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26.4% 늘어난 명목 GDP…내수 디플레이터는 3.6%

한국은행이 2026년 9월 8일 발표한 「2026년 2/4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명목 GDP는 834조9,000억 원으로 1년 전 같은 분기보다 26.4% 늘었다. 명목 GDP의 전년동기대비 증가율 기준으로는 1979년 3분기 이후 46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같은 분기 실질 GDP는 직전 분기 대비 0.6% 성장해 지난 7월 발표된 속보치와 같았다.

수출가격 56.6% 오를 때 내수 디플레이터는 3.6%…갈라진 두 숫자

명목 지표만 크게 늘어난 것을 두고 국내 물가가 그만큼 뛰었다고 오해하기 쉽다. 한국은행이 함께 공개한 GDP디플레이터를 나눠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재고증감을 뺀 내수 부문의 디플레이터는 1년 전보다 3.6% 오르는 데 그쳤다. 명목 GDP를 밀어올린 건 국내가 아니라 수출가격이었다. 수출 디플레이터는 56.6% 뛰었고 수입 디플레이터도 21.0% 올랐다. 전체 GDP디플레이터 상승률 21.9%는 이 부문별 수치를 단순 평균 낸 값이 아니라, 각 부문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반영해 산출된 지수다.

원/달러 기준환율(기간평균)도 1년 전보다 7.0% 올랐다. 수출 물량이 늘지 않아도 같은 물건을 팔고 받는 원화 가격 자체가 커졌다는 뜻이다. GDP디플레이터는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값으로, 경제 전체가 거래되는 가격 수준을 나타낸다. 가계가 체감하는 소비자물가지수와는 산출 방식이 다른 지표다.

2026년 2분기 GDP디플레이터 등락률 차트 — 수출가격 56.6% 급등
자료: 한국은행 「2026년 2/4분기 국민소득(잠정)」, 전년동기대비 등락률(%), 2026-09-08 기준. 전체 21.9%는 항목별 디플레이터의 단순평균이 아니다.

성장률은 속보치와 같은 0.6%…바뀐 건 건설투자·정부소비 소수점

명목 지표가 요란했던 것과 달리 실질 성장률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수치는 지난 7월 나온 속보치 그대로였다. 1년 전 같은 분기와 비교한 성장률은 3.7%였다. 한국은행은 이번 수정에 대해 “속보치와 동일하다”면서도 “속보치 추계 시 이용하지 못했던 분기 최종월의 일부 실적치 자료 등을 반영한 결과 건설투자와 지식재산생산물투자가 각각 0.1%포인트씩 상향 수정된 반면 정부소비는 0.1%포인트 하향 수정됐다”고 밝혔다. 항목별 수정폭은 그 항목 자체의 증가율을 기준으로 한 값이어서, 단순히 더한다고 헤드라인 성장률의 수정폭이 되지는 않는다.

직전 분기인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1.8%였다. 2분기 들어 1.2%포인트 낮아진 셈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7월 23일 속보치가 나온 시점에 낸 리포트에서 “2분기 GDP는 전기 대비 0.6% 증가해 시장 예상치 0.4%를 웃돌았다”고 짚은 바 있다.

이 통계표 안에는 서로 다른 두 기준이 섞여 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한 수치(전기비)는 계절적 요인을 제거한 계절조정계열이고 1년 전 같은 분기와 비교한 수치(전년동기비)는 그 조정을 하지 않은 원계열이다. 실질 지표는 2020년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 연쇄가격 방식으로, 명목 지표는 그 분기 당시의 가격을 그대로 쓰는 당해년가격 방식으로 산출돼 서로 다른 잣대라는 점도 함께 감안해야 한다.

실질 국민소득이 GDP를 앞선 이유…무역이익 38.7조에서 58.5조로

실질 GDP 성장률이 제자리걸음한 사이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오히려 크게 늘었다. 실질 GNI는 666조8,000억 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3.1% 증가했다. 1년 전 같은 분기와 비교하면 15.6% 늘어난 수치로, 1988년 4분기 이후 37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이 격차를 만든 건 해외에서 벌어온 소득이 아니라 교역조건이었다. 한국은행은 “실질 국외순수취요소소득(11조6,000억원→7조9,000억원)이 줄었으나, 교역조건 개선으로 실질무역이익(38조7,000억원→58조5,000억원)이 늘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0.6%)을 상회했다”고 설명했다. 수출품과 수입품의 가격 차이에서 나오는 실질무역이익이 한 분기 만에 19조8,000억 원 늘어난 반면, 해외 투자·임금 등으로 벌어들인 실질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은 되레 줄었다.

국민계정 체계에서 실질 GDI(국내총소득)는 실질 GDP에 이 교역조건 변화분을 더한 값이고, 실질 GNI는 거기에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을 다시 더해 구한다. 국내에서 만드는 물량이 늘지 않아도 해외에 내다 파는 가격이 좋아지면 국민소득 지표는 오른다.

한국 원화 지폐. 2분기 국민소득 통계 자료사진
원화 지폐. 자료사진 / Pixabay

총저축률 45.6%·투자율 24.2%…늘어난 소득이 남긴 자리

가격만 오른 분기는 아니었다. 실질 기준으로도 수출은 직전 분기보다 1.3%, 1년 전보다는 8.9% 늘었고 제조업은 1년 전보다 6.7% 성장했다. 다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온도차가 있다. 수출을 이끈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반도체 포함) 생산은 직전 분기 대비 1.9% 늘어나는 데 그쳤다. 1분기 증가폭이 12.5%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둔화된 수치다.

반도체 회로기판. 컴퓨터·전자및광학기기 생산 자료사진
반도체·전자부품 회로기판. 자료사진 / Pixabay

늘어난 소득은 소비보다 저축과 기업 몫으로 더 많이 쌓였다. 총영업잉여는 직전 분기보다 18.5%(1년 전 대비 48.2%) 늘어난 반면 피용자보수는 1.9%(8.1%) 증가에 그쳤다. 총저축률은 45.6%로 직전 분기보다 3.9%포인트 올랐다. 한국은행은 “국민총처분가능소득 증가율(8.9%)이 최종소비지출(1.6%)을 상회한 데 기인한다”고 밝혔다. 가계순저축률도 9.7%로 0.9%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국내총투자율은 24.2%로 1.1%포인트 낮아졌고 건설업(-1.9%)과 농림어업(-7.2%)은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갔다.

이렇게 불어난 소득이 개인 단위로는 어디까지 갈지도 관심사다. 김화용 한국은행 경제통계2국 국민소득부장은 9월 8일 기자설명회에서 “예상치 못한 대외 충격이 없고 원/달러 환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올해 1인당 국민총소득(달러 기준)은 4만 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상반기 명목 GNI가 1년 전보다 21.8% 늘어난 점을 근거로 들었다. 다만 이 실적치는 분기마다 발표되지 않고, 2027년 3월 연간 국민계정이 나와야 확인된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7일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3%로 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19일 발표에서 3.2%를 제시했다.

다음 확인 지점도 이미 예정돼 있다. 9월 1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통화신용정책보고서가 공개된다. 10월 하순에는 3분기 실질 GDP 속보치가 나오는데, 한국은행은 이 수치를 전기비 0.3%로 전망하고 있다. 1인당 국민총소득이 실제로 4만 달러를 넘었는지는 2027년 3월 발표되는 2026년 연간 국민계정에서 최종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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