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3만원 올라도 생계급여 노인엔 상쇄될 수도

정부가 지난 9월 1일 2027년도 예산안과 함께 내놓은 기초연금 개편안은 2027년 4월부터 소득 하위 30% 노인에게 월 38만 원을 준다는 내용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6년 10월 낸 「2027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에서 생계급여를 함께 받는 노인에게는 인상분만큼 생계급여가 줄어 실질 소득 증가로 이어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2025년 기준 이런 노인은 78만3천 명이다.
개편은 아직 정부안이다. 시행하려면 기초연금법 개정과 국회 예산 심의를 거쳐야 한다. 아래 빈곤율 수치는 설문이 아니라 연구자들이 제도를 가정해 계산한 모의 추계이며, 현재 정부안이 10년간 이어진다는 가정을 둔 값도 포함돼 있다.
기초연금 받는 만큼 생계급여가 준다…동시수급 노인 78만3천명
상쇄는 생계급여의 계산 방식에서 생긴다. 생계급여는 다른 소득과 공적 급여를 먼저 반영하고, 선정기준에 모자란 만큼만 채워 주는 제도다. 예정처는 소득인정액을 산정할 때 기초연금 수급액이 그대로 소득으로 잡히기 때문에 “기초연금을 받는 만큼 생계급여가 그만큼 줄어드는 구조가 제도적으로 내재”해 있다고 설명했다. 기초연금이 오르면 소득인정액이 같은 폭으로 늘고 그만큼 생계급여가 빠진다는 얘기다.
이 구조에 놓인 노인이 늘고 있다. 두 급여를 함께 받는 노인은 2021년 56만8천 명에서 2025년 78만3천 명으로 4년 사이 37.9% 늘었다. 이들이 2025년 받은 기초연금은 월평균 33만1천 원이다. 65세 이상 생계급여 수급자 92만5천 명 가운데 기초연금까지 받는 사람의 비중은 84.6%다. 2022년의 87.5%보다는 낮아졌지만 수급자 자체가 30.3% 늘어 절대 규모는 커졌다.

하위 30% 월 38만원…극빈층 노인 대부분이 이 구간에 속할 전망
그렇다면 이번 인상은 이 노인들에게 닿는가. 정부안은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에 주는 기초연금을 구간별로 나눈다. 하위 30%는 월 38만 원, 30~45%는 35만8,790원, 45~70%는 34만9,700원이며 2027년 1~3월에는 모두 올해와 같은 금액을 받는다. 예정처는 하위 30%의 선정기준이 기준 중위소득의 약 20%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봤다. 예정처는 “사실상 생계급여 수급자를 포함한 극빈층 노인 대부분이 이 구간에 속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상이 가장 크게 몰리는 구간이 곧 상쇄가 일어나는 구간인 셈이다. 예정처는 이 때문에 하후상박 개편이 “최하위 소득 구간에서는 생계급여 상쇄 구조로 인해 그 취지가 무력화될 소지”가 있다고 적었다. 보고서의 결론은 소득인정액 산정 방식을 따로 고치지 않으면 하위 30%에 대한 월 3만 원 인상도 생계급여 동시수급 노인에게는 실질적인 소득 증가로 이어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2027년 기초연금 예산은 25조6,529억 원으로 2026년 1차 추경보다 11.0% 늘었다.

빈곤율 추계, 2024년 자료론 하락·2035년 가정론 상승
상쇄 구조가 있다고 해서 개편이 빈곤율을 높인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11월 6일 사회대개혁위원회·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참여연대가 연 토론회에서 주수정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박사후연구원은 두 시점을 나눠 추계를 내놨다. 2024년 자료에 개편안을 적용하면 노인빈곤율은 현행 35.87%에서 35.41%로 내려가지만, 현재 정부안이 10년간 이어진다고 가정한 2035년에는 현행 38.52%보다 개편안 38.89%가 0.37%포인트 높게 나온다. 토론회를 연 단체들은 개편안에 비판적인 입장이다.
| 분석자·시점 | 기준 | 현행 | 개편안 | 차이 |
|---|---|---|---|---|
| 주수정(11월 6일 토론회) | 2024년 자료 | 35.87% | 35.41% | -0.46%포인트 |
| 주수정(11월 6일 토론회) | 2035년(정부안 10년 지속 가정) | 38.52% | 38.89% | +0.37%포인트 |
| 김태완(9월 29일 국회 연금개혁특위) | 2024년 기준 | 35.87% | 35.57% | -0.30%포인트 |
모의 추계 결과이며 분석자와 전제가 각각 다르다. 2035년 행은 현재 정부안이 10년간 이어진다는 가정에 따른 값이다.
같은 2024년 기준값 35.87%에서 출발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태완 선임연구위원이 9월 29일 국회 연금개혁특위에서 발표한 것으로 보도된 모의분석은 개편안 적용 시 35.57%로 0.30%포인트 낮아진다고 봤다. 두 추계는 분석자와 모형이 달라 현행 기준값만 같고 개편안 결과는 서로 다르다.
2035년에 수치가 뒤집히는 까닭을 주 연구원은 45~70% 구간 동결에서 찾았다. 기초연금 액수가 묶이면 물가가 오르는 만큼 실질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추계에서는 2035년 수급자의 37.1%가 현행보다 덜 받고, 1인당 월평균 4만6천 원가량 손해를 본다. 그는 하후상박 개편이 “급여 배분 방식을 바꾸는 데 그칠 경우” 노인빈곤 완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저소득 구간에 더 얹는 방향 자체를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개편안이 발표된 9월 초 극빈층에 3만 원을 더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제도 변화가 초고령사회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보사연 김태완 선임연구위원과 한수진 연구원은 보건복지포럼 9월호에서 중위소득 30~50% 노인 구간에 “하후상박형 기초연금 개혁”을 2차 안전망으로 제안했다. 이 제안은 이번 정부안 발표 전에 나온 것이고, 연구진은 “청장년세대의 소득사각지대, 재정 부담 등이 강화될 수 있다”는 단서도 달았다.
소득 산정 방식 개선이 관건…국회 심의 남은 정부안
예정처가 요구한 것은 구체적인 감액 규정이 아니라 두 제도 사이 소득 산정 방식의 정합성을 높이는 일이다. 보고서는 방안을 특정하지 않았다. 9월 초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는 생계급여 차감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하후상박에 대한 빈곤층의 기대를 채우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쇄 해법과 별개로 대상 범위를 좁히자는 의견도 있다. 홍우형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초연금의 소득인정액 산정이 기초생활보장제도보다 관대하다고 짚고 중기적으로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로 대상을 좁히는 방안을 거론했다.
비용도 따져야 한다. 예정처는 6월 22일 보고서에서 “기초연금은 제도 설계 방향에 따라 10년간 재정소요의 편차가 수십조원에 달할 수 있는 만큼” 급여 수준과 대상, 수급 연령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로 분석했다. 2027년부터 하위 30%에 월 40만 원을 주는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2035년까지 누계 23조9천억 원이 더 든다.
쟁점은 3만 원을 올리느냐보다 올린 돈이 가장 가난한 노인의 손에 남느냐다. 2024년 자료로는 빈곤율이 내려가고 2035년 가정에서는 올라가는 추계가 함께 있고, 상쇄 구조를 풀 방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개편이 시행되려면 연내 기초연금법 개정과 국회의 예산 심의를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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