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에르메스 가죽 10.8%·구찌 -6%…명품 어디서 갈렸나

유럽 명품 3분기 실적이 잇따라 나왔다. 에르메스는 22일 3분기 매출이 40억9,600만 유로로, 환율 효과를 뺀 성장률이 4.3%였다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 5.2%(Visible Alpha 애널리스트 집계)에는 못 미쳤지만 가죽·마구 부문은 환율 제외 10.8% 늘었다.

같은 날 케링은 구찌 매출이 비교 기준 6% 줄었다고 공개했다. LVMH는 앞서 12일 패션·가죽 부문의 3분기 유기적 성장률이 -5%라고 밝혔다. 로이터는 23일 에르메스의 밸류에이션(평가 가치)이 2014년 이후, LVMH는 10년 만의 최저라고 전했다.

성장률 기준은 회사마다 이름이 다르다. 에르메스는 환율 제외, 케링은 비교 기준, LVMH는 유기적(범위·환율 고정) 성장률을 쓴다. 이 기사의 수치도 각 사가 쓴 기준 그대로다.

에르메스 가죽 10.8% 늘고 기성복·시계는 줄어

에르메스 3분기 매출은 부문별 격차가 컸다. 가죽·마구는 19억1,200만 유로로 전체의 46.7%를 차지했고 환율 제외 10.8% 늘었다. 환율을 반영한 공표 기준으로는 12.4% 증가다. 반면 기성복·액세서리는 환율 제외 2.0% 줄었고, 시계는 6.0% 줄었다. 향수·뷰티는 7.5% 늘었다. 에르메스는 9개월 누계 가죽 성장률이 10.2%로, 3분기에 “소폭 가속”했다고 설명했다.

그룹 전체로 보면 가죽이 끌어올린 몫을 나머지 부문이 깎아 먹었다. 로이터는 4.3%가 2020년 이후 가장 약한 분기 성장이라고 짚었다. 장이 열리자 시장 반응도 차가웠다. Jefferies 애널리스트는 실적 노트에서 이날이 “매우 고통스러운 하루”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고, RBC는 결과를 긍정과 부정이 엇갈린 “혼조세”로 평가했다. 에르메스 주가는 22일 장 초반 한때 8% 내렸다.

지역별로는 환율 제외 기준 미주가 8.8%, 일본이 9.6% 늘었다. 아시아태평양(일본 제외)은 0.0%였다. 9개월 누계 설명에서 에르메스는 일본을 뺀 아시아가 “한국에서의 견조한 실적”에 힘입어 2% 성장했고, 대중화권은 “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안정적이었다고 밝혔다. 에릭 뒤알구에 최고재무책임자는 3분기 활동이 다소 누그러졌지만 안정적이라고 말했고, 액셀 뒤마 회장은 “복잡한 환경”에서도 수익성 있는 성장을 이어간다고 했다.

구찌 6% 줄고 케링은 매장 105곳 순폐쇄

케링의 3분기 그룹 매출은 33억4,500만 유로로 공표 기준 보합, 비교 기준 1% 감소였다. 구찌는 12억9,100만 유로로 공표 4%, 비교 기준 6% 줄었다. 케링 매출에서 구찌가 차지하는 비중은 38.6%다. 채널별로 보면 구찌의 직영(온라인 포함)은 비교 기준 9% 줄었고, 도매·기타는 35% 늘었다.

구찌만 빼면 모양이 달라진다. 구찌를 제외한 케링 직영 매출은 생로랑·보테가 베네타·브리오니가 성장하면서 2% 늘었다. 주얼리는 비교 기준 11% 증가했고, 부쉐론은 일본과 한국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고 케링은 밝혔다. 구찌 부진의 원인으로 케링은 전 분기보다 약해진 신제품 효과와 높은 비교 기준을 들었고, 방문객 감소가 “주된 제약”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태평양, 그중에서도 중국 본토와 일본에서 방문객이 줄었다는 것이다. 루카 데 메오 최고경영자는 구찌 회복이 “최우선 과제”라고 했다.

