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최고가격제 7개월, 무엇을 보고 끝내나

석유 최고가격제가 3월 13일 시작해 7개월을 넘기면서 정유사 손실 보전용 재정이 예비비 4조2천억 원과 내년 예산안 1조4,497억 원, 합쳐 5조6천억 원 넘게 편성됐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23일 「석유 최고가격제의 가격안정 효과」 보고서에서 제도의 가격 안정 효과를 추정하면서 날짜가 아니라 국제가격·환율 등 지표를 보고 출구를 설계하라고 제언했다.
석유 최고가격제 효과는 어떻게 추정됐나
산업연구원은 오피넷에 보고된 주유소별 일별 판매가격(2023년 1월 1일~2026년 9월 16일) 가운데 올해 관측기간 내내 보통휘발유와 고급휘발유를 함께 판 주유소 1,512곳의 가격으로 효과를 추정했다. 설문이 아니라 가격 자료를 쓴 이중차분 분석이고, 최고가격제를 적용받지 않는 고급휘발유를 비교 기준으로 삼았다. 판매량은 반영하지 않았다.
결과는 보통휘발유와 고급휘발유의 가격차 변화로 나왔다. 1차(3월 13~26일)에는 리터당 45.75원, 2~6차(3월 27일~6월 26일)에는 165.51원, 7차 이후(6월 27일~9월 16일)에는 239.48원 보통휘발유 쪽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것으로 추정됐다. 소비자가 실제로 그만큼 덜 냈다는 뜻은 아니다. 이 값을 보통휘발유 자체의 정책 효과로 읽으려면 고급휘발유에 정책 파급이 없고, 정책이 없었다면 두 유종의 평균 가격 변화가 같았을 것이라는 가정이 성립해야 한다. 보고서는 최고가격제가 가격 상승을 완충하거나 비용 하락의 소매가격 반영을 앞당겼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적었다.

보고서 밖에서도 비슷한 평가가 나왔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국회 재경위 종합감사에서 이 제도가 “아주 바람직한 효과를 많이 가져 왔다”며 물가상승률을 0.6%포인트가량 낮춘 것으로 측정한다고 말했다.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장규호 연구위원은 앞서 10월 8일 칼럼에서 최고가격제를 “물가 방파제”에 빗대면서도, 불가피하게 시행하더라도 기간은 짧게 하고 충격파가 적게 오도록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썼다. 산업연구원의 239.48원은 리터당 가격차 추정이고 한국은행의 0.6은 물가상승률을 낮춘 폭이라 두 수치는 단위도 대상도 다르다.
재정은 얼마나 편성됐나
효과의 반대편에는 재정이 있다. 올해 최고가격제를 6개월간 운영한다는 가정으로 정유사 손실 보전용 예비비 4조2천억 원이 편성됐다. 제도가 4분기까지 이어지는 상황에 대비해 산업통상부는 9월 1일 2027년 예산안에 신규 사업 「석유가격안정화지원」 1조4,497억 원을 넣었다. 올해 4분기 석유정제업자의 손실을 보전하는 재원이라 4분기에 최고가격제가 시행되지 않으면 불용 처리된다.
| 항목 | 금액(억 원) | 근거 |
|---|---|---|
| 예비비 | 42,000 | 올해 6개월 운영 가정 |
| 2027년 예산안 석유가격안정화지원 | 14,497 | 올해 4분기 손실 보전분 |
| 합계 | 56,497 | 5조6천억 원 넘음 |
자료: 산업통상부 2027년 예산안 발표(9월 1일) 등. 편성액이며 집행·정산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합계는 쓴 돈이 아니라 잡아 둔 돈이다. 1차 정산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고, 정산 기준을 두고 정부의 원가 기준과 업계의 국제 제품가격(MOPS) 기준 사이에 이견이 있다. 업계에서는 누적 손실을 3조원대로 추정한다. 산업연구원은 효과와 비용을 맞대려면 후속 평가에서 판매량을 반영한 소비자 절감액과 실제 손실보전액·관리비용을 같은 기간 기준으로 비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가 내건 해제 조건은 무엇인가
제도의 틀은 7개월 사이 두 번 바뀌었다. 최초 보통휘발유 상한은 리터당 1,724원이었다. 3월 27일 1,934원으로 210원 오른 뒤 6차까지 유지됐고, 6월 27일 1,784원으로 150원 내려 10차까지 동결됐다. 11차는 10월 17일 0시부터 4주간 적용된다.
정부가 제시해 온 해제 검토 조건은 중동 전쟁 종료, 호르무즈 해협 운항 정상화, 국제유가 90달러대 안착 등이다. 이 조건은 아직 충족되지 않았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최고가격제의 상시화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출구전략을 마련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22일 국정감사에서 중동 전쟁이 빨리 끝나지 않아 “바로 중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중동 전쟁 이후 유가가 급등한 가운데 국회예산정책처는 22일 「2027년 경제전망」에 유가 악화 시나리오를 실었다. 올해 4분기 110달러 이상, 내년 상반기 95달러 이상이 이어지면 기준 시나리오보다 내년 성장률은 0.16%포인트 낮아지고 물가는 0.32%포인트 높아진다는 추정이다. 이 전망에는 최고가격제 언급이 없다.
날짜로 끝내면 무엇이 문제인가
산업연구원 이홍 부연구위원은 국제가격이 다시 급등하는 상황에서 날짜만 정해 제도를 끝내면 “가격 반등과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짚었다. 보고서의 제언도 같은 방향이다. 출구전략은 국제 제품가격·환율, 상한의 구속력, 소매가격 전가를 종합해 설계하고, 판단 기준과 검토 시점을 공개하라는 것이다. 상한의 구속력이 이미 낮아졌다면 단계적 해제를 일률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없고, 유류세 조정과 지원 축소가 한꺼번에 몰리지 않도록 시점을 조율해야 한다는 대목도 있다.
같은 연구원의 김수동 선임연구위원은 제도 시행 7개월이 지나 “부작용이나 재정 부담을 재검토할 때가 됐다”고 했다. 단번에 종료하기 어렵다면 기존 제도를 수정하는 방법이 있다며 취약계층과 석유제품 수요가 많은 분야에 선별 지원하면서 “점진적, 단계적으로” 출구를 찾자는 구상을 내놓았다.
한국은행 총재의 말은 두 갈래다. 재정 상태가 비교적 양호해 조금 더 지속할 여력은 있다면서도 “장기적인 그런 제도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발언을 종합하면 출구 논의의 초점은 즉시 종료 여부에서 어떤 지표로 언제 검토할지로 옮겨갔다. 확인할 일정은 제도 안에 있다. 11차 적용이 끝난 뒤 나올 12차 최고가격 발표, 1차 정산 결과와 보전액 공개 여부, 국회 예산 심사에서 석유가격안정화지원 1조4,497억 원이 어떻게 조정되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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