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0원 환율, 원화가 강해진 걸까 달러가 약해진 걸까

지난달 30일 오전 9시 1,442.5원이던 원달러 환율이 이달 10일 같은 오전 9시대에는 1,410.3원까지 내려왔다. 두 수치는 통신사가 매일 같은 시각대에 내보내는 오전 9시 환율 속보를 짝지어 비교한 값으로, 11일 사이 32.2원 떨어졌다. 환율이 내렸다는 건 같은 1달러를 사는 데 필요한 원화가 줄었다는 뜻이다. 원화 가치가 그만큼 오른, 원화 강세다.
32.2원은 작아 보여도 액수로 바꾸면 다르게 읽힌다. 1만 달러를 환전한다고 하면 32.2원에 1만을 곱한 32만2,000원 차이다. 해외 유학비를 미리 바꿔둔 사람과 지금 바꾸는 사람 사이에 그만큼의 격차가 생긴다는 얘기다. 다만 이 하락을 무엇의 결과로 읽어야 하는지는 따로 봐야 한다. 원화가 스스로 강해진 것인지, 반대편의 달러가 약해진 것인지에 따라 앞으로의 그림이 달라진다.
고용 2만3,000명 감소가 부른 9월 인상 기대 후퇴
지난 7일 발표된 미국 7월 비농업고용은 2만3,000명 줄었다. 시장 예상치인 8만3,000명 증가와는 10만6,000명이나 차이가 났다. 5월과 6월 수치도 각각 6만3,000명, 2만명으로 하향 수정되면서 두 달치 합계가 10만3,000명 낮아졌다. 실업률은 4.1%로 전월(4.2%)보다 떨어졌지만 이는 경제활동참가율이 61.4%로 내려간 결과였다. 시장은 곧바로 움직였다. 9월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하던 지표는 발표 1주 전 67%에서 약 44%로 낮아졌다. 우리은행 임환열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달러화가 하향 안정되고 있다는 점이 환율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짚었다.
금리 기대가 낮아지면 그 통화를 보유할 유인도 함께 준다. 예금이든 채권이든 이자를 더 주는 통화에 돈이 몰리기 마련이라, 9월 인상 가능성이 옅어진 달러는 상대적으로 매력이 낮아진 셈이다.

달러인덱스 99 중반, 엔화도 같은 방향…원화만의 일은 아니었다
실제로 달러는 원화 앞에서만 밀린 게 아니다. 유로·엔·파운드 등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의 상대가치를 지수화한 달러인덱스(DXY)는 이달 10일 기준 99 중반대까지 내려왔다. 방향을 같이한 통화가 또 있다. 지난달 31일 미국과 일본 통화 당국이 함께 엔화를 사들이는 공조에 나섰다. 이후 엔화도 강세로 돌아섰다. 원달러 환율 하락이 이 흐름과 겹친 시점에 나타났다는 사실은, 이번 국면을 원화 하나의 이야기로만 읽기 어렵게 만든다.
수출업체 매도 물량과 5~6월 달러 강세 구간이 남긴 단서
그렇다고 국내 요인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임환열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7일 “장 초반부터 수출업체 매도로 추정되는 물량이 유입됐다”고 밝혔다. 수출로 받은 달러를 원화로 바꾸려는 물량이 늘면 시장에 달러 공급이 늘어난 만큼 환율을 끌어내리는 압력으로 작동한다. 반도체 수출 대금이 원화로 바뀌는 시기마다 나타나는 익숙한 흐름이다. 동시에 달러 약세를 하나의 방향으로 단순화할 수도 없다. 국제금융센터 집계를 보면 달러인덱스는 지난 5월 97.9에서 6월 101.61로 오히려 상승했던 구간이 있다. 두 달 만에 달러가 다시 강해졌다가 7~8월 들어서야 방향을 튼 셈이다. 원화 강세도, 달러 약세도 일직선으로 온 흐름은 아니었다.

1,410~1,420원, 작년의 지지선이 예상보다 이르게 시험대에
이달 10일 우리은행 민경원 이코노미스트는 1,410~1,420원이 “생각보다 이른 시점에 시험대에” 올랐다고 짚었다. 이 구간은 작년 환율 하락기에 지지선 역할을 했던 자리다. 방향성 베팅 위주의 역외 숏플레이가 몰리며 장중 낙폭을 키울 수 있다는 진단이다. KB증권도 지난 7일 리포트에서 “달러/원은 7월 초 이후 6주 연속 하락 중”이라며 이를 “장기 상승 추세의 하단을 이탈하는 이례적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종가 기준으로 보면 7월 30일 1,437.4원이던 환율은 8월 7일 1,416.1원으로 21.3원 내렸다. 매일 오전 9시대 속보로 비교한 32.2원(1,442.5원→1,410.3원)과는 표본 시점이 다른 수치다.
되돌림 조건 — 주요 IB 평균은 연말까지 완만한 달러 강세
그렇다면 이 흐름이 얼마나 이어질지가 남은 질문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지난 6일 리포트에서 “주요 IB들의 달러화 전망은 엇갈리나 평균치는 연말까지 완만한 강세 방향”이라고 정리했다.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단서도 달았다. KB증권은 워시 연준 의장의 9월 금리 인상 준비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따른 유가 반등, 달러/엔이 158엔대까지 반등했던 국면을 달러 강세로 되돌아갈 수 있는 잔존 요인으로 꼽았다. 임환열 이코노미스트는 3분기에는 수입업체의 달러 매수 수요로 하락 속도가 다소 느려지다가 “4분기 중 1,300원대 진입이 가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 가계와 기업이 받는 영향은 엇갈린다. 해외여행 경비나 유학 송금, 원자재 수입 단가는 낮아지지만 수출기업이 받은 달러를 원화로 바꿀 때 손에 쥐는 금액은 줄어든다. 반도체 수출 비중이 큰 국내 산업 구조상 이 셈법은 늘 함께 따라다닌다.
결국 이번 하락을 오래 끌고 갈 열쇠는 원화보다 달러 쪽에 있다. 다음 확인 지점은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와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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