회복이 얼마나 빨리 올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신중하다. JP모건의 키아라 바티스티니 애널리스트는 브랜드 매력을 되살리는 작업이 “아직 아주 초기 단계”에 있다고 했고,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도 구찌가 “안정화의 확실한 신호”를 보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에이비바 인베스터스의 하르샤란 만(Harsharan Mann) 글로벌 주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가격이 여전히 소비자 감각과 동떨어져 있다면 창의성이 아무리 좋아도 소비자가 제품에 반응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세 평가 모두 구찌 회복이 이미 확인됐다고 보지는 않았다.

케링은 매장도 줄이고 있다. 지난해 75곳을 순폐쇄한 데 이어 올해 1~9월 순폐쇄는 105곳이다. 128곳을 닫고 23곳을 열었다. 케링은 올해 전체로 최소 125곳을 순폐쇄할 계획이다.

가죽 원단을 재단하는 공방 작업자의 손. 자료사진
가죽 원단을 다루는 작업자의 손. 자료사진. Pixabay

LVMH 패션·가죽 -5%, 선택적 유통은 +8%

LVMH도 사업부마다 성적이 갈렸다. 3분기 유기적 성장률은 패션·가죽이 -5%로 가장 낮았고 향수·화장품이 1%였다. 시계·주얼리와 와인·주류는 6%씩, 세포라 등 선택적 유통은 8% 늘었다. 그룹 전체는 1%였다. 패션·가죽의 9개월 누계 유기적 성장률은 -2%다. 3분기에 하락 폭이 더 커졌다는 뜻이다.

유럽 명품 3사 3분기 성장률 비교 차트. 에르메스 가죽·마구 10.8%, 구찌 -6%
자료: 에르메스·케링 3분기 매출 발표(2026-10-22), LVMH 3분기 발표(2026-10-12). 성장률 기준이 회사마다 달라(환율 제외·비교 기준·유기적) 방향 비교용

성적은 갈렸어도 걸림돌은 같았다. 세 회사 모두 중국을 약세 요인으로 꼽았다. 에르메스는 대중화권이 “더 어려운 환경”에서 안정적이었다고 했고, 케링은 중국 본토 방문객 감소를, LVMH는 3분기 성장이 “중국의 덜 활기찬 환경”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LVMH는 패션·가죽이 중국의 수요 둔화로 영향을 받았다고 따로 적었다. 반대로 미국·유럽·일본은 세 회사 모두 양호했다. 에르메스는 미주와 일본이 8.8%, 9.6% 늘었고, LVMH는 미국·유럽·일본이 “좋은 성장”을 보였다고 했다. 구찌도 북미가 가장 견조했다.

평가 가치는 2014년 이후 최저…케링 하루 한때 16% 하락

실적은 갈렸지만 주가와 평가 가치는 함께 내렸다. 로이터는 23일 연초 이후 에르메스 주가가 40% 빠졌고, 에르메스의 밸류에이션이 2014년 이후 최저, LVMH는 10년 최저라고 전했다. 블룸버그 집계로는 LVMH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16배로 10여 년 전보다도 낮고, 에르메스는 27배로 코로나19 이후 최고치였던 70배에서 급락했다. 이 수치의 측정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다. 밸류에이션은 주가가 이익의 몇 배로 거래되는지를 보는 값이어서, 같은 이익을 내도 주가가 내리면 낮아진다.

주가는 23일에도 이어서 내렸다. 에르메스는 4% 하락해 4년 만의 최저 수준이었고, LVMH는 1.5% 내렸다. 케링은 로이터가 갱신한 15시 8분(UTC) 기준 파리 장중 16% 하락했고, AFP는 장 초반 10.8% 하락한 190.40유로로 2025년 6월 이후 최저라고 전했다. 다만 두 수치는 모두 장중 값이다. 케링 그룹 매출은 인베스팅닷컴이 전한 시장 예상치 33억4,000만 유로(제공처 미기재)와 비슷했다.

매출과 무관한 변수도 있었다. 로이터는 파리 소요 사태로 일부 매장이 문을 닫았다고 서술했고,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데보라 에트킨 분석가는 예정된 행진이 “매장 운영과 관광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리스크를 더한다고 평가했다.

가죽은 늘고 패션은 줄었지만, 로이터 집계로 에르메스와 LVMH의 밸류에이션은 함께 10여 년 만의 최저로 내려왔다. 에르메스의 다음 실적인 연간 결산은 2027년 2월 12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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