회
모회사 이사회에는 새로 다섯 가지 의무가 붙는다. 주주 영향평가를 하고 이사회 결의·공시로 남겨야 하고, 자회사주식 현물배당이나 자사주소각 같은 주주보호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주주와 소통하며 동의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고, 이사회가 찬반을 결의해 자회사에 통지해야 하며, 이 과정을 단계별로 공시해야 한다.
이 의무를 사전에 심의·의결하는 특별위원회도 새로 생긴다. 독립이사가 위원장을 맡아야 하고, 동시에 위원의 3분의 2 이상이 독립이사이거나 독립외부위원이어야 한다.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 구조로, 예고안보다 강화된 최종안이다. 다만 전자투표는 의무가 아닌 권고로 완화됐고, 저비중 자회사는 개별 이사 의견 대신 이사회 전체 결과만 공시하도록 간소화됐다.
의무를 어기면 대가가 따른다. 이사회 의무 위반은 상장계약위약금 최대 10억원과 매매거래정지 1일로 이어지고, 공시의무 위반이 쌓이면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같은 제도, 갈린 찬성률…72.8%와 46.5%
제도가 처음 실전에 적용된 사례는 지난달 20일 나왔다. 코스닥시장 상장위원회가 덕산하이메탈의 자회사 덕산넵코어스와 다산네트웍스의 자회사 DTS의 상장예비심사를 승인했다. 새 제도 발표 이후 첫 통과 사례다.
두 회사가 임시주주총회에서 받은 찬성률은 서로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덕산하이메탈은 발행주식총수 대비 72.8%가 찬성했다. 다산네트웍스는 의결권행사주식 기준으로는 90.3%가 찬성했지만, 발행주식총수 대비로는 46.5%에 그쳤다. 두 회사 모두 발행주식총수 4분의 1이라는 최소 기준은 넘었지만, 같은 제도 아래서도 회사에 따라 동의를 모으는 난이도가 이렇게 갈릴 수 있다는 뜻이다. 거래소는 두 회사 모두 영업·경영 독립성을 확보했고 일반주주 보호 절차도 이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한국 11.2%, 일본 4.0%, 미국 0.05%…동시상장 모회사 PBR은 1.59에서 1.07로
규제의 배경에는 국제비교 수치가 있다. 금융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전체 시가총액 대비 중복상장 비중은 11.2%로, 일본(4.0%)의 세 배 가까이, 미국(0.05%)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높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022년 발표한 남길남 선임연구위원의 보고서는 다른 각도의 숫자를 담고 있다. 2010년부터 2021년까지 12년간 물적분할 공시 377건 가운데 모회사와 자회사가 함께 상장한 사례는 157건이었고, 이 중 자회사를 새로 세워 상장한 ‘쪼개기 상장’은 17건이었다. 이 157개사를 분석한 결과 자회사가 상장하기 전 모회사의 평균 PBR(주가순자산비율, 주가를 주당순자산으로 나눈 값)은 1.59였는데 상장 후에는 1.07로 낮아졌다. 시장이 매기는 모회사 가치가 자회사 상장 이후 뒷걸음질쳤다는 뜻이다. 같은 보고서에서 물적분할을 공시한 기업의 PBR은 분할 전후 비교에서 1.88에서 2.26으로 올랐고, 동시상장 자회사의 PBR(2.12)은 일반 신규상장기업(2.71)보다 낮았다.
두 수치는 기준 시점도 대상도 다르다. 국제비교는 2025년 말 시가총액 스냅샷이고, PBR 분석은 2010~2021년 157개사를 추적한 결과다.
가이드라인으로 강행하는 게 맞나…규제 설계를 두고 갈린 시선
제도 설계 방식을 둘러싼 시선은 갈린다. 성균관대 최준선 명예교수는 3%룰 자체를 “세계 어느 나라도 채택하지 않는 반시장적 규정”이라 부르며, 법에 없는 내용을 가이드라인이라는 행정지침으로 사실상 강행하는 방식이 “행정권 남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법 368조 3항의 특별이해관계인 의결권 제한 조항을 활용하는 쪽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법무법인 세종도 법률신문 칼럼에서 비슷한 우려를 폈다.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은 사실상 “3%룰 통과가 실질적 관문”이 됐고, 사안마다 다르게 심사하는 방식이라 예측가능성이 낮다는 점, IPO 준비기간과 비용이 늘어난다는 점을 실무적 문제로 꼽았다.
규제 대상이 된 기업 쪽의 목소리도 있다. DTS의 모회사 다산네트웍스 남민우 회장은 예외 통과 직후 “광범위한 중복상장 금지라는 정책은 재고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2013년 23억원에 인수해 연매출 1,500억원 규모로 키운 DTS를 LG에너지솔루션식 ‘쪼개기 상장’과 같은 잣대로 묶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규제 대상 당사자의 반론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개별 사례를 획일적 기준으로 다루는 데 대한 이의로 읽힌다.
현실적인 절충안을 내놓는 목소리도 있다. 대신증권 김경순 본부장은 국내 시장은 단기 매매 비중이 높고 임시주총 비용 부담이 크다며, 거래소가 필요에 따라 부분적으로 주주동의를 받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봤다. 이 대립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덕산넵코어스와 DTS는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상태고, 다음 단계인 실제 공모와 상장까지 마무리하는 것이 새 제도가 처음 통과하는 실전 시험대가 된다.
이 기사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판단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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