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놀이 자체가 영유아기의 삶”…0세 사교육 11.9%→32.9%

육아정책연구소(원장 황옥경)가 교육부와 함께 7월 28일 발간한 「육아정책포럼」 여름호(통권 88호)에 따르면, 육아정책연구소가 수행하는 한국아동패널 조사에서 0세 영유아의 사교육 참여율은 2016년 11.9%에서 2024년 32.9%로 늘었다. 교육부는 이에 앞서 4월 2일 「영유아 사교육 대응 방안」을 내놓았다. 이 가운데 유아 대상 학원의 레벨테스트·서열화 금지는 10월 1일 시행이 확정됐고, 만 36개월 미만 아동의 인지교습 전면 금지는 국회 통과를 거쳐 이르면 2027년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한다.

0세 11.9%에서 32.9%로, 5세는 81.5%에서 84.2%로

포럼이 인용한 한국아동패널 자료를 보면 연령이 어릴수록 사교육 참여율의 증가폭이 컸다. 0세는 2016년 11.9%에서 2024년 32.9%로, 8년 사이 21.0%포인트 늘었다. 2세는 41.1%에서 51.0%로 9.9%포인트 늘었고, 5세는 81.5%에서 84.2%로 2.7%포인트 느는 데 그쳤다. 다만 참여율의 절대 수준에서는 여전히 격차가 크다. 2024년 기준 5세는 84.2%가 참여했지만 0세는 32.9%에 그친다.

연령별 영유아 사교육 참여율 증가폭 0세 21%포인트 2세 9.9%포인트 5세 2.7%포인트
자료: 한국아동패널(육아정책연구소, 2016~2024년 참여율 차이)

다섯 전문가가 공통으로 앞세운 것은 놀이였다

포럼에 실린 글에서 먼저 눈에 띈 건 학습량이 아니라 수면과 놀이였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위원 양동화 고려대 의대 임상조교수는 뇌가소성이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경험에 잘 반응하는 특성”이라며, 이것이 빠른 학습의 필요성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짚었다. 그가 꼽은 핵심 자극은 안정적 관계와 놀이, 수면, 신체활동, 언어적 상호작용이었다. 한국영유아아동정신건강학회 위원 박성옥은 학습·성취 압박이 정서·행동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피로와 짜증, 수면 문제, 놀이 흥미 감소를 부담의 신호로 봤다.

한국인지과학회 위원 유제광은 학습 효과가 학습량보다 “경험의 다양성”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정답을 맞히는 반복 학습이 오히려 아이의 탐색 기회를 뺏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구성주의유아교육학회 위원 박건령은 놀이와 학습이 대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아동이 주도하는 놀이에 적절한 지원이 더해질 때 자기조절력과 문제해결력이 자란다는 것이다. 포럼을 엮은 황옥경 육아정책연구소장은 총평에서 “놀이 자체가 영유아기의 삶”이라고 썼다.

영유아가 나무 장난감 다기 세트를 손으로 만지며 노는 모습 자료사진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꼽은 핵심 자극은 놀이와 수면이었다. 자료사진 · Pixabay

조기 개입의 근거도 학계에 있다…결정적 시기와 민감기

포럼의 결론과 다른 방향의 학계 논의도 있다. 언어학계 일부가 지지하는 결정적 시기 가설은 특정 시기의 경험이 이후 경험보다 발달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본다. 하버드대 아동발달센터가 정리해 온 민감기 개념도 출생 이후 초기 몇 해의 자극이 뇌 발달에 중요하다는 점을 학계 정설로 다룬다. 둘 다 조기 개입 자체의 생물학적 근거를 다룬다.

다만 이 근거가 교과 학습을 일찍 시작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포럼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강조하는 지점도 여기다. 결정적 시기 가설과 민감기 개념이 말하는 건 자극의 질과 관계의 안정성이지, 학원식 반복 학습량이 아니다. 조기 개입이 필요하다는 논의와, 그 개입이 교과 선행학습이어야 한다는 주장은 서로 다른 명제다.

과열이라 답한 97.1%, 그 원인으로 불안을 꼽은 54.1%

학부모의 선택이 경고와 반대로 가는 이유를 짚은 조사도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지난해 12월 2일 발표한 「영유아 학습사교육 실태」 조사에서 전국 어린이집·유치원 교사와 원장 1,733명을 설문한 결과 97.1%가 영유아 학습사교육 시장을 과열 상태로 인식한다고 답했다. 과열의 원인으로는 54.1%가 양육자의 경쟁심과 불안심리를 꼽았다. 정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불안이 구조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이 수치를 앞선 참여율 통계와 그대로 이어붙이기는 어렵다. 참여율 수치는 아동의 발달과 경험을 조사한 한국아동패널 자료이고, 과열 인식 조사는 교사와 원장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응답 주체가 다르다.

이용하는 아이 없이 비어 있는 놀이터 미끄럼틀 자료사진
비어 있는 놀이터. 자료사진 · Pixabay

10월 레벨테스트 금지 확정, 인지교습 금지는 국회가 남았다

이 논쟁을 배경으로 교육부는 4월 2일 「영유아 사교육 대응 방안」을 내놓았다. 이 가운데 유아 대상 학원의 레벨테스트·서열화 금지는 학원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를 거쳐 10월 1일 시행이 확정됐다. 원아 모집이나 분반을 목적으로 한 필기·구술·면접·실기시험은 물론 문제풀이·과제 수행·발표 같은 수행형 평가도 대상이다. 위반이 적발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반면 만 36개월 미만 아동의 인지교습 전면 금지와 만 36개월 이상 아동의 교습시간 제한(하루 3시간, 주 15시간)은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읽기·쓰기·연산처럼 정답을 가르치는 교과형 학습이 대상이며, 허위·과대광고에는 매출액의 50% 이내에서 과징금을 물리는 방안도 함께 담겼다. 교육부는 이 개정안의 연내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며, 시행은 이르면 2027년 하반기로 예상된다.

교육부는 이 현상을 “4세 고시·7세 고시”로 규정했다. 유아를 대상으로 한 입학시험형 조기 경쟁 체계라는 뜻이다. 공교육 쪽에서는 5세 이음교육을 확대하고 독서·예술·체육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보완책을 함께 추진한다. 올해부터는 부모 인식조사를 포함한 유아 사교육비 본조사도 처음 실시해 초중등 사교육비 조사와 연계 분석할 계획이다.

결국 포럼과 조사들이 겹쳐 보여준 건 효과의 유무가 아니라, 경고가 나온 뒤에도 참여율이 계속 오르는 이유였다. 학부모가 지금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은 갈린다. 레벨테스트·서열화 금지는 10월 1일부터 바로 적용되지만, 만 36개월 미만 인지교습 금지는 아직 시행되지 않은 계획이다. 자녀가 다니는 기관이 학원법 적용 대상인 학원·교습소인지, 어떤 조항이 이미 시행됐는지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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