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은 금융안정 상황, 금리 부담은 어디서 먼저 오나

한국은행이 22일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금융안정회의)에서 「금융안정 상황(2026년 9월)」을 점검했다. 이 회의는 기준금리를 정하는 자리가 아니다. 논의 내용은 10월 13일 의사록으로 공개된다. 기준금리는 7월 16일과 8월 27일 두 차례 0.25%포인트씩 올라 현재 3.00%다.

한은은 국내 금융시스템이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했다. 금리 상승에 따른 부담도 “대체로 감내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12.71%로 자영업자 전체(1.99%)의 6배를 넘는다. 취약차주와 중소기업은 가계·기업 전체보다 약 9개월 전후로 먼저 연체 충격이 커진다는 추정도 내놨다.

금융취약성지수 46.5, 장기평균 수준에 닿았다

이번 종합 판단은 두 겹이다. “양호한 금융기관 복원력과 대외지급능력을 기반으로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뒤에는 “금융불균형 누증 우려가 커진 가운데 취약부문 부실 가능성, 금융·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등의 리스크 요인이 잠재해 있다”는 문장이 곧바로 따라붙는다. 한은은 이 리스크를 금융불균형 누증, 취약부문 채무상환부담 증가, 금융·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금융기관의 유동성 관리 부담 증대 네 갈래로 나눠 짚었다.

이 판단을 숫자로 담은 지표가 금융취약성지수(FVI)다. 중장기 금융 불균형을 64개 지표로 종합하는데, 2분기 말 기준 46.5로, 2008년 1분기부터 2026년 2분기까지의 장기평균과 같다. 지난 6월 보고서의 1분기 수치 46.0보다 소폭 올라 장기평균 수준에 다다랐다. 단기 금융 불안을 20개 지표로 보는 금융불안지수(FSI)는 8월 19.5로, 7월 19.3보다 올랐다. 이 지수는 12~24 구간을 “주의” 단계로 분류하는데, 8월 수치도 그 구간 안에 있다.

이번 점검을 주관한 장용성 금융통화위원은 수도권 주택가격 오름세와 가계대출 증가 압력을 근거로 “금융불균형 축적에 대한 경계감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계 연체율은 내렸는데 취약차주는 다르다

가계 쪽 수치만 보면 오히려 방향이 반대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1분기 말 1.00%에서 2분기 말 0.98%로 낮아져 장기평균을 밑돈다. 은행권은 0.40%를 유지했고 비은행권은 2.26%에서 2.22%로 내렸다. 변동금리 대출 비중도 2021년 7월 말 68.4%에서 올해 6월 말 56.1%로 12.3%포인트 줄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5.3%(1분기 말)로 전년 말 88.1%보다 낮아졌는데, 한은은 이를 “큰 폭의 GDP 성장세에 힘입어” 나타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장정수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GDP가 늘면서 부채 비율의 분모가 커진 “분모효과”가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가계 전체의 그림은 나쁘지 않다. 다만 그 안에서 취약차주는 다르게 움직인다. 한은은 “가계 취약차주 비중은 정책지원 등에 힘입어 비교적 낮은 수준(6~7% 내외)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가계 취약차주의 연체율은 과거 인상기대비 높은 수준을 보이는 등 상환여력이 다소 약화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적었다. 비중은 낮은데 연체율은 오히려 높은 비대칭이다. 여기서 취약차주는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하위 30%)이거나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인 차주를 차주 수 기준으로 센 것이다.

자영업자 연체율 1.99%, 취약 자영업자는 12.71%

가계 안의 비대칭은 자영업자에게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자영업자 대출은 2분기 말 1,098.5조원으로 전체 금융권 대출의 28.2%를 차지한다. 대출을 보유한 차주는 321.2만명이다. 전체 연체율은 1.99%로 전년 말 1.86%보다 0.13%포인트 올랐고, 2012년 이후 장기평균 1.60%도 웃돈다. 비은행권 연체율은 3.86%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 차트, 취약 자영업자 12.71%로 전체 1.99%의 6배
자료: 한국은행 「금융안정 상황(2026년 9월)」, 2026년 2/4분기말 기준

취약 자영업자로 좁히면 수치가 확 달라진다. 취약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12.71%다. 취약 자영업자는 41.1만명으로 전체 자영업 차주의 12.8%를 차지한다. 가계 취약차주 비중(차주 수 기준 6~7%)과는 모집단이 달라 견주지 않는다. 이들이 보유한 대출은 119.2조원이다. 한 번 연체에 빠진 뒤 다시 갚지 못하는 비율(연체지속률)도 80.9%로 전년 말 78.4%보다 올랐다. 지난 분기 연체 상태였던 자영업자 열 명 중 여덟 명이 이번 분기에도 연체를 이어갔다는 뜻이다. 새로 연체에 진입하는 비율은 취약 자영업자가 3.17%에서 3.60%로 늘어난 반면 비취약 자영업자는 0.72%에서 0.60%로 오히려 줄었다.

한은은 “총량 측면에서의 리스크는 적절히 관리되고 있는 반면 … 질적 측면에서의 취약성은 누증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진단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저신용 개인사업자의 연체율이 뛰면서 은행이 상환능력과 매출, 담보를 더 보수적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괄 대출 확대보다 선별 지원이 필요하다”며 성실 상환이 가능한 차주에는 저금리 대환과 보증을, 상환이 어려운 차주에는 신속한 채무조정과 원금감면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한계기업, 가계보다 무거운 기업 쪽 부담

가계보다 부담이 더 크게 쌓이는 곳은 기업 부문, 그중에서도 중소기업이다. 한은은 기업대출 연체율이 “장기평균을 상당폭 상회하는 가운데 비은행과 중소기업 대출 위주로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소법인 연체율은 지난해 4분기 2.88%에서 이번 2분기 3.44%로 0.56%포인트 올랐고,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도 1.89%에서 2.22%로 0.33%포인트 상승했다.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한계기업 비중도 늘었다. 외부감사 대상 기업 2만9,468개 가운데 한계기업 비중은 지난해 말 19.1%로 전년보다 2.0%포인트 높아졌다. 대기업은 13.7%에서 15.5%로, 중소기업은 18.0%에서 20.0%로 올랐고 부동산업은 43.7%에 달했다. 장정수 부총재보는 “취약기업의 금리 상승 부담이 가계 부문보다 더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가계 부문은 과거 인상기에 비해 변동금리 대출과 취약차주 비중이 줄었지만, 기업 부문은 한계기업과 취약기업 비중이 오르고 변동금리 대출 비중과 연체율도 함께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임광규 한국은행 금융안정국장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가계와 기업을 합쳐 이자 부담이 약 7조원 늘어난다고 설명회에서 밝혔다.

한국금융연구원 집계로는 국내은행의 연체율이 2022년 2분기 0.20%를 저점으로 올해 2분기 0.56%까지 올랐다. 부실채권비율도 같은 기간 0.38%에서 0.63%로 상승했다.

9개월 뒤 먼저 반응하는 곳, 다음 인상은 언제

이 부담은 언제 가장 크게 나타날까. 한은은 2012년 1분기부터 2026년 2분기까지의 자료를 국소투영법으로 분석한 결과, 기준금리 인상 뒤 은행 연체율이 가계와 기업 전체에서는 약 15개월 후 가장 크게 반응하는 반면 가계 취약차주와 중소기업 대출에서는 약 9개월 전후로 더 이른 시점에 가장 크게 반응한다고 추정했다. 취약한 쪽이 먼저 흔들리는 셈이다.

한은은 앞으로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물가 및 성장과 함께 수도권 주택가격 및 가계부채 리스크 등 금융안정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취약부문의 어려움을 미시적으로 보완할 수 있도록 재정·금융정책과의 정책공조를 모색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추가 인상 시점을 둘러싼 시장의 셈법은 갈린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8월 금통위 의사록을 두고 “정책의 무게중심이 인상 여부에서 인상 시기와 속도로 이동했다”고 진단했다. 반면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경기 호조가 내수 전반으로 충분히 확산되지 않은 만큼 10월까지 연속 인상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신영증권은 최종 기준금리 전망을 3.50%로 올려 잡았다. 한은 추정대로라면 추가 인상의 부담도 취약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서 먼저 나타난다.

이날 회의에서 오간 위원별 발언은 10월 13일 의사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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